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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지중해지역원 조회 3,447 조회 날짜 19-06-0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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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숨결이 살아있는 도시, 아테네


노한아(지중해지역원 차세대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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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를 방문한 지도 어느 덧 10개월이 지났다. 지역원에서 지중해국가를 방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고, 첫 현지조사 방문지로 망설임 없이 그리스를 선택했다. 그리스는 나에게 고대 문명이 발흥한 곳이자, 고대 이집트의 미술과는 달리 조화롭고 완벽한 균형미를 보여주는 ‘미술 혁명’이 일어난 곳으로 각인되어 있었다. 이에 앞서 작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접한 그리스 영화 ‘폭력녀(Miss Violence)'를 보고난 후 나는 그리스를 예전과는 다르게 현실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이 영화는 한 가족이 평온해보이지만 점점 갈수록 무엇인가 삐뚤게 가고 있는 일상을 통해서 현대 그리스의 경제 침체를 고발하고, 국가 내부적으로는 윤리적인 모순이 있음을 비판한다. 이 영화를 계기로 그리스의 위기에 대해 재고하게 되었고 현대 그리스의 모습은 어떠한지 확인하고 싶었다. 물론 서양문명의 요람이자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고대 그리스 미술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설레었다. 


1월 9일, 아테네 공항에 도착하기 전 유리창 밖으로 펼쳐진 발칸반도 남단의 푸른 지중해는 그 늠름한 자태가 5만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테네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보이는 올리브 나무와 담청색 가득한 하늘은 1월 초의 춥고 건조한 우리나라와는 달리 매우 포근한 그리스 날씨를 느끼게 해주었다. 활동하기 좋은 날씨 덕택에 아테네에서의 기억은 매일매일 새로웠다. 국제 공항에서 신타그마(Syntagma)행 X95번 버스를 타고 1시간정도를 달렸다. 시내로 진입하자마자 세련된 도시라는 인상보다, 낡은 하얀색 건물에 수놓아진 알록달록한 그래피티(grafitti)와 여기저기 보이는 진한 녹색의 나무들의 조화가 인상깊게 다가왔다. 신타그마역에서 아요스 안토니오스(Agios Antonios)행 지하철을 타고 메탁수르기오(Metaxourghio)역에 내려 근처 숙소에 짐을 풀고 아테네 시내를 둘러보려 나섰다. 중심가를 돌아다니면서 제일 먼저 깨달은 사실은 젊은 세대보다 남성 고령인구가 비교적 많았다는 점이다. 그 다음으로 알게 된 것은 생산 활동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제조업은 매우 취약했고 산업구조가 관광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실로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2010년 초반 유럽으로까지 미치면서 그리스 역시 경제위기가 찾아왔다. 이와 같은 배경 외에도 그리스 정부의 방만한 재정운영은 그리스 경제를 악화시키는데 일조했다. 하지만 그리스 인구가 점점 고령화되면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내수경기가 침체되고 산업생산이 저조해졌다. 반면 복지예산은 증가하다 보니 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서면서 결국 재정악화가 발생한 것이다. 아테네 중심가를 걸으면서 그리스의 현실을 마주하니 자연스럽게 그리스 경제에 대한 향후 해결책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아테네에서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아크로폴리스였다. 그 근처 주민들이 알려준 길을 따라 아크로폴리스를 향해 올라가던 중에 1976년에 세워진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어진 카넬로풀로스(Kanellopoulos) 박물관이 보였다. 메자닌(Mezzanine) 즉, 박물관 내부의 층과 층 사이에 설치된 중간층에서부터 고대 그리스의 신석기 시대와 청동기 시대의 예술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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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키클라데스와 미노아 그리고 미케네 문명의 예배식 도구(cult object)들도 꽤 많이 전시되어있었다. 아크로폴리스를 보기도 전에 이 조그만 박물관안에 마련된 엄청난 양의 예술품을 보는데 거의 1시간정도 걸리다보니 아테네는 분명 곳곳에 문화유산들로 넘쳐날 것이 분명해보였다. 

아크로폴리스는 도심에 위치한 요새화된 언덕 위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시내 어디를 가든 아테네 사람들은 길을 알려줄 때 아크로폴리스를 기준으로 설명했다. 고대 올림픽 경기장을 방문했을 때도 고개만 돌리면 아크로폴리스가 저 멀리 보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아프로폴리스가 위치한 성스러운 바위(The Sacred Rock)위에 있는 프로필라이온(Propylaion)에 다다르면 등 뒤로 아테네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프로필라이온이 있는 곳이 아크로폴리스의 서쪽이다. 그리고 아크로폴리스 박물관과 디오니소스(Dionysos) 극장은 남쪽에 위치하며 고대 아고라가 북쪽에 위치해있다. 아크로폴리스 출입문에서 오른쪽을 보면 헤로데르 아티쿠스(Herodes Atticus)극장에 시선을 뺏기게 된다. 언뜻 보면 폐허처럼 보일 수 있지만 멀리서 조망하면 장엄한 모습에 입이 딱 벌어지는 이 곳은 1950년에 재건된 이래로 매년 아테네 페스티벌이 열리는 중요한 장소가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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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라이온을 지나면 오른쪽에 저 멀리 꿈에 그리던 파르테논 신전이 보인다. 보수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지만, 신전을 둘러보는 내내 철골 구조에 전혀 방해 받지 않았을 정도로 아테네에 왔다는 사실을 몸소 느끼는데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도리아식 양식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 신전은 페르시아에 의해 파괴된 옛 터에 아테네의 수호신인 아테나를 위해 지어졌다. 거대한 기둥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얇아지는 형태를 하고 있어 그 위에 있는 엔타블러처(enterblature, 트리글리프와 메토프로 구성된 프리즈를 포함)를 가볍게 받들고 있는 인상을 준다. 비잔틴 제국 시대에는 성 마리아 성당으로 사용되었고 오스만투르크제국 때에는 터키의 요새로 제공되었다.   

파르테논 반대편에 있는 에레크테이온(Erechtheion)을 보면 아름다운 여신들이 기둥의 역할을 하면서 신전 지붕을 받들고 있는데 그 자태가 매우 아름답고 여유롭기까지 했다. 아테네를 다른 신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아테나가 이 곳에 올리브 나무를 심었다는 이

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카리아티데스(Caryatides) 즉, 여인상의 기둥들은 다 복제품이고 진품들은 아크로폴리스 박물관과 런던 대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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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로폴리스 남쪽 아래에는 디오니소스 극장이 있는데 내가 본 그리스 가이드북에서는 디오니소스 극장과 헤로데스 아티쿠스 음악당을 착각하여 표기하는 바람에 찾아가느라 애를 먹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인 디오니소스 극장은 그리스 3대 비극 시인이라고 불리는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의 연극이 공연되었던 곳이고, 만 오천명이나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써 지금도 각종 공연이 열린다고 한다. 맨 앞줄은 귀족들이 앉는 자리라고 하는데 자세히 보면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극장의 크기를 가늠해보려고 자리에 잠시 앉아 쉬고 있으니 TV나 책 속에서만 보던 고대 그리스인들이 웃고 즐기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라 감회가 새로웠다. 

오후 쯤 되어 아크로폴리스 광장 초입으로 내려가면서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을 찾아갔다. 아크로폴리스와 관련된 유물과 고대 아테네 그리고 그리스 신화와 관련된 예술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매우 큰 규모의 박물관이었다. 박물관이 위치하고 있는 부지 역시 고대 그리스의 유적지라서 발 아래에 옛 터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이 박물관은 파르테논 신전의 구조와 동일하게 지어졌는데 이는 신전에 있던 유물들을 똑같은 위치에 가져다 놓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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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피아 제우스 신전(The Temple of Olympian Zeus)과 하드리아누스 문(Hadrian's Gate)을 향해 출발한 날은 특히 햇빛이 강렬한 날이었다. 1월 달의 지중해성 기후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맑은 날씨여서 관광객들이나 아테네 시민들은 옷차림이 매우 간편했다. 하드리아누스 문은 의외로 썰렁한 편이었다. 오히려 제우스 신전은 처음 봤을 때의 감동이 파르테논 신전 때와 맞먹었다. 그리스 신들 중 최고의 권력자이자 올림피아 주인인 제우스를 위해 지어진 것을 고려하면 이 기둥이 왜 거대한지 설명이 된다. 가까이서 보면 가장자리의 기둥은 가운데에 있는 기둥보다 좁은 간격으로 세워져있다. 이처럼 균형적이지 않게 신전을 지었기 때문에 멀리서 보았을 때 제우스 신전이 직사각형으로 보이는 이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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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아고라는 시간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는 곳이었다. 고대 그리스의 번영이 이루어졌던 곳을 거닐며 자연스럽게 당시 모습을 상상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고대 아고라는 도시의 행정과 무역의 중심지였다. 기원전 6세기에 이 곳에는 공공건물이 들어서면서 도시의 중심이 되었고 사회적, 종교적, 상업적인 활동이 이루어지면서 야외 연극공연과 체육대회도 열렸던 곳이었다. 무엇보다도 여기서 가장 중요한 행정과 사법적 기능이 행해졌고 더불어 정치적 집회도 열렸기 때문에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고대 아고라 언덕 위에 헤파이토스 신전이 있는데 이는 파르테논 신전보다 더 이전에 세워졌는데도 보존 상태가 좋다. 이 신전의 옆에는 고대 아고라를 보여주는 지도가 나와 있는데, 이 지도를 보고 있으면 정말 고대 그리스인들의 삶이 나타나있어서 시간을 거슬러 그 시대로 한번 가보고 싶은 욕망이 솟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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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아고라에서 나와 상점들과 카페가 즐비한 모나스트라키(Monastraki) 광장으로 갔다. 그 곳엔 그리스가 로마의 지배를 받으면서 생긴 로만 아고라가 있었고 의외로 규모가 작았다. 로만 아고라 말고도 하드리안 도서관이 있었는데 이 곳은 정부기록물 보관서가 있는 동시에 철학을 가르치는 곳이었다고 한다. 이 광장 옆에는 수많은 타베르나(Taverna) 즉, 그리스의 작은 레스토랑들이 즐비한데 그 중 타나시스(Thanasis)라는 맛집에서 먹었던 양고기가 올려진 케밥과 닭고기 수블라키는 정말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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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블라키(Souvlaki)는 그리스 전통 꼬치구이 음식이다. 주로 닭가슴살, 돼지고기, 양고기를 숯불에 구워서 지중해식 채소들과 곁들여 먹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수블라키를 먹으면서 한국에서도 아테네의 이 맛을 찾을 수 있는 레스토랑이 있길 하고 바랐다. 아테네에서의 마지막 날은 국립 고고학 박물관과 비잔틴 박물관을 방문했다. 먼저 국립 고고학 박물관에서는 아르카익(archaic) 시대 때 세워졌다는 아르테미온(Artemion) 신전에서 나온 유물인 말을 타는 소년의 청동상이 있다. 또한 사람의 키보다 훨씬 큰 포세이돈 혹은 제우스의 청동상이 있는데 그리스 미술의 특유한 운동감을 잘 살리고 있다. 그 외에도 트로이 전쟁 때의 총사령관이었던 아가멤논의 황금 마스크도 전시되어있고 여러 석고상들이 소장되어 볼거리가 많았다. 고고학 박물관을 뒤로하고 신타그마 광장을 지나 국회의사당 쪽으로 쭉 가다보면 왼편에 비잔틴 박물관이 있다. 비잔틴 시대의 유물과 예술품을 전시하는 박물관으로는 유럽에서 유일한 곳이다. 특히 이 곳은 다른 박물관보다 공간배치와 안내가 꽤 잘되어 있는 곳이라서 작품들을 감상하기에 매우 편했다. 이 곳에서 초기 바실리카 양식을 가진 성당과 비잔틴 시대의 성당 그리고 비잔틴 이후의 성당의 내부 모습도 시대에 따른 변천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또한 다양한 모자이크와 각종 이콘(성화)들을 한꺼번에 보니 수집규모가 실로 대단했다. 현재 비잔틴 미술과 관련된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보니 아테네의 비잔틴 박물관은 다시 방문해야 할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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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에서의 일주일은 정말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첫 현지조사 방문지여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날씨도 계절과는 달리 무척이나 좋았고 그토록 실제로 보고 싶던 것들이 우수수 쏟아져서 매일매일 설렘으로 가득 찼다. 여행 내내 아테네의 과거와 현재가 나를 가운데 두고 대면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유적지와 박물관 위주의 현지조사였기 때문에, 그리스적인 미술 양식을 직접 볼 수 있어서 참 값진 경험이었다. 단순하고 기하학적인 문양의 도기에서부터 조각, 건축에 이르기까지 고대 오리엔트 제국의 미술가들과는 달리 그리스인들은 그들만의 미술을 스스로 모색해 나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스의 도기만 봐도 더 이상 고대 이집트 미술가들만의 방식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기 표면에는 팔과 손이 딱딱하게 묘사되지 않았고 인물의 윤곽을 명백하게 표현하려 했고 이는 곧 미술가 자신이 바라보는 각도를 참작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물론 헬레니즘 시대에 와서는 새로운 문화와의 접촉으로 좀 더 양식이 다양화되었으나 세련미와 조화미는 줄어들고 거칠고 강한 인상을 주는 동적인 느낌을 강조하게 되었다. 전반적인 그리스 미술 양식의 변천과정은 아테네에 있는 박물관을 방문하면서 다시 새롭게 배울 수 있었다. 여행 후에도 그리스에 대한 관심은 예전보다 더 생겼다. 일부러 그리스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고 그리스 경제나 사회, 정치 상황은 어떤지도 공부하게 되었다. 또 논문을 준비하는 동안에 비잔틴 미술관에서의 짧았지만 강렬했던 시간들이 더 간절해졌고 더불어 아테네에서의 일주일도 추억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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