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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S Travel _ Jangan Risau(No Worries), 말레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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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지중해지역원 조회 323 조회 날짜 20-03-30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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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gan Risau(No Worries), 말레이시아!  


김 지 수 (지중해지역원 차세대연구원, erenofk@gmail.com)



2020년 새 해의 첫 한 달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보내게 되었다. 말라야 대학교 할랄 연구센터(UMHRC : University of Malaya Halal Research Centre)와 지중해지역원(IMS)이 2018년 겨울을 시작으로 진행하는 학술교류의 일환으로 대학 관계자와 현지 학생들을 인터뷰 할 기회가 생긴 일이었다. 논문주제 -할랄의 법학파적 특성(가제)- 에 알맞은 인터뷰 대상자는 한국에서 좀처럼 찾기 힘들었던 터라 이번 기회가 더 기쁘기도 했지만 2019년 한 해, 두 학기를 내리 달려오다가 (이유가 무엇이든) 해외에 나가려니 설레는 맘이 없잖아 들었다. 공부하러 간다고 열 번 말할 때 마다 두어번은 인터넷에 ‘쿠알라룸푸르 한달 살기’를 검색했다. 공부하기에 유용한 정보는 생각보다 별로 없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쿠알라룸푸르에 한달 씩 사는 사람들은 자녀를 국제학교에 보내는 엄마들이었다.) 결국 환전은 공항보다 시내가 좋다더라, 현지 유심(SIM)카드는 공항에서 살 수 있다더라, 하는 정도의 정보만 찾아 핸드폰에 메모해두고 비행기에 올랐다. 

   

말레이시아 : 덥고, 저렴하고, 못사는 나라 


IMS 스토리에 글을 게재하자는 제의를 받고 지난 여행을 쭉 돌이켜보았다. 생각보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맥도날드에서조차 동남아의 향이 나더라, 날씨가 더워도 너무 더운데 내가 방문한 1월이 속한 11-3월은 우기라 그나마 선선한 편이라고 웃더라, 밥에 튀김쥐포 같은 것을 얹어먹더라, 등등 많은 말을 고르다가 말레이시아의 첫인상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말레이시아를 ‘우리나라의 7-80년대를 살고 있을 것 같은 나라’, 동남아시아의 많은 나라처럼 (모든 오류는 여기에서부터 시작한다) ‘자연이 아름답지만 날씨가 덥고 못 사는 나라’, 정도로 여기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음을 한국에 돌아와서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중에는 떠나는 순간까지 무지하던 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말레이시아는 195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여(당시 이름은 ‘말라야 연방’ 이었다.)  1963년 싱가포르, 사라왁, 사바와 함께 ‘말레이시아 연방’을 결성하였다. 이후 1965년 싱가포르가 탈퇴하기는 했지만 남은 연방들이 현재까지도 ‘말레이시아 연방정부’를 이루고 있다. 말레이시아가 입헌군주국가이자 연방국가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다시 한 번, 무지하던 나도 포함되어있다) 이는 다른 연방국가와는 달리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정책 및 성향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느꼈다. 말레이시아의 13개의 주와 3개의 연방직할구로 구성된 행정구역 중 9개 지역은 고유의 왕실을 갖추고 왕(술탄)을 주의 지도자로 삼는다. (그 외 지역은 국왕이 임명한 주 총독이 담당한다) 그리고 국가원수(국왕)은 9개 지역의 술탄이 교대로 맡는다.


과거의 역사를 모르고 보더라도 현재 말레이시아는 아세안(ASEAN : 동남아시아 국가연합)회원국이자 동남아시아 물류의 중심, 그리고 무엇보다 동남아시아 이슬람국가들에게는 할랄산업의 중심지로 그 입지를 다지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자연이 아름답고, 날씨가 덥고, 사람들이 착하고, 물가가 저렴하지만 못 사는 나라’ 로서의 말레이시아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나 있을법한, 지극히 일부의 모습이었다. 공항에서 쿠알라룸푸르 시내까지 공항철도로 30분, 자동차로는 40분남짓 걸리지만 고속도로가 굉장히 잘 정비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내비게이션 시스템, 하이패스 시스템, 그리고 한국에는 상용화되지 못했지만 미국에서는 익숙한 ‘우버(Uber)’의 동남아시아 버전 ‘그랩(Grab)’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어 차가 없는 외국인도 불편하지 않게 다닐 수 있었다. (일반 택시도 있지만 그랩을 이용하는 편이 더 저렴하고 안전하다) 말레이시아에 대한 애정으로 위와 같은 모든 오해에 대해 반론하겠지만 딱 하나 애정으로는 되지 않는 문제도 있었으니, 1월 영하의 날씨에 살다 온 한국인에게 최저온도 28도 최고온도 36도, 습도 85%에 달하는 날씨는 변론할 수 없이 덥더라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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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방에서 내다본 거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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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쿠알라룸푸르 중앙역. 1910년 영국 식민지배 당시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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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모스크 앞 전경. 국립모스크는 코로나19사태로 인해 폐쇄되었다> 



말라야대학교 할랄 연구센터 (UMHRC)


말레이시아에 약 한달 간 머무르는 동안 말라야대학교 할랄연구센터(UMHRC)는 내가 속해있다고 말할 수 있는 곳이었다. 2018년 겨울, 할랄연구센터 측에서 지중해지역원을 방문했을 때 잠깐 얼굴을 익혀둔 것이 전부였는데도 인사차 방문한 두어시간 동안 필요한 책, 그보다 더 귀한 사람(인터뷰는 나의 제1목표였으므로), 내가 구할 수 없는 자료 등 정보가 쏟아졌다.

말라야대학교는 2020년 기준 아시아대학 13위에 등극하고 ‘말레이시아의 서울대’라고 불릴만큼 높은 수준을 자랑하는 말레이시아 제1의 국립대이다. 특히 ‘이슬람 학’전공과 관련 세부분야가 잘 설계되어 있어 내게는 문헌자료수집과 전문가 인터뷰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그 전문가들이 인터뷰에 응해주지 않을 경우는 생각하지 않는 호기로움까지!) 공교롭게도 학교를 방문할 때 마다 비가 쏟아져 좋은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지만 여러 번 방문할 때 마다 학교의 규모와 잘 꾸며진 교내 전경을 구경하느라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특히 연구센터장 잘리나(Zalina) 교수와 연구센터의 연구보조원들은 말레이시아에 있는 동안 좋은 선생님, 좋은 친구, 좋은 가족이 되어주었다. 외국인으로서 처음 가 보는 나라에서 한달이나 ‘버텨야’ 하기에 모든 사람과 모든 음식을 덥석 믿을 수 없었지만 말라야대학을 방문하고나서 적어도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믿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유감스럽게도 떠나는날 까지 음식은 믿을 수 없었다) 조금 더 시간이 있었더라면, 조금 더 여유로운 일정이었다면, 조금 더, 조금 더, 아쉬운 점을 꼽자면 끝이 없지만 올 여름 서울에서 개최될 할랄 엑스포에서 다시 만날 일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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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야대학교 정문. 정문에서 가장 안쪽 건물까지 차로 15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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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야대학교 할랄연구센터(UMHRC) 센터장 잘리나(Zalina)교수> 



말레이시아의 할랄산업 : 믿음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들


말레이시아는 다문화-다인종 국가이다. 이슬람을 국교로 삼고 있으나 무슬림은 전체 인구의 60%밖에 되지 않는다. 이슬람국가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슬림 인구수가 적은 편이다. 말레이시아 거리를 다니다 보면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인도계 말레이시아인, 그리고 말레이계 말레이시아인, 세 가지 민족이 뒤섞여 살아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여전히 무지한 내가 알지 못하는 소수민족은 더 많을 것이다) 이미 다문화 사회에서 살고 있는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외국인에게 친절하고 타 문화에 우호적이다. (가끔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남한, 북한? 하고 질문하기는 하지만 절대 악의는 없을 것임을 보장할 수 있다.)

     

한편, 이슬람을 국교로 하는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 할랄산업의 중심지를 목표로 한다. ‘할랄(Halal)’은 아랍어로 ‘(종교적으로) 허락된’ 이라는 뜻으로 무슬림이 먹고 마시고 생활하는데에 가장 근본적 규율로 작용한다. 실제로 말레이시아 마트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상품은(음식이든 생활용품이든) 할랄인증을 받은 제품들이다. 특히 말레이시아 총리실 산하부처 ‘이슬람 개발부(JAKIM)’에서는 1980년대부터 말레이시아에 수입되는 제품(이후 국내 생산품으로까지 확대한다)에 대하여 할랄인증업무를 전담하며 말레이시아의 할랄인증기준을 동남아시아 표준기준으로 확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말레이시아도 국가이기에 할랄산업에 정치적 요소가 온전히 배제될 수는 없겠으나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그 또한 주의깊게 지켜볼 문제라고 말한다. 말레이시아 연방정부에서 내린 법령 중 강제성을 띠는 것은 헌법에 관련한 내용 뿐, 주정부에서 옳지 못하다고 판단되는 이슬람법은 아무리 연방정부의 법령이라 하더라도 시행하지 않을 권한이 있다. 

말레이시아의 무슬림들은 당당하게 ‘말레이시아는 헌법이 이슬람법보다 우선시 여겨지는 국가’라고 말한다. 인터뷰 응답자들은 ‘말레이시아 정부는 무슬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지만, 비무슬림에게 불이익을 부여하지 않는다’ 는 것에 동의했으며 최근 이슈가 되는 ‘비(非)할랄’제품 표기에 대해서도 ‘비무슬림에게 부당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말레이시아인들은 헌법을 우선시 하는 이슬람국가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믿음만으로(특히 그것이 정치적으로 강요된 믿음이라면 더욱)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음을 그들은 우리보다 더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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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이슬람개발부(JAKIM)건물. 행정도시 푸트라자야(Putrajaya)에 위치하고 있다> 



사람을 귀하게 대하는 사람들

    

말레이시아에서 외국인으로 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No Worries' 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것이다. 관광이 목적이 아니었기에 귀국할 때 가지고 갈 성과물이 있어야 했고, 무지함과 걱정 외에 가진 것이 없던 나는 그 말에 크게 위안을 얻지 못했지만,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이방인을 위해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대신 쓰레기를 버려주고, 하루뿐인 휴일에 시간을 내어 생필품을 살 수 있게 도와주고, 음식을 잘 몰라 고생하자 시식용(!) 음식을 만들어주는 사람들이었다. 걱정하지 말라는 ’말‘에 익숙해져 답답해하던 내가 조금 부끄러워졌다. 이 사람들은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었는데. 말레이시아에 고작 한 달 남짓 있었을 뿐인데 그 더운 나라에 이렇게나 홀랑 빠져버린 이유는 아마도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그 사람들 때문일 것이다. 이슬람국가가 현대 국제사회에서 가지는 고정관념적인 이미지 (귀를 틀어막고 남의 말을 듣지 않으려는 고집불통이라고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잘 안다는 듯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자신 만큼이나 타인의 문화와 종교를 귀히 여김을 매 순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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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말레이시아 방문은 목적의 차이, 일정 등을 제외하고라도 코로나19 사태의 시작이었기에 인터뷰 일정을 마칠 즈음에는 대부분의 관광지가 폐쇄되었다. 현재는 군과 경찰이 모두 개입하여 식료품 구매(재고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등 뚜렷한 목적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행동을 제한하고 있다고 한다. 주(州)간 이동이 금지되어 본가에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고 많은 외국인 친구들도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며칠 전 전해 들었다. 우리는 서로 문자로, 통화로, 가끔 집에 갇혀있는 것이 답답하고 불안할 때는 영상통화로, 안부를 주고받고 서로의 안녕을 바랐다. 


본 글의 제목을 ‘Jangan Risau(No Worries)’라고 붙인 것은 그 말이 주었던 어색한 안도감이 다시 그들에게도 돌아가길 바라기 때문이다. 코로나19사태로 인해 인파가 몰리는 주요 관광지를 돌아보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곧 다시 기회가 있을 것임을 믿고, 지금은 현지의 안정화와 선하던 사람들의 안녕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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