IMS Culture _ 섞임의 미학, 모던 아라비안 뷰티 The Aesthetic of Mixing, 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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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지중해지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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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05-2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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섞임의 미학, 모던 아라비안 뷰티
The Aesthetic of Mixing, Modern Arabian Beauty
김 효 정 _ 명지대학교 아랍지역학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성들의 영원한 화두(話頭)는‘여성’이라는 점을 부정할 만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것이 섹슈얼리티적 접근이건 도덕적, 윤리적 시각이건 간에 여성과 그 아름다움은 시대와 문화적 배경을 막론하고 남성들의 대화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주제이다. 여성의 아름다움의 기준은 소소한 입담거리에서 문화권의 특징을 정의할 수 있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회자되어왔다. 여성이 나체(裸體)가 되었을 때 아랍여성은 얼굴을, 서양여성은 가슴을, 중국여성은 발을, 일본여성은 엉덩이를 가린다는 말이 있다. 여성이 우선적으로 가리는 부위는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부위를 의미하고, 이 부분이 바로 문화
권 별로 성적 관심의 주요 대상이 된다.아무리 내면적 가치를 중요시 여기는 탈 물질적 문화가 호응을 얻고 있다 할지라도 여성은 외적인 면으로 판단되어 오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이는 여성에게 보수적 잣대가 여전히 유효한 이슬람권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선지자 무함마드는 배우자를 선택할 때 중요한 기준으로 아름다움, 재력, 명성을 언급하였다. 그 중 가장 중요시 되었던 일 순위 조건은 아름다운 외모이다. 금욕을 강조했던 기독교와 불교가 여성의 아름다움에 취하는 것을 금기시 하는 것과 달리 이슬람은 코란의 천국관을 통해 아름다운 여성에 대한 일종의 판타지가 나타난다. 천국의 요정이라고 일컬어지는 후르(Hur)는 눈이 크고 아름다우며(56:22), 아무도 손대지 않은 처녀이자(55:74), 잘 보호된 달걀 같고(37:49), 가슴이 볼록하며(87:33), 머리가 비단결 같다고 전해진다. 이는 이슬람 세계에서 바라보는 미인의 기준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부족적인 전통에 의해 다산을 중시여겨 풍만한 여성이 미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하였다. 예컨대 튀니지 남부의 제르바(Zerba)섬에서는 결혼예정인 예비 신부를한 달 동안 창고에 가두고, 햇빛을 보지 못하게 한 상태에서 살찌는 음식만 줘서 통통하게 만들던 풍습이 있었다.
새로운 미의 기준 등장
이러한 전통적인 미의 기준은 현재도 유효할까? 역사적 전례에 비추어 보면 미의 기준은 문화권마다 독특한 특징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문화의 교류와 접변을 통해 새로 생성되거나 공존되는 양상을 보인다. 예컨대 서양의 전통적인 미의 상징인 비너스가 현재의 미의 기준이 될 수 없고, 과거 조선시대 미인의 요건이 더 이상 한국 사회 미인의 절대적 조건이 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현재의 무슬림 젊은 층은 이슬람 사회의 변화의 중심에 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버츄얼(virtual)세대로서 어린 시절부터 위성 TV를 통한 헐리우드 영화와 미국드라마에 익숙하고, 인터넷과 디지털 문화 등 국경이 없는 문화에 자연스레 적응해왔다. 서구식 미적 기준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미 자리잡은 지 오래이다. 아랍 젊은이들은 빅토리아 시크릿의 속옷 모델에 열광하며 슈퍼모델의 파파라치 컷에 관심을 가진다. 과거의 전통적인 풍만한 혹은 뚱뚱한 여성의 미는 젊은이들에게 더 이상 호응을 얻고 있지 못하며 더 글래머러스하고, 더 늘씬해 보이는 것에 관심을 둔다. 다양한 매체를 통한 서구 문물의 유입은 전통적인 미의 이데올로기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서구적 기준에 따라 젊은 여성들의 미를 표현하고자하는 욕구는 다양한 방법으로 표출되고 있다. 아랍 여성은 화장에 특히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얼굴이 성적 관심의 주요 대상인 문화적 특징 때문이기도 하지만 몸 일부를 가려야만 하는 여성에게 유일한 미의 분출구가 얼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얼굴을 가꿈에 있어서는 여전히 전통적 기준이 유효하다. 진한 눈썹, 선명한 눈매와 도톰한 입술은 과거나 현재나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서구의 미적 가치와 기준이 빠르게 유입되면서 몸(body)이 가지는 성적인 상징이 중요시되고 있다. 이는 아랍일부국가에서 여성들이 복장에 대한 규제가 느슨해지거나 없어지면서 나타난 두드러지는 현상으로 특히 북아프리카에서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북아프리카 여성이 몸을 가리던 삽사리가 자취를 감추면서 여성은 서구식 복장을 즐기게 되고 서구식 복장에 어울리는 몸매라인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아랍 여성의 미적 기준은 현대적 미의 기준과 아랍의 전통적 기준이 공존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아랍여성의 미인되기 : 화장과 다이어트, 그리고 각종 시술
아랍 여성의 화장법은 전통적인 미의 기준에 따라 피부와 눈매를 어떻게 연출하느냐가 관건이다. 예컨대 젊은 아랍여성들에게 인기있는 SNS의 한 동호회 (www.facebook.com/page.mariage.zen)의 의견 교환란에는 올리브처럼 매끄러운 피부와 아이라인을 강조한 화장법이 소개되고 있다. 부드럽고 매끈한 피부, 그리고 또렷한 눈매는 여전히 아랍 여성의 미적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피부관리실이 성업하고 색조화장품이 불티나게 팔린다. 눈썹은 짙은 펜슬로 진하고 각지게 그려 강한 인상을 표현하고, 눈은 아이라이너로 굵게 그려 눈매를 선명하고 또렷하게 강조한다. 볼은 블러셔를 이용해 생기있게 붉게 표현하며 입술은 도톰해보이는 미인의 조건에 따라 라인을 바깥으로 그려 자신의 입술보다 두껍게 강조한다. 화장법의 경우 다소 진하다고 느낄만큼 과장하여 얼굴을 표현하며 이는서구의 자연스러운 화장법과는 다소 차이가 나타나는 부분이다. 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됨에 따라 성형수술 기법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북아프리카의 튀니지는 이미 유럽 여성들에게 성형 관광 패키지로 인기를 끌만큼 성형 천국이다. 요즘 아랍 젊은 여성들이 성형 부위로 선호하는 부분은 코로서, 콧망울이 크지않고 높은 서양식 콧모양을 선호한다. 이외에도 보톡스를 이용한 주름성형, 입술을 도톰하게 하기 위한 입술 보톡스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Layal Aboud (가수, 레바논)>
한편 북아프리카 여성들의 경우, 화장보다 몸매와 머릿결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경향을 보인다. 서구화되어있는 사회일수록 미적 기준이 얼굴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기준에서 몸매를 중시하는 서구적 경향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슬람 세속주의 노선을 걷고있는 북아프리카의 튀니지의 경우 오랜기간 종교를 배제하는 정책을 취한 탓에 여성들의 복장이 자유로워졌고, 몸매가 외적으로 드러나다 보니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헬스라고 통칭되는 짐(gym)의 수가 늘어나고 있으며 공원에서 파워워킹을 하는 젊은 여성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새로운 신종 다이어트 방법도 호응을 얻고 있다. 가장 대중화된 다이어트 방법은 채식 다이어트이다. 면 종류 및 빵을 비롯한 밀가루 음식은 지양하고 호밀빵 잡곡빵 및 샐러드만을 섭취하는 다이어트 방법이다. 다음으로 선호하는 단백질다이어트는 고기 위주의 식사 혹은 분말로 만드는 단백질 음료로 다이어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이외에 도 양배추 스프 다이어트 등이 있다. 물리적 다이어트에 실패할 경우 최근 아랍지역에 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경락 요법에 의지하기도 하며 지방흡입술도 널리 퍼져있다. 히잡으로 머리를 가리는 걸프 여성과 달리 북아프리카 여성들은 머리를 드러내기 때문에 부드러운 머릿결과 색상은 이들의 또하나의 관심 대상이다. 곱슬머리가 대부부인 여성들은 직모를 선호하여 직모로 연출할 수 있는 고데기가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흑발을 선호하여 염색을 위해 미용실을 찾지만 경제적 사정이 허락하지 않은 일부 여성은 아랍 지역에서 오랫동안 사용해온 염료인 헤나(henna)에 원하는 색을 얻고자 인스탄트 커피가루를 섞어 집에서 염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Yafa Yaqoop (Miss Arab World 2007>
전통과 현대의 공존 : 아바야 속의 서구패션
아랍국가 중 유일하게 사우디아라비아만이 여성에게 히잡을 강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슬림여성은 히잡을 일상적으로 착용한다. 보수적 시각에 대한 두려움으로, 스스로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또는 정숙한 여인으로 보이기 위한 다양한 목적 아래 젊은 층조차도 전통복장인 히잡을 착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걸프지역 여성의 경우 검은색 아바야와 히잡으로 온몸을 감싸며, 보수적 성향의 여성인 경우 니깝(niqab)으로 얼굴 일부를 가리기도하고 심지어 한여름에도 장갑으로 손을 가린다. 외부로 자신의 몸 혹은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적다보니 같은 아바야(abaya)와 히잡이라도 세부적인 디테일에 변화를주어 패션 욕구를 충족시킨다. 히잡의 가장자리에 자수 혹은 큐빅장식을 통해 화려함을 강조하는 것이 일반화되면서 소위 명품 업계가 고급 천에 자사의 로고를 박은 히잡을 선보여 걸프지역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하였다.
<Miss Beautiful Morals 광경>
젊은 여대생의 경우 아바야 사이로 드러나는 패션을 즐기는 경향도 있다. 걸을 때 마다 아바야 사이로 살짝 드러나는 모습을 통해 패션 감각을 자랑하기도 한다. 이들의 패션필살기는 명품 가방과, 하이힐 등이다. 다른 사람의 눈을 많이 의식하고 체면을 중시여기며 과시욕이 있는 아랍인의 기질과 오일머니의 경제적 힘이 더해지면서 여성, 특히 젊은 층은 새로운 소비의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남들과 다른, 더 고급스러운, 더 비싼 제품을 선호하여 명품 마케팅의 주요 대상으로 자리잡은지 오래이다. 따라서 또래 집단 구성워들은 경쟁적으로 명품을 선호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미국의 청바지 브랜드를 선호하며 청바지 속에 10센티 가량의 하이 힐을 숨기며 더 길게 보이기 위해 젊은 여성들은 발과 허리의 고통을 감수한다. 또한 더 크게 보이기 위해 윗부분의 머리를 부풀리거나 심지어 히잡 속의 머리 패드도 서슴지 않는다. 전통적 복장으로 몸 전체를 가림과 동시에 그 사이사이로 보여지는 서구적 패션은 현재의 아랍 여성이 겪는 미의 정체성의 혼동을 알 수 있는 부분이며 가리면서 동시에 보여지는 것을 원하는 젊은 여성의 패션 상의 모순을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세속주의 노선을 택하고 있는 북아프리카 일부 국가 여성의 경우 히잡보다는 서양식 복장에 더 익숙하므로 다양한 패션이 나타난다. 아랍여성의 경우 다리노출보다는 가슴노출에 관대하여 하의의 길이는 발목 선으로 고정되어 있으나 상반신의 경우 노출수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지중해의 관광지적 특성 상, 더운 날씨를 고려한다하더라도 걸프지역의 아랍여성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여성의 아름답고자 하는 욕망은 시간과 공간이 무색할 만큼 일반화된 명제이다. 인종과 문화적 배경을 떠나 여성은 끊임없이 자신을 가꾸어왔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여기서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의 변화를 통해 우리는 아랍사회의 변화 움직임을 읽을 수 있으며 전통의 고수와 변화의 경계선 상에 선 젊은 층의 문화 코드를 이해할 수 있다. 2006년부터 시작된 미인대회 Miss Arab World는 비키니 심사를 제외하고는 서구식 미인대회의 형태를 그대로 모방했다. 여성의 성상품화라는 이유로 여성단체의 반발에 의해 존페위기까지 언급되는 서구식 미인대회가 21세기 아랍사회에 최초로 등장했다는 점은 아랍 사회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성(性)을 은닉하던 문화, 여성에게 명예와 정체성을 투영하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섹슈얼리티적 잣대를 여성에게 공개적으로 들이댔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구 사회 미인대회의 형식적 모방을 통해 아랍사회도 외모지상주의 물질중심주의의 영역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며, 미의 판단기준의 내용과 형식의 서구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에 반대하는 하나의 움직임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008년 시작된 Miss Beautiful Morals, 이른바 '마음이 예쁜 아가씨 선발대회'이다. 이 대회는 서구의 미적기준에 반발하며 서구식 미인대회의 형식을 비판하고 있다. 이 대회의 우승자로 뽑히기 위한 심사 기준은 효심, 종교 신념, 바른 생활태도로서 종교성을 강조한 정숙한 이슬람 여성을 키워내기 위한 목적을 지니고 있다. 22개국에 이르는 아랍지역한편에선 짙은 화장과 외양을 뽐내는 미인대회가, 또 다른 한편에선 히잡과 아바야로 온몸을 가린 채 종교 신념을 테스트 받는 미인대회가 양립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 가치와 현대적 트렌드가 공존하는 아라비안 뷰티는 진화하는 것일까?, 단순한 모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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