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S City_회색 도시 앙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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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도시 앙카라
최윤종(부산외국어대학교 지중해지역원 차세대연구원)
2024년 5월 중순에서 6월 중순까지 약 한 달간 석사학위 현지 조사를 위해 튀르키예 앙카라의 하지 바이람 벨리 대학교(Hacı Bayram Veli Üniversitesi) 지중해-아프리카 연구소에 방문했었다. 부산외국어대학교에서 튀르키예어를 전공했음에도 튀르키예를 방문한 적 없던 나는 설렘과 막막한 감정을 동시에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감정을 갖고 튀르키예를 방문하기 전 앙카라에 대한 여러 정보를 찾아보았는데, 앙카라는 튀르키예의 수도임에도 불구하고 관광지나 문화시설에 대한 부정적인 후기들이 많았으며, 튀르키예 관광 중 경유지로 짧게 거치는 것이 대다수였다. 이러한 후기들을 보면서 나 또한 앙카라에 대해 별다른 기대 없이 방문하게 되었다.
하지만 앙카라는 나의 기억 속에 꽤 매력적인 도시로 자리 잡았다. 앙카라는 화려한 도시의 분위기와 고즈넉하고 수수한 분위기, 현대적인 느낌과 고전적인 느낌이 동시에 존재하고 느껴지는 도시였다. 본 글에서는 본인이 한 달간 생활하며 느낀 앙카라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앙카라에 대한 몇 가지 정보들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앙카라의 개요
앙카라/튀르키예 지도사진 출처 : https://freevectormaps.com/turkey/TR-EPS-02-0001
앙카라는 튀르키예의 수도로 이스탄불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이다. 면적은 약 2516㎢이며, 약 580만 명(2023년 기준)이 거주하고 있는 대도시이다. 서울의 면적이 605㎢ 정도로 면적이 굉장히 넓은 도시임을 새삼 느낄 수 있다. 앙카라의 시작은 아직 까지 명확하지 않지만,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거주했다고 추정되며 일찍이 도시를 형성하였다. 로마제국의 콘스탄티노플(현재 이스탄불) 천도 당시에도 이미 대도시를 구축해 있었다고 전해진다. 또한, 오스만 제국의 점령 이후 실크로드 무역로에 있어 교역 중심도시로 자리 잡았으며, 현재까지도 아나톨리아를 횡단하는 동서 철도 노선, 에센보아 공항 등을 통해 튀르키예 내 교통의 중심도시로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앙카라는 1919년 아타튀르크가 그리스의 침공을 막고 저항 운동을 실시한 근거지였고, 튀르키예 공화국 출범과 함께 수도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앙카라는 튀르키예의 수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직항으로는 갈 수 없다. 이스탄불을 경유하거나 카타르 도하를 경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앙카라의 국제공항인 에센보아 공항은 외곽에 위치해 있어 도시지역으로 오는 길에는 드넓은 평원과 산맥이 펼쳐진다. 본인은 펼쳐진 풍경을 보면서 감탄과 동시에 이곳이 튀르키예의 수도가 정말 맞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한참을 달리다 보면 앙카라의 시내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여러 산과 들판 사이에 우뚝 솟은 도시를 볼 수 있다. 특히, 이케아(IKEA)가 보이기 시작한다면 본격적인 앙카라 도시지역의 시작이다.
- 앙카라의 날씨
앙카라는 중부 아나톨리아 지역에 위치해 대륙성 기후를 보인다. 여름에는 고온건조, 겨울에는 눈이 꽤 많이 온다. 대체로 우리나라와 기온이 비슷하다. 주로 봄과 가을이 우기이고, 여름과 겨울에는 건기이다. 앙카라의 5~6월 평균 최고기온은 23~28도 정도로 알고 방문했지만, 튀르키예도 기후 위기로 인해 점점 기온이 상승하며 본인이 방문했을 때는 이미 더운 날씨가 시작되었다. 낮의 기온이 30도가 넘는 날들은 일상이었다. 방문하였던 학교의 교수님들도 날씨가 이상하다고 하실 정도였다. 하지만 건조한 기후 덕분인지(맑은 날씨에는 일일 습도가 보통 10~20% 정도) 햇빛만 피할 수 있으면 꽤 버틸만한 날씨였다. 다만, 대륙성 기후로 인해 해가 지고 나면 꽤 쌀쌀해지며 일교차가 크다. 해당 시기에 앙카라를 방문할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작은 우산을 챙기라고 권하고 싶다. 비가 많이 내리진 않지만, 짧은 시간 강한 소나기가 내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해가 떠 있지만 비가 오는 경우도 꽤 많다) 그래도 다행히 장시간 비가 오는 경우는 드물기에 관광이나 이동에 불편한 점은 없었다.
- 앙카라의 교통
1) 앙카라 카르트(Ankara Kart)
앙카라는 대중교통 구축이 잘 되어있는 편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앙카라의 지하철역이나 상점에서 판매하는 교통카드인 앙카라 카르트가 필수적이다. 해당 카드로 앙카라의 버스, 지하철 등을 결제할 수 있다. 현지에서 계좌를 개설하고 사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가 있지 않는 이상 앙카라 카르트로 결제하는 것이 수월하다. 현지인들도 대중교통에서 현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다만 이 카드를 구매하기가 꽤 번거롭다. EGO(Ankara Electricity, Gas and Bus Operations Organization (EGO General Directorate))에서 제공하는 앙카라 카르트 판매점들은 대부분 판매하지 않고 있기에 지하철역에서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공휴일이나 주말에는 구매할 수 없기에 평일 역무원 근무시간에 가서 구매해야만 한다.(운이 나쁘면 역무원이 자리를 비우는 경우도 있다) 또한, 역무원 중 영어가 가능한 사람이 적다. 키오스크를 통해 구매할 수도 있지만, 키오스크 또한 튀르키예어로만 되어있다. 방문 당시에는 심지어 키오스크 판매를 일시 중지한 상태여서 역내 판매처에서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학교 소속 학생 신분이라면 학생용 할인 교통카드를 구매할 수 있다.
앙카라 카르트(Ankara Kart)사진 출처 : 저자 직접 촬영
2) 버스(Otobüs)
앙카라 카르트를 구매했다면 주로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할 것이다. 버스의 경우 EGO 앱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구글 맵으로도 인근의 버스 정류장이나 기본적인 버스 정보를 이용할 수 있지만, 배차시간 등 부정확한 경우가 많다. EGO 앱을 이용한다면 인근 버스 정류장, 버스 노선, 앙카라 카르트 잔액 확인 등 여러 편의 기능을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다.
EGO 앱 화면출처 : EGO 앱 화면 캡처
앙카라의 도심은 크즐라이(Kızılay)와 울루스(Ulus) 지역으로 나뉠 수 있다. 화려하고 현대적인 번화가의 크즐라이 지역, 전통적인 앙카라의 번화가인 울루스 지역이다. 많은 버스 노선이 대부분 크즐라이를 거치며 식당, 카페, 체인점, 백화점 등 다양한 상점들이 줄지어 있기에 한눈에 봐도 여기가 앙카라의 도심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방문 당시 학교나, 다른 관광지를 방문할 때에도 주로 크즐라이에서 환승을 하곤 했다. 앞서 말했듯이 크즐라이는 버스 노선 대부분이 거치는 곳이기 때문에 정류장도 버스도 엄청 많다. 그래서 자신이 타고자 하는 버스의 정류장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사람이 많은 만큼 대로변이나 골목뿐만 아니라 버스정류장 주위에도 간편한 매점이 많다. 인파가 많이 몰리는 만큼 소지품 관리에 조금 더 주의해야 한다
크즐라이 쇼핑몰사진 출처 : 저자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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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루스 또한 번화가이지만 조금 더 전통적인 구도심의 느낌이다. 주로 은행, 상점, 호텔 등의 편의시설이 들어와 있다. 또한 아나톨리아 문명박물관, 앙카라 성, 독립 전쟁 박물관 등의 관광지와도 인접해 있다. 크즐라이와는 다르게 조금 더 전통적인 시장이나 상점들이 많이 보인다. 또한 광장에는 아타튀르크의 동상이 있어 앙카라의 중심지였다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본인은 현지조사를 위해 앙카라 사회과학대학교(ASBÜ)에 몇 번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해당 대학교가 바로 울루스 광장 옆이라 잠시 멈춰 아타튀르크 동상을 감상했던 기억이 있다. 울루스 지역은 크즐라이에 비해 버스의 교통량이 적은 편이다. 그렇다고 한산하다는 말은 전혀 아니다. 울루스의 버스정류장은 주로 은행 앞이나 광장 앞에 있다. 울루스 또한 버스 교통망이 상당하기에 자신이 타는 노선과 정류장을 정확히 아는 것이 좋다. 크즐라이보다는 정류장 주위가 좁기 때문에 사람이 몰릴 경우 혼잡할 수 있다.
울루스 아타튀르크 동상과 앙카라 사회과학대학교사진 출처 : 저자 직접 촬영
앙카라의 버스 중 조금 특이한 문화를 발견할 수 있다. 버스에 탑승했을 때 혼잡하여 결제를 하지 못할 경우, 앞사람에게 부탁하며 카드를 건네주면 결제하여 다시 전달해 준다. 다른 하나는 ‘돌무쉬’라 불리는 미니버스이다. 우리나라의 마을버스와 비슷하지만, 마을버스보다 훨씬 작다. 보통 출발지와 도착지가 차량 앞면 또는 옆면에 적혀 있으며, 조금 충격적인 특징은 별도의 정류장이 없다. 정류장이 없기에 지나가는 돌무쉬에 손을 흔들거나 정차되어 있는 돌무쉬를 이용해야 하며, 내릴 때도 여기서 내린다고 기사에게 말해야 한다. 또한 앙카라 카르트가 아닌 현금으로 계산해야 한다. 정류장이 따로 없기는 하지만 크즐라이와 울루스 사이 앙카라 대학교가 위치한 스히예(Sıhhiye) 버스정류장에 내리면 정차되어 있는 돌무쉬를 종종 볼 수 있다.
3) 지하철(Metro)
앙카라는 버스 교통망이 잘 구축되어 있지만, 먼 거리를 이동하거나 일부 관광지, 문화시설 등을 이용하기에는 지하철이 더 유용할 때가 있다. 또한 앙카라의 도심은 교통체증이 꽤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럴 때 지하철은 매우 유용한 이동 수단이다. 지하철은 버스와 같이 앙카라 카르트로 결제가 가능하다. 앙카라는 지하철역에 들어가기 위해 보안 검색을 실시한다. 지하철역뿐만 아니라 사람이 밀집할 수 있는 대형 문화시설(백화점 등), 관광지, 공항, 학교 등은 보안 검색이 필수적이다. 보안검색대에 짐을 올려두고 통과하면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 보안검색대와 출입구 주위에는 항상 경비들이 상주하고 있다. 앙카라의 지하철은 총 5개의 메인라인과 1개의 연장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노선도로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도심지나 주요 장소에 잘 구축되어 있다.(물론 앙카라의 면적이 워낙 넓기에 면적 대비로는 부실한 편이다) 지하철 역시 크즐라이가 제일 큰 환승역이다. 항상 많은 사람이 붐비며, 앙카라 카르트의 구매처에도 긴 줄을 선다. 크즐라이 역내에는 지하상가와 곳곳에 ATM, 앙카라 카르트 발급 기계가 있으며, 역이 큰 만큼 경비 인원도 많다.
크즐라이 역내 앙카라 지하철 노선도사진 출처 : 저자 본인 촬영
4) 택시(Taksi)
앙카라의 택시는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택시를 타는 방법에는 3가지 정도를 추천한다. 첫째로 지나가거나 정차해 있는 택시를 타는 것이고, 두 번째는 길에 설치되어 있는 택시 호출 벨을 이용하는 것이다. 호출 벨은 길마다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호출 벨이 안보이더라도 거리 중간중간에 택시사무실(?) 같이 보이는 간이 건물에 택시들이 모여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큰길에는 택시가 꽤 많이 지나다니기에 어렵지 않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앙카라의 택시 호출벨사진 출처 : 저자 직접 촬영
마지막 방법은 ‘BiTaksi’ 앱을 이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카카오택시와 유사한 시스템이다. 단, 이용하려면 현지 USIM을 사용해야 하며 현지 번호가 필요하다. 앱에서 차량 종류도 선택할 수 있으며 예상 금액도 나오니 결제할 금액을 미리 준비할 수 있다. 앙카라의 택시들은 대부분 네비게이션이 없고 조금 낡은 형태라 알고 방문했었는데, 방문했을 때의 앙카라 택시들은 생각보다 깔끔하고 신형 택시들이 많았다. 몇몇 택시는 뒷좌석에도 네비게이션이 부착되어 있었으며, 기사님이 위치를 모르는 경우 승객이 지도에서 검색해 목적지를 설정할 수도 있었다.
‘BiTaksi’ 앱 화면사진 출처 : ‘BiTaksi’ 앱 화면 캡처
앙카라의 택시는 이스탄불과 같은 대형 관광지의 택시에 비해 대부분 양심적인 택시들이다. 혹시나 불안하다면 미터기가 실행 중인지 확인하고, 꺼져 있다면 켜달라고 기사님께 말씀드리면 대부분 켜주신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우버(Uber) 택시 이용도 가능하지만, 앙카라나 이스탄불에서는 우버보다는 BiTaksi가 훨씬 더 빠르고 편하다. 앙카라의 택시는 이용하기는 편하지만, 요금이 거리에 비해 꽤 빠르게 올라가기에 장거리를 이동할 때는 웬만하면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해 근처까지 가서 택시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그럼에도 다른 도시들보다는 택시 요금이 저렴하다고 한다) 참고로 앙카라의 운전은 대부분 험하다. 심지어는 현지조사 관련으로 만나는 교수님마다 차를 조심하라고 말씀해주실 정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택시를 이용한다면 안전벨트를 꼭 하는 것이 좋다.
앙카라 시외로 나갈 때는 에센보아 공항, 열차, 시외버스를 이용하게 된다. 에센보아 공항은 앙카라의 국제공항이지만 유럽 쪽으로 가려는 경우 이스탄불을 경유하게 될 것이다. 일부 유럽국가와 직행 노선이 있긴 하지만, 튀르키예 국내와 아시아 쪽으로 노선이 많다. 철도의 경우 앙카라 중앙역에서 YHT(Yüksek Hızlı Tren):튀르키예 고속철도를 이용하면 된다. 이스탄불을 포함하며 에스키세히르, 콘야, 카라만, 시바스 등 여러 도시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앙카라는 시외버스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는 편인데, 시외버스 터미널인 아쉬티 오토가르(A.Ş.T.İ otogar)는 공항과 비슷한 규모로 유명하다. 워낙 넓고 많은 버스가 정차하기 때문에 자신이 탈 버스와 회사를 찾기도 어렵고, 튀르키예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억울하게 추가 요금을 받는 일이 한 번씩 발생한다. 또한 회사마다 경쟁시스템으로 인해 자사버스를 이용하게 하려고 지나가는 사람마다 붙잡고 홍보/흥정을 하는데, 튀르키예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자유롭게 시외버스 이용을, 튀르키예어가 어려운 사람들은 ‘Obilet’이라는 앱 이용을 추천한다.
- 앙카라의 관광지
1) 앙카라 성(Ankara kalesi)
앙카라 성은 앙카라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다. 정확한 건축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원전에 건축된 것으로 추정되며 현대에 이르기까지 보수를 해오며 유지되고 있다. 위치는 울루스 지역에서 가깝지만, 산 위에 있기에 오르막길을 꽤 올라가야 한다. 그래서 택시를 이용해 입구 근처까지 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길을 따라 올라가며 점점 보이는 앙카라의 시내 모습, 도성 공원과 골목 사이사이의 풍경, 기념품 상점 구경은 또 다른 묘미이기에 한 번쯤 걸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앙카라 성까지의 방향 표시가 없기에 지도를 보거나 현지 주민에게 묻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앙카라 성 위에는 펜스가 없는 곳이 있어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앙카라 성에서 본 도시 전망사진 출처 : 저자 직접 촬영
2) 아느트카비르(Anıtkabir)
아마 앙카라의 관광지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곳은 앙카라 성과 더불어 아느트카비르일 것이다. 아느트카비르는 튀르키예를 건국한 아타튀르크의 영묘와 박물관이 있다. 앙카라의 어린이들이 이곳으로 견학을 오기도 하고 대학생들은 졸업식 행사를 진행하기도 하며, 국빈 방문 및 정부 고위 관료의 행사로도 자주 방문하는 곳이다. 방문해 보면 튀르키예인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위인이라는 점을 새삼 느낄 수 있다. 방문하게 되면 입구에서 보안 검색을 실시하며, 가방을 들고 들어갈 수 없기에 검문소에 맡겨야 한다.(맡기면 번호표를 주며, 나갈 때 찾아가면 된다) 아느트카비르는 일반 관광지와 달리 군인들이 직접 검문소에 상주, 경비 임무를 맡고 있다. 아느트카비르의 광장에는 아타튀르크의 영묘와 2대 대통령 이스메트 이뇌뉘(Ismet inönü)의 묘가 있다. 그 주위로는 아타튀르크와 관련된 박물관과 카페, 기념품점 등이 있으며, 사자의 길을 따라 석상들과 박물관이 이어져 있다. 짝수 시간 정각에 방문한다면 광장에서 위병교대식을 관람할 수 있다. 방문했을 때 위병교대식을 관람했었는데, 많은 관광객들이 엄숙하고 진중한 분위기를 존중하며 다들 숨죽인 채 관람했다.
아느트카비르 광장사진 출처 : 저자 직접 촬영
3) 하지 바이람 벨리 자미 / 코자테페 자미 (Hacı Bayram Veli Camii / Kocatepe camii)
튀르키예는 세속주의를 시행하는 국가이지만, 국민들은 대다수 무슬림이기에 곳곳에서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앙카라 내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크고 작은 모스크이다. 모스크를 튀르키예어로 자미라고 하며, 앙카라의 유명한 자미로는 하지 바이람 벨리 자미와 코자테페 자미가 있다. 하지 바이람 벨리 자미는 울루스 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인근의 하지 바이람 벨리 무덤에서 이름을 따왔다. 1400년대에 건축된 자미이며 규모는 작은 편이나, 건축미, 역사적 의미로 앙카라의 유명한 관광명소이다. 자미 내부도 들어가볼 수 있으며, 기도중인 무슬림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인근에는 카페와 기념품 상점들이 있다.
하지 바이람 벨리 모스크사진 출처 : 저자 직접 촬영 | 하지 바이람 벨리 모스크 내부사진 출처 : 저자 직접 촬영
반면, 코자테페 자미는 굉장히 현대적인 건축물이다. 이스탄불의 블루모스크가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비교적 덜 알려져 있지만, 코자테페 자미 또한 앙카라를 대표하는 자미이다. 흰색의 자미는 크즐라이 인근 앙카라 시내에 우뚝 솟아 있다. 자미 앞 광장에서 자미의 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제대로 다 담기지 않을 정도의 크기이다. 내부에도 화려한 장식으로 건축되어 있다. 참고로 자미와 같은 종교시설은 방문할 때 옷차림에 신경을 써야 한다. 살색이 비치는 반팔이나 반바지, 치마 등은 입장이 금지되기에 여름이라도 얇은 긴팔과 긴바지를 입고 가는 것이 좋다.
코자테페 자미사진 출처 : 저자 직접 촬영 | 코자테페 자미 내부 천장사진 출처 : 저자 직접 촬영
4) 아나톨리아 문명 박물관(Anadolu Medeniyetleri Müzesi)
개인적으로 아나톨리아 문명 박물관은 앙카라에서 꼭 가봐야 할 박물관이라고 느낀다. 박물관은 울루스 지역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경사로를 약간 올라가야 한다. 박물관의 외관은 깔끔한 정원과 벽돌풍의 박물관 건물이 들어서 있다. 외부에서 볼 때는 크기가 별로 커 보이진 않지만 내부로 들어간다면 박물관의 규모에 놀랄 것이다. 박물관의 입구부터 시작되는 빼곡히 채운 전시품들을 돌아보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 심지어는 지하까지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아나톨리아 문명 박물관은 아나톨리아 지역에 관련된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히타이트 시대 등의 유물, 석판 등이 전시되어 있다, 이외에도 그리스, 헬레니즘, 로마, 비잔틴 시대의 유물, 사용하였던 동전, 앙카라의 역사와 유물 등이 전시되어 있다.
아나톨리아 문명 박물관 전시품사진 출처 : 저자 직접 촬영
5) 한국공원(Anakara Kore parkı)
한국공원은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관광지일 것이다. 근처에 앙카라 기차역이 있으며, 버스정류장과 지하철역도 주위에 있기에 방문하기 어렵진 않을 것이다. 한국공원에 다다르면 펜스에서부터 튀르키예 월성기와 대한민국의 태극기가 보이며, 입구에도 큰 국기들이 있다. 한국공원 중앙에는 첨탑이 있으며, 첨탑 아래에는 한국전쟁 당시 전투에서 사망한 튀르키예 참전용사들의 출생지, 이름, 사망일이 적혀있다. 첨탑 주위에는 튀르키예의 참전현황, 주요전투, 규모 등을 설명하는 석판이 있으며 한국어와 튀르키예어로 적혀 있다. 공원 구석에는 현대자동차에서 튀르키예 공화국 100주년을 맞이해 튀르키예의 참전에 대한 감사함을 담아 보수공사를 실시하였다는 비석도 찾아볼 수 있다. 공원을 방문한다면 첨탑과 주위의 글들을 보며 튀르키예 참전용사들의 희생에 다시금 감사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공원 한국전쟁참전기념탑사진 출처 : 저자 직접 촬영 | 한국공원 내 튀르키예의 한국전쟁 참전 개요사진 출처 : 저자 직접 촬영
방문 이후 앙카라를 떠올리면 앙카라는 화려한 도시와 고즈넉하고 작은 동네, 현대적인 건축물과 문화시설, 역사적인 관광지와 종교시설 등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도시라고 느껴졌다. 방문하기 전 다른 사람들의 방문 후기와 앙카라에서 만났던 교수님들, 현지인 모두가 나에게 이스탄불이 최대의 도시라고, 앙카라보다 이스탄불이 볼거리가 많다고 그랬었다. 물론 이스탄불이 최대의 도시이며 제일 유명한 관광지이긴 하지만 앙카라는 도심의 혼잡함과 동시에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여유로움을, 현대적인 편리함과 동시에 역사, 문화적 가치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도시라고 말하고 싶다. 화려함과 세련미의 ‘백색’과 조용하고 향토적인 ‘흑색’ 사이의 어중간한 ‘회색’이 아닌, 여러 성향이 동시에 존재하며 그 자체가 특징과 매력인 ‘회색’의 도시 앙카라를 한 번쯤 방문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