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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S Travel _ 온정이 넘치는 요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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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지중해지역원 조회 6,664 조회 날짜 22-01-1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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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정이 넘치는 요르단



진소영(부산외대 글로벌지역학과 박사과정, jsy13907@naver.com)

  

요르단은 레반트의 중심에 위치하며 오랜 역사를 간직한 나라이다. 언어는 아랍어이며 국민 대부분이 이슬람을 믿고 있다. 면적은 한국보다 조금 작지만, 오래전부터 다양한 문명과 종교가 교류하기도 하고 부딪치기도 하였던 신화와 역사의 땅이다. 

나는 부산외국어대학교에서 아랍어과를 졸업하고 요르단의 이르비드에 위치한 야르묵대학교에서 언어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유학할 당시에는 우리나라와 다른, 난생처음 접한 문화권에서 공부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지만, 지금은 하나의 추억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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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시대라고는 하지만 한국에서 요르단의 수도인 암만까지 가는 길은 매우 멀다. 인천에서 카타르 도하까지 가서 비행기를 갈아타고는 3시간을 더 가야지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 도착한다. 처음 이르비드를 접했을 때의 강렬한 기억은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서 잊히지 않는다. 작렬하듯 쏟아지는 강렬한 햇볕에 타오르는 땅과 모래 빛 건물들이 마치 사진 속 아랍의 풍경을 그대로 재현하듯 내 눈앞에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미지의 낯선 공간이었던 요르단이 온정이 넘치는 곳으로 변화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요르단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딸과 함께 있던 남자에게 길을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는 다짜고짜 나에게 자신의 자동차를 타라고 하더니 시동을 걸고는 내가 찾던 장소까지 데려다주었다. 감사의 표시를 하려고 하였으나 그는 손사래를 치며 ‘너는 우리의 손님이며 우리나라에 온 것을 환영한다.’라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때부터였을까? 요르단이라는 나라에서 온정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본 글에서는 내가 요르단에서 느꼈던 여러 가지 따스했던 일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환대문화 


요르단의 가정에서는 일반적으로 이방인을 집으로 초대하여 환대한다. 이러한 전통은 사막의 황량함과 관련된 것으로 메마른 사막에서 물과 음식이 제공되지 않으면 그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낯선 이를 초대하여 물과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아랍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차와 커피를 마시는데 손님을 접대할 때도 역시 차와 커피를 꼭 내오곤 한다. 아랍식 커피에서는 특유의 향이 난다. 그 이유는 2~3스푼의 커피 가루에 생강, 정향, 사프란, 카다뭄 등의 향신료를 함께 넣고 끓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진한 맛의 아랍식 커피가 완성된다. 보통 손님을 접대하는 방은 화려하게 꾸며져 있는데, 이는 손님 환대를 중시하는 문화 때문이다.

대부분의 아랍 가정처럼 요르단도 대가족 제도가 일반적이지만, 현대사회에 접어들면서 핵가족으로 구성된 가정들이 점차 늘고 있다. 일반적인 아랍 가정에서는 여성이 가사를 전담하지만, 오늘날 요르단 사회도 인식이 많이 변했기 때문에 남성도 가정에서 여성을 돕고 여성도 남성을 돕는다. 내게 이슬람에 대해 가르쳐주던 한 남자의 집에 초대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는 매우 가정적이었으며 맞벌이하는 아내 대신에 요리를 전담할 뿐만 아니라 식사 후 설거지까지 도맡아 하기도 했다. 이슬람 남자들은 권위적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직접 겪어본 바로는 대부분의 남편이 가사 일을 함께하며 가정을 꾸려나갔다.

직접 경험했던 요르단의 손님 환대 중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가장 친한 친구였던 야아룹의 초대와 지도교수님의 초대였다. 야아룹은 석사과정 동기이며,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여학생이었다. 그녀는 나를 초대하여 요르단 전통음식을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무로 김치를 만들어 나를 대접해주기도 하였다. 유학생이었던 내가 한국 음식이 그리울까 봐 유튜브를 보고 손수 김치를 만들어 주었던 것이었다. 외국인이었던 나를 배려하여 한국 음식을 대접해준 것은 지금 생각해도 감동적이다. 

 그리고 지도교수님께서는 졸업을 축하해주시기 위해 요르단 전통음식을 대접해주셨다. 요르단의 전통음식인 만사프는 밥 위에 삶은 양고기를 얹고, 그 위에 발효된 요구르트를 끼얹어 먹는 음식이다. 교수님께서는 귀한 손님에게 대접한다는 의미로 양 머리가 있는 만사프를 대접해주셨다. 외국인 학생이라서 소통하는 것이 무척 불편하셨을 텐데 마지막까지 따스하게 대접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식사를 했던 기억이 있다. 

낯선 이를 집에 초대하고 음식을 대접하여 온정을 베풀면서 작은 인연도 소중히 여기는 그들에게 지금도 매우 감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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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요르단에서 기분 좋은 추억들을 많이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 때문이다. 요르단에 처음 도착해서 히잡을 두른 여자들을 보며 낯설다는 느낌과 함께 내가 아랍권 국가에 왔다는 것을 실감하였다. 처음에는 히잡을 쓴 여성들이 낯설게 느껴졌었는데,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그들의 따뜻함과 배려심 덕분에 요르단에서 잘 지낼 수 있었다.

요르단에서 공부를 하면서 매우 많은 사람을 만났다. 중년의 여성들은 나의 어머니가 되어주기도 했으며, 또래의 친구들은 내게 없어서는 안 되는 좋은 친구들이 되었다. 요르단에서 만난 친구들은 따스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다른 이들을 대하는 사람들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고마운 친구는 앞서 언급한 야아룹이었다. 야아룹은 나의 석사 동기이며, 초등학교의 아랍어 선생님이기도 하였다. 그녀는 나에게 학업적인 도움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내가 대학 생활에 잘 적응하고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게끔 해준 친구였다.

비록 문화와 종교는 다르지만 낯선 이를 향한 관심과 배려 속에서 그들과 이질감 없이 하나가 됨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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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온정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시장을 방문하면 현지인들의 생활 모습이나 그 나라의 문화를 깊게 느낄 수 있다. 요르단에서는 어느 시장에 들어서더라도 대추야자를 비롯해 원색의 과일과 채소가 다양하다. 드넓은 사막에 둘러싸인 국가라는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시장에서는 싱싱한 과일과 채소가 가득하다. 아랍의 시장은 우리나라의 시장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점이 있는데, 이는 상점 안팎에서 일하는 사람 대부분이 남자라는 것이다. 또한, 외출을 잘 안 하는 여자 대신 장 보는 것도 남자들이 한다. 이는 비교적 개방적이라고 생각했던 요르단에서 볼 수 있었던 보수적인 모습이었다.

시장에 들어서면 동양인이라는 점 때문에 나는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곤 했다. 손님을 끄는 활기찬 목소리들을 들으며 시장을 걷다 보면  나에게 맛보라며 과일을 건네주는 상인들이 종종 있었다. 사과를 1kg을 구매하면 덤은 기본이고 오렌지나 다른 과일들을 맛보라며 따로 챙겨주는 인심까지 있었다. 시장 상인들의 넉넉한 인심 덕분에 풍족한 마음으로 가득한 장바구니를 안고 집으로 돌아갔던 기억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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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요르단에 도착하여 생활했을 때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이슬람 문화권에서 아시아 여성으로 생활하는 것 자체가 큰 어려움이었다. 이러한 환경의 차이와 그들의 시선 때문에 유학 초기에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지만 이내 그러한 시선은 차별이 아니라 호기심으로부터 오는 관심이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내게 호의를 베풀어 주는 사람이 주위에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요르단이 따뜻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편견과 선입견을 버리는 순간부터 그들의 따스한 온정 속에서 서로의 감정과 문화를 나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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