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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중해 투르크 문화권에서 사십(40)의 민속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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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지중해지역원 조회 379 조회 날짜 22-04-1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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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중해 투르크 문화권에서 사십(40)의 민속적 의미



양민지(지중해지역원 HK교수)



숫자 40은 터키, 알타이, 중앙 아시아 및 중동 신화와 민속 문화뿐만 아니라 이슬람 신앙에서도 신성한 숫자이다. 투르크 문화권에서 사십(40)은 성숙, 완전성, 힘과 강함, 많음을 설명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  11세기 오우즈 투르크족의 영웅서사시 『현인 코르쿠트의 서 Dede Korkut Kitabı』에는 이와 관련하여 사십 일, 사십 밤낮, 사십 개의 음식들 등의 표현들과 함께 ‘영웅의 피로연이 사십일 동안 계속되었다, 사십 명의 비무슬림 적들이 몰려왔다. 사십 명의 조력자 소녀의 도움을 얻었다. 영웅에게는 사십 명의 조력자가 생겼다,’ 등의 표현이 나타난다. 또한, 투르크 설화와 민담에서는 사십 년 동안 잠을 잔 수도사들, 사십 명의 도둑, 사십 년 혹은 사십 일을 잠을 자는 용 등 숫자 사십이 자주 등장한다. 이처럼 투르크 문화권에서 사십은 한국어의 수일, 수십, 수백, 수천을 대신하는 '많음'을 나타내는 숫자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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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현인 코르쿠트 (데데 코르쿠트)와 투르크인들 

(출처 : 터키 일간지 쇠스쥐 2019.2.19 일자 기사, https://www.sozcu.com.tr/2019/kultur-sanat/dede-korkut-kimdir-iste-dede-korkut-hakkinda-merak-edilenler-3593797)


1072-1074년 카샤가를르 마흐무드에 의해 집필된 중세 투르크어-아랍어 대사전 『Divanü Lugati’t Türk 디바뉘 뤼갓잇 튀르크』에는 ‘qırq yılda bay çıgay tüzlinür. 사십 년이면 부자와 가난한 이가 하나가 된다. 그동안 죽음이 찾아오거나 시절이 변하기 때문이다.’ 라고 기술하고 있다. 이를 통해 투르크 문화권에서는 사십(qırq)이라는 단어가 시간의 길이가 길음을 설명하는 속담이나 표현에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현대 터키어에도 사십은 자주 등장한다. 특히, 일상생활과 관련된 표현에 자주 등장하는데 일례로 ‘Bir fincan kahvenin kırk yıl hatırı vardır. 한잔의 커피에는 사십 년의 추억이 깃들어 있다’가 있다. 

동지중해 투르크 문화권에서는 전통적으로 사십이 완전함, 많음을 의미했기 때문에 민속에서도 사십 혹은 사십 번과 관련된 다양한 주술적 행위가 보고된다. 예를 들어 이슬람 성인의 묘당이나 성소(신성한 장소로 여겨지는 곳)를 방문하는 경우, 사람들은 소원을 이루기 위해 성소나 묘당 주위를 사십 번 돌거나 그곳에서 사십 번 원하는 바를 빌거나 말하면 이뤄진다고 믿는다. 

숫자 사십은 출산과 관련된 의례나 민속행위에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터키에서는 갓 출산한 여성을 로후사(loghusa)라고 부르는데, 이는 출산 후 사십 일까지의 산모를 일컫는다. 이 기간에 가족들은 산모의 정신적, 육체적인 건강에 특히 신경을 쓰며 외부로부터 받을 부정적인 영향으로부터 산모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다.  터키에서는 ‘산모(로후사)의 무덤은 사십 일 동안 열려있다’라는 말이 있는데, 그만큼 이 기간의 산모는 출산으로 인해 육체적으로 병에 취약한 상태에 있으며, 따라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로 한다고 여기고 있다. 출산한 여성은 3일, 7일, 10일 길게는 20일까지 자리에 누워 몸조리를 한다. 또한, 난산을 겪었거나 주위에 산모를 돌봐줄 사람이 있다면 이 기간은 더 오래 지속된다. 동지중해 투르크 문화권에서 일반적으로 출산한 여성은 가족과 주위 사람들로부터 보호받고 귀하게 여겨지며, 가족들은 산모의 휴식을 위해 도움을 주고자 한다. 만약, 출산 후 산모와 아이가 사십 일 이내에 병이 들거나 아프게 되면 이를 크륵 바스마스(Kırk Basması)라고 한다. 출산 후 산모와 아이의 보호와 돌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출산/출생 후 사십 일 동안에는 잡귀나 나자르(nazar)/사안(邪眼)/사시(邪視)를 비롯하여 외부인의 출입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과 병을 막기 위해 노력하며, 이를 위해 민간에서는 다양한 행위와 의례가 행해진다. 이러한 행위와 의례를 일컬어 크륵라마(Kırıklama)라고 부른다. 

한국의 세이레(삼칠일)에 해당하는 크륵 바스마스 기간에는 산모와 아이의 바깥출입을 금하며, 부정한 곳에 다녀온 이의 출입도 금한다. 그뿐만 아니라 크륵 바스마스 기간에 있는 다른 산모와 아이와의 만남도 피한다. 출생 후 40일 안에 아이가 부정한 기운에 사로잡히면 아이의 얼굴이 노랗게 되거나 이유 없이 아프거나, 마른다거나 혹은 생기가 없어진다고 믿는데, 이를 막기위한(혹은 이러한 것들로부터 치유되기 위한) 방법과 금기행로는 아이의 옷, 속/겉싸개는 바깥에 널지 않기, 방문객이 오면, 붉은 천으로 아이의 얼굴을 가리기, 밤중에 밖에서 들어온 사람(가족)은 산모와 아이의 곁에 가지 않기, 산모의 방에 촛불이나 램프를 켜두기, 불(씨), 이스트, 소금, 식초, 빵을 집 밖으로 내보내지 않기 등이 있다. 투르크 문화권에서 사십은 출생뿐만이 아니라, 죽음과도 관련 있는 숫자이다. 투르크 문화권에서는 영혼이 육신을 떠나는 것을 죽음이라 인식했는데, 영혼이 육신을 떠난 지 사십 일이 지나면 저승에 이른다고 하여 완전한 죽음에 이르게 된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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