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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S City _ Tunis(تونس) : 아랍에서 유럽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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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지중해지역원 Hit 5,023 Hits Date 19-06-0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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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nis(تونس) : 아랍에서 유럽을 만나다


설유경(지중해지역원 차세대연구원) 


 

아랍어 전공자로써 굉장히 안타까운 부분이 아닐 수 없지만 흔히 아랍 국가는 비전공자들에게는 위험하고 여성 차별이 강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내가 튀니지로 유학을 간다고 말했을 때, 전공자들 외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사람들의 반응에 유학가기로 다짐했던 마음이 흔들릴 정도였다. 그런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던가. 튀니지를 방문해보니 가보지 않고 튀니지를 평가했던 사람들의 말은 전부 자신의 기준으로 그들이 만들어낸 가상의 모습이었단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갔던 튀니지는 다른 유럽 국가에 견줄 수 있을 만큼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였다. 이 글을 통해서 내가 느꼈던 튀니지의 매력을 알려주고자 한다. 먼저 튀니지의 간략한 소개로 시작하여 튀니스에 남겨진 프랑스의 흔적을 따라 아랍국가의 전형적인 모습과 함께 지중해 연안 국가의 도시의 모습을 갖춘 튀니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튀니지는 전체 인구의 99%가 이슬람교를 믿고 있는 이슬람 국가이지만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70년간 받은 탓인지 타 아랍 국가에 비해 비교적 개방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다른 아랍 국가를 방문해본적은 없지만 요르단에서 잠깐 튀니지를 방문했던 친구의 말을 빌리면 히잡을 쓴 사람도 요르단에 비해 많지 않으며 요르단에 비해 거리의 놀림이 없는 편이라고 했다. 튀니지에서 길을 걸어 다닐 때면 아랍의 젊은 남성들의 놀림을 받는 것은 일상이었다. 몇 안 되는 동양인이 신기해서인지 길을 다닐 때면 연예인이 된 듯 주목을 받는 현상도 당연하다. 

 튀니지는 고대부터 페니키아, 로마, 반달, 비잔틴의 지배를 받았으며, 7세기에 이슬람이 들어온 이후 오늘날까지 이슬람 문화가 주종을 이루는 가운데 근대에 들어 프랑스의 침입으로 프랑스의 식민지를 받는 등 이민족의 역사가 각기 어우러진 모습을 보인다. 이슬람의 문화와 유럽문화가 같이 어우러져 있는 현대의 모습은 우리에게 다양한 문화를 볼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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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개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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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스의 바분 알 바흐르(باب البحر, 바다의 문, 프랑스의 문)> 


 튀니지의 수도인 튀니스의 중심부는 여타 다른 도시들처럼 현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시내 중심부인 하비브 부르기바(حبيب بروقيبة) 거리의 서편에 위치한 프랑스 거리에 서 있는 프랑스 개선문을 본 떠 만든 프랑스 문을 중심으로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로 나뉜다. 왼쪽 개선문 사진은 유학 생활 중 방학 때 파리를 방문해 찍은 사진인데 오른쪽 사진과 각도는 다르지만 닮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구시가지는 이슬람 시대부터 서민들이 즐겨 찾는 싱싱한 과일과 각종 전통 공예품을 파는 전통시장인 수끄(سوق)가 있어 옛 모습을 느끼게 해주지만 신시가지는 파리의 샹젤리제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닮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샹젤리제 거리를 걸을 때 새롭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 아마 튀니지에서 하비브 부르기바 거리를 자주 돌아다녔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와 더불어 튀니지에서는 프랑스어를 고등교육 과정에서 제2국어로 배울 만큼 우리나라에서 영어만큼의 큰 자리를 차지고 있다. 실제로 현지인과 대화를 해보면 그들에게는 영어보단 불어가 더 친숙하고,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를 동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반면 튀니스의 구시가지는 유네스코가 문화유산으로 지정할 정도로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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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빕 브루기바 거리> 


 실제로 비오는 날에 문득 길이 너무 예쁘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진에 담아 온 하비브 부르기바 거리다. 하비브 부르기바는 튀니지의 정치가이자 창설자이며 튀니지 공화국의 첫 번째 대통령이다.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서구화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종종 터키의 지도자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Mustafa Kemal Atatürk)와 비교되기도 한다. 부르기바가 대통령이었던 시절 동안, 교육은 최우선이었다. 부르기바는 또한 냉전 동안 그의 통치를 위하여 서구의 지지를 얻기 위한 방법으로서 여성의 권리를 진척시켰다. 일부다처제를 금지하고, 여성의 이혼에 참여할 권리를 확장했으며, 기존의 여성 결혼 가능 연령을 17세에서 상향 조절하는 등의 중요한 법적 선례를 남겼지만, 그는 동시에 여성들이 기관이나 혹은 단체를 만들 권리를 금지시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들이 있었기 때문에 튀니지에서는 여성들이 비교적 자유로운 것이 아닐까? 튀니지에서는 실제로 남성과 여성의 차별이 한국에서와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비오는 날엔 우산을 쓰는 사람들보다는 쓰지 않는 사람이 훨씬 많다. 사진 가운데 원형 안에 보이는 시계탑은 뭉겔라라고 하는데 영국에 있는 빅벤과 비슷하다는 말이 있다. 영국을 방문해 본 적이 없어 두 건물이 얼마나 유사한지 알 수 없지만 아직까지 두 건물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밝혀 진 바는 없다. 거리 양쪽에는 하나 호텔과 아프리카 호텔이 있는데 이 두 호텔에서는 이슬람에서 금지되는 술을 먹을 수 있다. 튀니지는 신기하게도 종교적으로 금지되는 술을 마시는 사람들을 가끔 볼 수 있는 나라다.

 하나 호텔 꼭대기에 위치해 있는 바에서 맥주를 마시며 내려다보는 야경은 여기가 정말 튀니지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웠는데, 그 모습을 사진에 다 담을 수 없다는 게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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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겔라(시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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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호텔에서 내려다 본 하비브 부르기바 거리>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많은 튀니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 중에 하나는 단연 시디 부 사이드(سيدي بو سعيد)다. 시디 부 사이드는 우리나라의 포카리스웨트 CF에 나왔던 그리스의 산토리니와 닮아있다. 흰 벽과 파란 창문과 파란 문의 조화가 지중해의 시원한 바다를 닮았다.

 시디 부 사이드에는 많은 예술가들이 살았는데, 특히 식민지 시절에 많은 유럽인들이 북 아프리카 지중해에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튀니지에 왔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지금도 곳곳에서 아랍의 모습과 유럽의 모습이 묘하게 공존하고 있는 공간들을 볼 수 있다. 언덕길에 도착하면, 1999년에 알제리 출신의 프랑스 가수 파트리크 브뤼엘이 부른 ‘오 카페 데 델리스(Au Cafe Des Delices)'의 배경이 되어 유명해진 카페 시디 샤반(مقهى سيدي شبعان)이 있다. 이 카페는 시디 부 사이드가 정말 산토리니인 것처럼 착각을 하게 만들만큼 아름다운 장소인데, 이 때문인지 시디 부 사이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이다. 언덕 끝에 위치해서인지 카페에 도착해 입구 앞에서면 지중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더불어 하얀 요트들이 정박하고 있는 마리나 항구가 한 눈에 보인다. 카페 입구에 들어서면 그 앞에 멈춰 서서 한동안 움직일 수가 없게 되는데, 태어나서 처음 보는 압도적이 광경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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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디 부 사이드에 위치한 카페 시디 샤반(مقهى سيدي شبعان)> 



 맨 처음 이 카페를 방문 했을 때, 와ㅡ하는 감탄사 외에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카페에서 보이는 지중해의 풍경이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시디 부 사이드를 들어오는 초입에 위치하고 있는 '카페 데 나트(Cafe des Natttes)'는 앙드레 지드, 생택쥐 베리, 고흐 등 많은 유럽의 예술가들이 즐겨 찾았던 카페도 있는데 그 카페보다 이 카페가 더 인상 깊게 다가왔다. 어쩌면 처음 시디 부 사이드를 설계한 사람의 마음도 지중해 지역을 이곳에 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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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 주변의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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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미토 내부 인테리어> 


 유학 중에 답답할 때면 친구들 여럿과 택시를 타고 자주 갔던 락의 사진이다. 실제로 유학생들은 종종 이곳에 와서 그나마 한국에서 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카페에 방문해 커피 한 잔 혹은 음료 한 잔을 시켜 몇 시간이고 유학 생활에 대한 수다를 떨곤 했었다. 튀니지에 있을 때 코스미토에 앉아 친구와 수다를 떨고 있는 그 시간만큼은 여기가 튀니지 인지, 한국인지, 유럽인지에 대한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락은 시내 중심부에서 느끼는 답답함을 덜어주는 곳이었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튀니지를 기억할 수 있는 나만의 추억을 담을 물건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선택한 것도 코스미토의 머그컵이었다. 그 정도로 락에 있을 때만큼은 내가 지금 튀니지에 있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땅을 사서 만들어진 지역인데 그래서인지 그 지역에서 만큼은 주류 판매 금지가 눈에 띄게 나타났다.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하나호텔과 아프리카호텔에서는 주류를 판매했지만, 락에 위치한 호텔에서는 술을 팔지 않았다.

 락은 비교적 부유한 사람들이 지내는 지역이며 유럽인들이 휴가 혹은 여행 시기에 쉬었다 갈 수 있도록 렌트 아파트와 호텔도 잘 갖춰져있다. 이곳에는 외국인이 많기 때문인지 더운 여름에는 짧은 소매와 짧은 바지를 입은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튀니지는 전형적인 아랍 국가의 모습과 함께 서구의 모습도 같이 느낄 수 있는 국가다.

 길진 않았지만 튀니스에서 머무는 동안 내가 아랍 국가에 가지고 있었던 고정관념이 긍정적으로 변화되고 내가 아랍 국가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문득, 지중해 지역의 다른 아랍 도시들이 가지고 있는 그들만의 매력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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