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S Focus _ 지중해 난민의 현재: 북아프리카의 리비아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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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난민의 현재: 북아프리카의 리비아를 중심으로
임정혜(조선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커뮤니케이션학과)
아프리카인의 이주역사는 유럽국가들의 아프리카 식민통치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식민통치기간에는 아프리카 대륙 내에서 카카오, 커피 경작과 철도, 도로와 같은 공공사업을 위한 노동력 확보를 위해 부족 간 이동이 식민통치정부에 의해 이뤄졌다. 유럽대륙으로의 이주는 제 1차 그리고 제 2차 세계대전 기간에 병력확보를 목적으로 그리고 산업혁명 이후에는 경제번영 시대를 맞이함에 따라 노동력 확보를 목적으로 이 또한 식민통치정부에 의해 대량이주가 이뤄졌다.
1960년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이 서구열강으로부터 독립한 이후에도 유럽으로의 이주는 계속된다. 오늘날에는 종족 간 분쟁, 내전 그리고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등을 피해 혹은 경제적인 이유로 자국을 떠나는 이들이 많다. 수많은 난민과 이주민들이 북아프리카 연안에서 출발해서 유럽으로 가기 위해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횡단>이라 불리는 지중해를 건넌다. 특히 2015년 시리아 내전 등으로 100만 명의 넘는 난민이 유럽으로 유입될 때가 난민 위기의 절정을 이룬 때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유럽국가들은 유럽으로 몰려드는 난민과 이주민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서 자국의 국경을 봉쇄하는 한편 유럽연합(EU)은 난민과 이주민의 유럽 유입차단을 위해 아프리카 국가들에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그간 유럽연합과 북아프리카 국가들이 맺은 협약의 주요 골자는 재정지원을 대가로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들어오려는 이주민과 난민들을 북아프리카 국가들의 해안경비대가 다시 출발지로 돌려보내도록 하는 것이다. 즉, 이 국가들의 해안경비대들로 하여금 사실상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과 이주민들을 적발해서 유럽 도착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유럽연합의 금전적 지원은 이들 국가들의 해안경비대에 주로 지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일례 중 하나가 유럽연합과 터키 간 맺은 난민송환협약이다. 이 협약의 핵심은 터키에서 동지중해를 건너 그리스로 들어가는 난민을 다시 터키로 돌려보내는 대가로 터키는 재정지원과 터키의 EU가입을 요구하고 있다. 이 협약 덕분에 2015년 이후 동지중해 난민 익사자의 수는 현저히 감소했다. 하지만 중앙지중해의 사정은 다르다. 중앙지중해를 건너는 경로는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 대부분 출발해서 이탈리아 최남단 섬인 람페두사에 도착한다.
유엔의 국제이주기구(IOM)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1월 17일 이탈리아로 가기 위해 지중해를 건너다 리비아 북쪽 지중해에서 익사한 이주민이 적어도 75명에 달하고 올해 이미 1300명이 지중해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한편, 2021년 지중해에서 적발되어서 리비아로 송환된 이주민과 난민은 총 3만 여명에 이른다. 2020년 한 해만도 적어도 500명 이상의 이주민들이 지중해에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고 발표되었지만 구조되지 못한 채 익사한 희생자들의 수는 실제로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한다.
특히 리비아와 유럽연합 간 이주협약이 인권단체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 이유는 바로 리비아의 불안정한 사정 때문이다.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 그리고 카다피 정권 붕괴이후 수도 트리폴리에는 리비아통합정부(Government of National Accord, GNA)가 그리고 리비아 동부 투브르크에는 리비아국민군(Lybian National Army, LNA)이 각각 들어섰다. 이들은 서로 합법정부로 자처하고 있어서 사실상 국가는 무정부 상태라고 할 수 있고 이러한 혼란 가운데서 일부 지역들은 민병대들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4년에는 정부 간 또는 군사집단 간 내전이 벌어졌고, 2019년에는 리비아국민군이 트리폴리를 침공함으로써 민간인을 포함해 1천 명이 넘게 숨지는 등 내전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극도의 혼란에 빠져있는 리비아 곳곳에서는 인신매매, 마약, 석유 및 무기 밀수와 같은 불법 행위가 성행하고 있다. 리비아의 해안경비대는 돈을 받고 유럽으로의 불법이주를 도와주는 밀항 전문 업자들이나 범죄조직망과 공범인 경우도 많아 난민과 이주민들은 더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실정이다. 지중해를 건너다 리비아로 송환된 이주민과 난민들은 리비아의 수용소에 때로는 아무런 사법절차 없이 감옥에 구금된 채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받지 못한 채 처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아프리카 이주민들의 이주 경로가 존재해왔지만 이동 경로 곳곳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해놓고 경찰과 군인들이 통행세를 뜯어가면서 이주민들은 더 위험한 경로를 택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중앙지중해를 건너려는 난민과 이주민들은 대부분 리비아에서 출발하는데 리비아까지 도착하는 과정에서도 밀항 전문 업자, 인신매매 조직, 민병대에게서 무차별적인 폭력을 당하고 심지어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많음에도 이에 대한 자료 조사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2018년과 2019년 사이에 서아프리카와 동아프리카에서 지중해의 아프리카 연안까지 이동 도중에 목숨을 잃은 사람의 수는 적어도 1750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 가운데서 대략 28%는 사하라 사막을 건너면서 발생했다고 한다. 사하라 이외에도 리비아 남쪽의 사바(Sabha), 쿠프라(Kufra) 그리고 트리폴리 남동쪽 밀수업자들의 요충지인 바니왈리드(Bani Walid). 서아프리카 쪽에서는 바마코, 말리 그리고 니제르에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많다.
니제르도 유럽연합이 압박을 가하는 국가 중 하나다. 서아프리카 이주민들이 리비아에 가기 위해 경유하는 니제르 북부의 아가데즈(Agadez)는 예전부터 무역중심지이자 사하라사막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니제르 정부가 이주민의 국경통제를 강화하면서 그동안 이주민들의 주요 이주 경로 중심지였던 아가데즈의 경제활동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지역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경제적으로 보다 더 나은 삶을 찾아서 혹은 내전이나 분쟁으로 인해 자국을 떠나야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이들의 유럽이주는 계속될 것이다. 그래서 이들의 이주 시도는 죽음을 불사할 정도로 필사적이다. 이들은 유럽국가들이 국경을 봉쇄한 이상 브로커나 밀입국 알선업을 통한 불법이주를 감행할 수밖에 없다. 유럽연합은 경제적 이유로 이주를 하지 않도록 이주민 송출국에 더 많은 경제적 지원을 약속했지만 오히려 유럽연합의 지원은 니제르와 같은 경유국과 북아프리카 지중해 연안 국가들의 해안경비대에 집중되고 있다. 사하라 사막을 건너 출발지인 북아프리카 지중해 연안까지 가는 이주경로도 험난하지만 지중해를 건너다 적발되어서 리비아로 송환되는 경우에도 이들 앞에 기다리고 있는 건 참담한 여건의 수용소와 여기서 감내해야하는 강제노동, 착취, 폭력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