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S Travel _ 화해와 공존의 터키 한바퀴,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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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지중해지역원 조회 5,325 조회 날짜 19-06-03 18:10내용
화해와 공존의 터키 한바퀴, 북쪽에서 남쪽으로
임지련(지중해지역원 차세대연구원)
지난 1월 지중해 지역원에서 좋은 기회를 얻어 터키에 현지조사 탐방을 다녀왔다. 터키는 역사적으로는 메소포타미아와 오리엔탈 문명의 발상지였고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길목 역할을 하면서 동서 문명의 십자로이자 동양과 서양, 고대와 현대, 이슬람교와 기독교가 융합되어 있는 나라이다. 이처럼 터키는 대륙, 문명, 인종, 종교 등 모든 것의 경계지점이지만 바로 그 경계가 허물어진 그곳에서 화해와 공존의 가치가 존재한 곳이다. 이러한 터키를 많은 한국인들이 방문하고 있고 누구나 한번쯤은 터키를 방문하고 싶을 것이다. 터키의 많은 관광지 중에서도 나는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이스탄불’ 보다도 내가 방문했던 터키의 다른 매력적인 장소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오스만투르크를 느낄 수 있는 사프란볼루부터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살았던 카파도키아, 고대 지중해의 무역항구로 발전했던 안탈야, 현대의 스포츠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페티예를 시계 방향으로 살펴보려 한다.
#동양의 정취를 느끼는 곳, 사프란볼루 도시 이름은 "사프란"과 "폴리스"(그리스어로 "도시"라는 뜻)의 합성어인 사프람폴리스(Saframpolis)에서 유래된 이름이며 오랜 세월 동안 사프란 재배와 무역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17세기 오스만 제국의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한때 번영을 누리기도 했다.
이스탄불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약 6시간을 달려 사프란볼루로 향했다. 사프란볼루는 오스만투르크 시대의 목조 건물이 남아있는 곳이다. 이 건물들로 인해 유네스코는 1994년 사프란볼루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였다. 해도 뜨지 않은 새벽, 나는 내가 가고 싶었던 곳이 아닌 낯선 곳에서 내렸다. 이곳이 어딘지 알기위해 나는 지도를 한참 동안 뚫어지게 응시했고 내가 원하는 곳, 사프란볼루의 구시가지라 할 수 있는 ‘차르시(Carsi)’에 가기위해선 지나다니는 돌무쉬를 기다려야했다. 돌무쉬를 타고 차르시에 도착했고 해는 어렴풋이 떠오르고 있었다. 일출을 보기 위해 가장 높은 언덕을 찾던 중, 나를 부르는 터키인 아저씨의 손짓을 보았다. 아저씨는 친절하게도 나에게 빵과 치즈, 쨈, 차이 등 터키식 아침을 주셨고, 비록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함께 사진도 찍으며 손짓, 발짓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터키인 아저씨들의 좋은 인심으로 아침을 먹고 사프란볼루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맨 처음으로 간 곳은 사프란볼루를 가장 잘 내려다 볼 수 있는 흐드를륵 언덕이다. 언덕에서 바라보는 사프란볼루의 풍경은 바라보기만 해도 평화로운 기분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이곳은 작은 마을이기 때문에 내가 이곳을 돌아보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프란볼루의 작은 시장은 사프란 꽃을 이용해 만든 다양한 제품들을 팔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로쿰을 시식해보라는 사람들의 호객행위도 많았다. 사프란볼루는 사프란꽃과 함께 맛있는 로쿰이 있기로 유명한 곳이다.
<흐들르득 언덕에서 바라본 사프란볼루 차르시 마을의 풍경>
#기독교인들이 살았던 기암괴석들로 이루어진 카파도키아 (예전의 소아시아의 중앙에 위치한 지역 이름으로서 오늘날 터키의 카파도캬(Kapadokya)에 해당된다. 아나톨리아 고원 한가운데에 자리한 카파도키아는 실크 로드가 통과하는 길목으로 대상 행렬이 근대까지 이어졌다. 카파도키아는 로마인들로부터 도망쳐 온 기독교도의 삶의 터전으로 시작됐으나 7세기 중반 이슬람 왕조의 침공을 받게 되자 신자들은 동굴이나 바위에 구멍을 뚫어 지하도시를 건설해 끝까지 신앙을 지키며 살았다. 카파도키아에는 현재 100여개의 교회가 남아 있다. 이 석굴 교회는 십자 형태의 구조를 하고 있거나 둥근 천장을 가진 곳이 많으며 교회의 프레스코화는 보존 상태가 좋을뿐더러 내부의 장식이 아름답다.)
사프란볼루를 갈 때와 마찬가지로 야간버스를 타고 카파도키아의 괴뢰메 마을에 도착했다. 카파도키아의 수많은 기암괴석들로 이루어진 곳으로 자연의 위대함과 놀라움을 보여준다. 카파도키아는 워낙 넓은 지역이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구경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들고 불편하다. 그래서 나는 여행사에서 진행하는 투어를 하기로 결정했다. 카파도키아를 구경하는 데에는 로즈 밸리 투어, 레드 투어, 그린 투어, 블루 투어가 있다. 시간과 원하는 코스에 따라 투어를 선택하면 된다. 내가 선택한 투어는 로즈 밸리 투어와 그린 투어이다. 로즈 밸리 투어는 분홍, 빨강, 노랑 빛을 띠는 계곡을 직접 걸으며 구경한다. 마지막에는 로즈 밸리 위에서 일몰도 감상한다. 로즈 밸리 투어를 하면서 우연한 기회에 같은 아랍어과 선배를 만났다. 한국도 아닌 터키에서 아는 사람을 만난 다는 것이 신기하고 놀랍기도 했다. 그린 투어는 차를 타고 으흘라라 계곡, 데린쿠유 지하도시, 셀레메 수도원 등을 방문한다. 걷기도 많이 걷지만 차를 타는 시간 또한 많다. 으흘라라 계곡은 사람들이 바위 속에 살았던 흔적들을 볼 수 있었고, 데린쿠유 지하도시는 기독교 박해를 피해 지하에 숨어 살았던 기독교인들의 삶을 볼 수 있었다. 셀리메 수도원은 다른 여타 동굴들과 마찬가지로 박해를 피해 숨어든 수도사들에 의해 만들어진 교회이다. 언뜻 보면 바위산 같기도 하지만 그 내부에는 생활을 위한 공간, 예배당, 부엌 등이 정교히 만들어져 있다. 또한 이곳은 영화 <스타워즈>의 촬용지로도 유명한 장소이다. 투어가 끝나고 다시 괴뢰메 마을에 돌아갈 때는 차안에 모든 사람이 잠에 빠져있었고 나도 예외는 아니다. 괴뢰메 마을에 도착하고 카파도키아에서 유명한 항아리 케밥을 먹었다. 항아리 케밥은 항아리 안에 고기, 야채 등을 넣고 익힌 다음, 망치로 항아리를 깬 뒤 먹는다. 나또한 한국인들이 많이 찾아가는 S&S 레스토랑에서 항아리 케밥을 먹었다. 나이 드신 할아버지가 아무 말도 없이 인자하게 주문을 받고 항아리도 직접 깨주신다. 레스토랑의 인기를 알 수 있듯이 식당 안에는 많은 한국인들이 다녀간 흔적들이 남겨져 있었다. 다음날, 버섯처럼 생긴 바위 ‘파샤바’를 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개인적으로 가기에는 너무 먼 곳에 위치해있어 같이 다니던 사람들과 함께 돈을 모아 택시를 탔다. 파샤바는 바위의 위, 아래의 강도가 달라서 바람에 의한 풍화작용에 때문에 위에는 많이 깎이고 아래는 적게 깎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카파도키아의 기암괴석들을 보면서 자연은 위대하고 신비하다고 느꼈다. 카파도키아에서 유명한 벌룬을 타고 하늘 위에서 기암괴석들을 구경했다면 좋았겠지만 좋지 않은 날씨로 인해 카파도키아에서 머무는 내내 벌룬을 타지 못했다. 카파도키아를 떠나는 마지막 날 다른 도시를 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나는 저 멀리 계곡을 넘어 다가오는 벌룬을 보고 아쉬운 마음이 한가득했다.
#역사적 공존, 지중해 무역 항구, 안탈야 (안탈리아 만(灣)에 동서로 길게 면한 항구도시로, BC 2세기 페르가몬(Pergamon) 왕국 시대에 건설되어 아달리아라 불렀다. 안탈리아는 여러 제국이 점령하면서 다양한 유적들이 풍부하게 남았다. 고대 헬레니즘과 비잔틴 유적, 로마 시대의 유적인 하드리아누스의 문, 셀주크 왕조의 이슬람 사원, 오스만제국의 건축물 등이 남아 있다. 지중해 어획물과 도시 부근에 농업생산이 활발한데 특히 감귤 생산량이 많다. 그 외 올리브, 바나나도 많이 생산된다. 비교적 경공업이 이루어지고 관광산업이 발달되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안탈리아 [Antalya] (두산백과))
안탈야는 지중해와 인접한 휴양도시로 많은 관광객들로 인해 거리가 붐볐다. 특히 다른 도시들과 다르게 안탈야는 너무나 따뜻했다. 사람들은 복장부터가 달랐다. 어떤 사람은 반팔, 반바지를 입고 돌아다녔으며 대부분이 가벼운 옷차림이었다. 나도 더운 날씨로 인해 입던 점퍼를 벗고 안탈야를 돌아다녔다. 터키에서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다가왔다. 그 중에서도 안탈야에서 만난 소녀들이 기억에 남는다.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16살 소녀 메르베와 그의 친구는 서툰 한국어와 영어 사전들을 찾아가며 나와 한국의 드라마에 대해 얘기도 나눴고 맛있는 디저트도 나눠먹었다. 안탈야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하드리아누스 문은 ‘칼레이치’라고 불리는 구시가지와 신시가지의 통로 역할을 하는 문으로써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가 방문한 것을 기념해 건립했다고 한다. 칼레이치 골목은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많이 있어서 여기저기 둘러보며 천천히 걷기에 좋은 곳이다. 이곳에는 상점들뿐만 아니라 많은 게스트하우스들이 몰려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항상 많은 관광객들로 인해 붐비는 거리는 여름이 되면 밤마다 사람들은 술을 마시며 춤을 추고, 음악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칼레이치 구역은 가장 크고 멋진 전망을 자랑하는 카라알리올루 공원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있다. 공원에서 바닷가를 따라 걷다보면 칼레이치 시계탑 근처에서 공연을 하는 터키의 젊은 청년들도 볼 수 있고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관광을 하는 관광객도 볼 수 있고, 사람들의 그림을 그려주는 화가들도 볼 수 있다. 계속해서 바닷가를 따라 걷다보면 고대 지중해의 항구도시로 발전했던 마리나 항구를 볼 수 있다. 마리나 항구는 예전에는 항구의 기능을 하였지만 지금은 관광지로 발전해 있다. 높은 전망대에서 밑으로 내려가면 보트 투어를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5리라(한화 약 2500원)이면 약 40분간 해적선 같이 생긴 배를 타고 마리나 항구를 벗어나 지중해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마리나 항구를 구경하고 다시또 바닷가를 따라 안탈야 박물관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해가 어두워져 박문관은 구경하지 못했지만 박물관 근처에 있는 콘얄트 해변은 매우 아름답고 우리나라의 해수욕장처럼 모래가 아닌 자갈로 이루어져 있다. 겨울이고 비수기이기 때문에 주변 상점들은 문을 닫고 수영을 하는 사람도 없었지만, 터키 맥주 ‘에페스’를 들고 나와 콘얄트 해변을 감상하며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현대의 스포츠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페티예 (터키의 잘 알려진 관광지 중 하나이다. 특히 고대 도시 텔메소스가 위치해 있었으며 현재도 그 유적이 발견되고 있다. 가까운 곳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레툰(Letoon) 유적과 크산토스(Xanthos) 유적이 존재하며, 항만 근처에서도 원형극장이 발견된다. 여름에는 가까운 욀류데니즈에 다양한 레포츠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몰려서 관문 도시인 페티예 역시 붐빈다.)
안탈야에서 버스를 타고 약 3시간을 달려 페티예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어디로 갈지 모르는 나를 어떤 터키인 아저씨가 길안내를 해주었다. 처음에는 그 아저씨의 호의인줄 알고 받아들였지만 나중에 보니 투어 호객행위였다. 결국 90디나르(한화 약 45000원)에 패러글라이딩을 예약하고 숙소에 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다른 곳에서 더 싸게 예약할 수 있었다.안탈야를 떠나자마자 시작된 비는 내가 페티예에 머무는 동안 계속 내렸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스럽게도 페티예에 머무는 이틀째 날 패러글라이딩을 할 수 있었다. 아침부터 끊임없이 내리는 비로 인해 패러글라이딩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약 3시간의 기다림 끝에 패러글라이딩을 시작하는 바비산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산에서는 눈이 계속해서 내리고 있었다. 그래서 같이 패러글라이딩을 하러 올라갔던 사람들과 함께 눈이 그칠 때 까지 계속 기다렸다. 끝이 없을 것 같았던 기다림 끝에 드디어 패러글라이딩을 할 수 있었다. 패러글라이딩의 3대 성지라고 불리는 욀뤼데니즈의 해변 위를 날아다니는 기분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날씨가 좋았더라면 에메랄드빛의 욀뤼데니즈 해변을 좀 더 잘 볼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점이다. 패러글라이딩이 끝나고 저녁을 먹기 위해 옆 숙소에 머물고 있던 한국인들과 만났다. 페티예에서는 수산시장이 유명한데, 시장에서 오징어, 새우, 생선 등을 사면 바로 근처 야외식당에서 요리비만 받고 우리가 산 해산물 재료를 요리해준다. 튀길지, 구울지, 쪄먹을지 요리 방법도 정할 수 있다. 비록 페티예에 있는 내내 비가 오는 날씨였지만 처음으로 패러글라이딩도 해봤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다.
<페티예의 수산시장>
한 달간 터키를 여행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음식들을 먹고 많은 것들을 보았다. 처음으로 혼자 하는 여행이기 때문에 불안한감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터키에서의 여행은 정말 즐거웠다. 많은 여행객들을 상대로 한 지나친 호객행위 때문에 기분이 상할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보다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터키사람들의 친절함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들도 많았다. 터키는 겨울이 우기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여행 할 때 한 달의 절반은 거의 비가 계속 이었다. 여행을 하면서 날씨로 인해 고생을 많이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추억이다. 기회가 된다면 여름의 터키도 방문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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