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S Travel _ 모로코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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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여행기
이희민(부산외대 아랍어과)
학교 해외교류 프로그램에 선정된 우리는 여름방학을 시작한 7월 아프리카 서쪽 끝에 자리 잡은 모로코로 출발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직항 편이 없기 때문에 프랑스를 경유해서 가기로 결정했다. 10시간 넘는 비행 끝에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밤 11시가 되었을 무렵이었다. 다음날 6시 비행기가 예약되어 있던 터라 시내 구경은 포기한 채 공항 한편 자리 잡은 쉼터에서 첫날밤을 보내었다. 다리를 다 필수는 없는 조그마한 소파였지만 오랜 비행 탓에 나에게는 어느 좋은 침대 못지않게 편안함을 주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마라케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현지 도착은 아침 9시 무렵이었는데 모로코 공항에서는 내 ․ 외국인 구분 없이 한꺼번에 입국심사를 하기 때문에 꽤 오래 시간이 지체되었다. 공항을 나왔을 때는 점심 무렵이었다. 택시를 타고 한국에서 예약해뒀던 에어비앤비 숙소로 출발했다. 숙소 위치는 마라케시 중심부에서 멀지 않은 압델라구에 있는 마조렐아파트였다. 마라케시는 인구수로는 수도인 라바트보다 많은 인구가 살만큼 대도시인데 우리가 머물렀던 루이다트 지역은 그 가운데서도 부촌으로 손꼽히는 지역이었다. 도착한 날은 오랜 이동으로 지친 터라 근처 가까운 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한 후에 숙소에서 친구들과 프랑스에서 구매해온 와인을 마시며 마무리 했다.
다음날 아침은 숙소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케밥을 먹었다. 맛은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독특한데 아마도 할랄 고기를 사용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맛있게 먹었는데 같이 갔던 친구 중에는 입에 맞지 않는 친구도 있었다.
<케밥>
식사 후에 향한 곳은 자르댕 마조렐 우리말로 하면 마조렐 정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은 프랑스의 유명 디자이너 이브 생로랑이 생전에 살던 곳으로 그가 죽은 후에는 그가 살던 집을 박물관으로 개조하고 정원을 꾸며 놓았는데 마라케시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였다. 정원 한편에 생로랑의 무덤이 있고 정원 곳곳에는 생전의 그가 좋아하던 꽃과 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었다. 생전에 그가 살던 집은 베르베르 뮤지엄으로 개조되어 다양한 유물들이 있었는데 이곳은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찍지는 못했지만 안에는 화려한 장식의 금목걸이와 귀걸이가 많았다. 박물관에서 그의 일대기를 영화로 보여주었는데 생로랑은 튀니지 태생으로 어린 시절 대부분을 튀니스에서 보냈다고 한다. 성인이 된 후 디자이너 생활을 하면서 우연히 휴가차 오게 된 마라케시에 매력에 빠지면서 오랫동안 이곳에 머물렀으며 후에는 그의 유언대로 이곳에 무쳤다고 한다. 뮤지엄 옆에는 개장한지 얼마 되지 않는 이브생로랑 전시관이 있었는데 생로랑이 생전에 디자인한 옷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네 번째 날 우리는 바히야 ․ 엘바디 궁전으로 향했다. 이곳은 16세기 무렵 모로코 사이드왕조에서 지은 왕궁으로 건물을 축조하던 당시 주재료가 진흙이었던지 왕궁 외벽부터 건물 대부분이 모두 황토 빛깔이었다. 내부건물은 많이 파괴되어 옛 터의 흔적만 존재하고 있었지만 외벽의 규모만으로도 상당한 규모였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 높게 쌓은 담과 내부에서 물을 저장하도록 만들어진 공간은 한국을 비롯한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방식의 건축물이었다.
밤에는 현지에 있는 중식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했는데 맛은 있었는데 한국에서 먹는 맛과는 확연히 달랐지만 우리 입에는 왠지 모르게 익숙한 맛이었다.
다음날은 마라케시 중심지인 제마엘프나 광장으로 갔다. 이곳에는 수크(시장)가 있는데 다양한 공예품과 기념품을 팔고 있었다. 광장에서 조금 걸어가다 보면 커다란 광장이 나오고 이곳에 쿠투비야 모스크가 있는데 12세기 모아드 왕조시기에 지어진 건물로 며칠 전 보았던 왕궁에서처럼 이곳 역시 주재료가 흙으로 되어있어 연갈색 빛깔의 건물이었다. 사실 안을 조금 둘러보고 싶었는데 우리가 방문했을 때가 마침 예배시간이어서 내부를 둘러볼 수는 없었다. 이 날이 마라케시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는데 다음 날부터는 모로코의 내륙지방을 통해 사하라를 방문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다음날 준비를 위해 일찍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음날 아침은 서둘러 투어 준비를 했다. 아침 9시경 숙소 앞으로 우리를 데리러 온 가이드 아흐마드와 인사를 나누었다. 현지 여행사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였는데 영어를 할 줄 알아서 의사소통에는 큰 어려움은 없었다. 처음 모로코 여행을 계획할 때는 마라케시에서 카사블랑카를 통해 라바트로 가는 대서양 연안을 따라서 올라가는 코스를 계획했다가 남들이 흔히 가지 않는 곳으로 가보 자라는 생각에 동부 내륙을 통해서 마라케시에서 페스로 다시 기차를 타고 라바트로 들어가는 일정으로 변경했다. 투어 첫째 날에는 아이트벤하두에 방문하기로 했다. 이곳은 11세기 모라비드 왕조시기에 대상무역을 하던 상인들에 의해서 세워진 도시로써 현대까지도 보존상태가 뛰어나서 현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있다. 이곳에서는 할리우드 영화 촬영도 많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모로코에서는 유명한 관광지였고 우리가 방문했을 때도 많은 관광객이 있었다. 요새도시로서 높은 산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집은 지역 관리의 숙소였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도시 전역을 관찰할 수 있고 먼 곳에 있는 협곡부터 사막을 전부 볼 수 있었는데 살면서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엄청난 풍경을 볼 수 있었다.
한 시간 가량 아이트벤하두를 둘러보다 첫째 날 숙소가 있는 와르자자트로 출발했다. 가는 동안 보았던 아틀라스 산맥은 모로코를 가로지르는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였는데 높으면서도 위쪽은 평평한 고원이 지평선 너머까지 뻗어 있었다.
첫날 투어를 시작하면서 힘든 점이 있었는데 당시 여름기간 모로코 내륙지방 기온이 40도를 웃도는 날씨였는데 아흐마드는 차에 에어컨이 있어도 틀어주지 않아서 우리는 에어컨을 틀어달라고 요청했는데 그가 말하기를 이 정도 날씨는 더운 것이 아니라며 나중에 날씨가 더 더워지면 틀어주겠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이동하는 동안 조그마한 선풍기와 미스트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정도 날씨를 덥지 않다고 느끼는 모로코 사람을 보면서 새삼 놀라웠다. 투어의 이튿날 첫 방문지는 다데스벨리였다. 이곳은 커다란 협곡 사이로 계곡이 흐르는 지형으로 깎아 지르는 절벽은 끝을 볼 수 없을 만큼 높아서 카메라에 제대로 담을 수가 없었다.
어린아이들은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고 가족들은 옹기종기 모여 과일도 먹고 있었는데 우리도 잠시 계곡을 따라 산책을 했었다. 협곡으로 인해 생긴 그늘 때문에 날씨도 선선해서 휴양을 하기에는 제격인 것 같았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메르주가라는 도시였는데 이곳은 모로코에서도 가장 내륙지방으로 알제리와의 국경지대 근처에 있는 도시였다. 우리는 이곳에서 사하라로 들어가 베르베르인들을 만날 예정이었다. 다데스벨리스에서 3시간여를 달린 끝에 조금씩 사막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차에 온도계를 확인해보니 7월 사하라의 날씨는 48도였다. 차에서 내리기가 무서울 정도였는데 낮에는 이동하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에 근처 조그마한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저녁이 되면 사막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해가 지기 시작하고 노을이 생길 때쯤 가이드가 출발한다는 말을 해주었다. 사막에는 차를 타고 들어갈 수가 없고 대신 낙타를 타고 이동하는데 나는 태어나 처음 타보는 낙타여서 많이 긴장했지만 금세 무서움은 잊어버린 채 굉장히 재미있게 탔던 것 같다.
낙타를 타고 이동한지 40여 분 정도 지나가 내 주위엔 모래언덕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었다. 그야말로 사막의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언덕 2개 정도를 지나자 조그마한 텐트가 모여 있는 것이 보였는데 가이드는 저곳이 오늘 우리가 하룻밤 자게 될 숙소라고 했었다. 처음 숙소를 들어가 보고는 너무 당황했었다. 해는 어느덧 지고 하늘은 파란빛으로 물들고 있었지만 숙소 안은 지열 때문에 숨이 막힐 정도로 더운 데다 침대는 군대에서 보던 간이침대였기 때문이다. 오늘 당장 하루 어떻게 잠을 자야하나 밤을 새우는 게 나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숙소 담당자였던 베르베르인이 환영의 의미로 민트티와 대추야자를 주었다. 차를 마시면서 생각해보니 평생 에 한 번이라는 생각에 까짓것 이런 곳에서 한번 자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베르베리인과 저녁식사>
차를 마신 뒤에는 곧 이어 저녁식사도 준비되었다. 저녁식사는 따진이었는데 오랜 이동과 걱정 탓이 었을까 모로코를 여행하면서 먹었던 따진 중에 가장 맛있었다. 또 식사 중에는 베르베르인 친구들이 베르베르 전통 음악을 들려주며 공연도 보여주었는데 자신들의 노래가 끝난 뒤에는 게스트였던 우리들에게도 노래를 들려달라고 했었다. 우리 앞에 앉았던 미국인들은 엄마와 딸이 함께 온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이글스의 호텔 켈리포니아를 불러주었다. 다음은 우리차례가 왔는데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할 거면 제대로 하자는 생각에 핸드폰에서 반주를 틀고 노래를 열창했다. 노래가 끝마친 후에는 다른 게스트들과 베르베르인 친구들이 큰 박수를 보내주었다. 사실 굉장히 부끄럽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즐거웠던 추억이다. 밤에는 더위 때문에 숙소 안에서 잠을 자기가 힘들어서 바깥에서 고무매트를 깔고 흙바닥에서 자기로 했다. 사실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사막에서 잘 기회가 있을까라는 생각에 시도했는데 바람이 불면서 얼굴에 모래가 묻기는 했지만 새벽하늘에 보였던 쏟아질 듯한 별은 넋을 잃게 만들었다.
우리는 힘겹게 하룻밤을 보내고 숙소로 복귀한 뒤에 샤워를 하고 정리를 마친 뒤에 투어의 마지막 날 일정을 시작했다. 마지막 날 일정은 종착지 페스로 가는 길목에 있는 몇몇 도시를 들렀다 가기로 했다. 차로 3시간을 달려 이프란이라는 곳에 도착했는데 이곳은 모로코 국왕의 별장이 있는 곳으로 어제 있었던 사막과는 정반대의 산림지대로 우거진 수풀과 계곡이 있는 곳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단위로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고 노천카페에서는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도시의 환경 때문일까 이프란의 사람들은 즐겁고 여유로워 보였는데 잠시 쉬었다 가기위해 들렸던 곳이지만 기회가 된다면 이 도시에서 며칠 머물러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하기를 2시간쯤 지나자 페스에 도착했다. 페스는 모로코의 과거 수도이자 오랜 역사를 지닌 도시로서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만큼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곳이다.
우리는 페스에서 2박 3일 정도 머무를 계획이었는데 이동 날짜를 빼면 실제로 페스를 구경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 정도뿐이어서 많은 곳을 가볼 수는 없었다. 투어는 오늘이 마지막이어서 아흐마드와는 작별해야 했다. 2박 3일간 짧은 시간이었지만 같이 방문했던 곳들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아흐마드가 떠난 후에 숙소를 찾아갔다. 첫날은 짐도 정리해야 했고 몸도 오랜 이동으로 지친 터라 근처 일식집에서 식사를 하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음날은 일찍부터 집을 나섰다. 페스에서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보니 이곳저곳을 구경하기 위해서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숙소에서 나와 바로 택시를 타고 블루게이트로 이동했다. 블루게이트는 구시가지의 입구라고 할 수 있는데 이곳을 지나면 많은 식당과 상점들로 즐비하다. 다른 도시에서는 우리를 보면 니하오나 곤니찌와 등 중국인이나 일본인으로 아는 경우가 많았는데 페스에서는 처음으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받을 만큼 한국인들에게도 이곳은 유명한 관광지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페스는 8세기 이드리스왕조 시기에 건설되었는데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 높은 담을 쌓고 도시 내부도 미로 형식으로 만들어져 길이 익숙하지 않은 외부인이 들어오면 길을 잃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좁고 어두운 갈림길이 많았는데 자료를 찾아보니 이런 길이 1만 개 정도 된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우리도 구경을 하면서 길을 잃었었다. 페스에서 가장 유명한 가죽 공방을 찾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이정표조차 없는 곳으로 와버렸는데 핸드폰 지도에도 위치를 확인할 수 없는 곳으로 표시되어 있어서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는데 다행히도 영어를 조금 할 줄 아는 상인을 만나 길을 물어보고 다시 큰 길가로 나올 수 있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아직도 아찔한 기억으로 남아있는데 미로 같았던 길과 구시가지 규모에 다시 한번 놀랐다. 구경을 마치고 숙소로 가는 길에 페스역으로 가서 내일 떠나게 될 라바트행 열차표를 구매했다. 페스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 일찍 준비를 마치고 숙소를 나와 기차역으로 갔다.
기차역 카페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고 기차에 탑승했는데 기차 구조가 조금 독특했다. 좌석이 등급에 따라 나누어져 있는데 우리는 1등급을 선택했다. 1등급 칸은 유리벽이 있는 개인 칸에 6명씩 들어갈 수 있는 구조로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구조지만 외국 열차이다 보니 처음 타보았지만 색다른 경험이었다. 2시간여 정도 달린 끝에 우리 여행의 최종 종착지이자 모로코의 수도 라바트에 도착했다.
역을 나와 처음 마주한 라바트의 모습은 역시 여기가 수도구나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게 했다. 깔끔하게 치장된 건물과 깨끗한 도로, 다른 도시에서 볼 수 없었던 트램이 운용되고 있었다. 우리는 일단 짐을 풀기 위해 숙소로 향했다. 숙소는 라바트의 북부 살레지역에 있었는데 처음 숙소를 확인하고는 친구들 전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숙소 앞에는 해운대에서나 볼 수 있는 요트선착장이 있고 밤에는 경치가 엄청 예뻤는데 열흘이 넘게 봐왔던 모로코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에 이런 곳이라면 평생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짐을 정리하고 바로 점심식사를 하러 나갔다. 식사는 근처에 있는 스페인 레스토랑에서 하기로 결정했다. 모로코에는 유독 스페인계 식당이 많았는데 지리적인 영향도 있겠지만 과거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을 지배하기도 했었던 오랜 역사적 관계 때문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메뉴는 농어 스테이크와 빠에야를 먹었는데 맛이 정말 기막혔다.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생각날 만큼 훌륭했다. 식사 후에는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나서 살레의 구도심을 구경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라바트에서 첫날 아침은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고 무함마드5세 능묘로 출발했다. 무함마드 5세는 모로코 독립의 아버지로 프랑스로부터 모로코의 독립을 위해 힘쓴 인물이다. 한때는 프랑스 정부로 인해 추방까지 당했었지만 1956년 독립 이후 국왕에 올랐다. 많은 모로코 사람들이 존경하는 인물로서 그의 능묘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는데 400명의 장인이 7년 동안의 공사 끝에 완성된 것이라고 한다. 능묘의 앞에는 하산타워와 빈 기둥들이 있다.
이곳은 12세기 모하드 왕조 시절 지도자였던 야쿠브 알 만수르가 스페인과의 전쟁 후에 포로들을 데려와 모스크를 건설할 계획이었는데 종탑 역할을 할 하산타워가 다 지어지기도 전인 1199년 사망하고 말았다. 현재에도 기둥으로 표시된 빈 터와 하산타워가 남아있는데 타워의 경우 현재 44미터 높이로 솟아 있으나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 두 배의 높이가 될 예정이었다고 하니 만약 하산 모스크가 실존했더라면 엄청난 규모였을 걸로 짐작된다. 저녁에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서 스테이크를 먹었다. 모로코의 경우 이슬람 국가이다 보니 할랄 고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핏물이 있는 고기를 먹을 수 없었는데 우리가 갔던 레스토랑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식당이어서 할랄 소고기가 아닌 일반 소고기를 사용했고 와인도 팔고 있었다. 익숙한 맛이 었지만 며칠 먹지 못한 탓이었을까 정말 맛있게 먹었다.
다음날 우리는 라바트 남부지역에 있는 무함마드 5세 대학교로 향했다. 모로코에서 최고의 대학으로 손꼽히는 곳으로 학교 내에 트램이 지나가는 길이 있을 정도로 규모 또한 상당했다. 무함마드 5세 대학은 크게 아그달 캠퍼스와 스우시 캠퍼스가 있는데 우리는 스우시 캠퍼스에 방문했다. 종합대학으로 여러 건물에 단과대학이 나누어져 있었는데 우리가 찾아간 곳에는 의대와 이공계열 단과대학이 있었고 이슬람 국가답게 학생들을 위한 조그마한 기도실이 있었다. 학교 구경을 마치고 다음으로 향한 곳은 모로코 국회의사당이었다. 일부러 찾아가 본 것은 아니었지만 라바트 시내 한가운데 있는데다가 외국인의 입장에서 다른 나라의 국회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호기심에 찾아가 보았는데 건물의 규모는 우리나라 국회만큼은 아니었지만 자동소총을 들고 삼엄하게 감시하고 있는 경비원들을 보고는 조금 놀랐었다. 혼자만의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외국인인 우리가 신기하게 쳐다보자 경비들도 살짝 우리를 주시하고 있는 듯 했다.
국회 구경을 마치고 카페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사실 모로코에서 놀랐던 것 중에 하나가 카페 문화가 굉장히 발달해 있다는 점이었다. 어느 도시를 가도 카페에서 커피나 케이크를 먹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과거 프랑스 식민지 지배 시기에 제과기술과 카페 문화가 들어오면서 지금은 모로코에서도 자연스레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우리도 라바트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마제스틱 베이커리로 가서 카페를 즐겨보기로 했다. 프랑스식 카페답게 웨이터가 자리를 안내해주고 메뉴를 정하면 가져다주는 방식이었다. 실제로 먹어보니 케이크가 너무 달아서 먹기 힘들 정도였는데 옆을 보니 현지인들은 에스프레소를 마시면서 함께 먹고 있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는 전통시장에 가서 구경도 하고 한국에 가져갈 기념품도 몇 개 구입했다. 여러 도시를 다니면서 전통시장 구경은 많이 했지만 시장은 사실 한국과 크게 않았다. 사람이 사는 어느 곳에나 식재료나 생필품을 파는 건 당연했다. 다만 파는 품목들이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것 들이 많았다. 저녁에는 친구들과 모로코에서의 마지막 날을 기념하면서 호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카페에서 시샤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돌이켜보면 2주라는 시간이 너무도 빨리 지나간 것 같다. 아랍어 전공자로서 한번 가봐야지 하면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쉽게 가볼 수 없던 곳이 중동이었다. 학교의 도움으로 경험해본 아랍 세계는 책에서 배우던 것과는 너무도 다른 세계였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2주간 모로코 여행의 마지막 감상이랄까 책으로만 보던 것에서 벗어나 두 눈으로 목격했던 넓은 세상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 알함두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