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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S Focus _ 매혹의 공간 앙티브, 생 폴 드 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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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지중해지역원 조회 6,600 조회 날짜 20-04-13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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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매혹의 공간 앙티브, 생 폴 드 방스



최내경 (서경대학교 한불문화예술연구소 소장, cielnk@hanmail.net



이 장소는 이름만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따사한 햇살과 여유로움과 푸르름과 함께 느껴진다. 가까운 곳에서 뭔가를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시끄러운 소음이 아니라 내게는 평안함을 주는 아름다운 음악과 같은 웅성거림이다. 우리에게 국제 영화제로 알려진 칸과 니스 중간에 위치한 앙티브는 오렌지, 화초, 올리브 등 원예가 활발하고 도기 제조의 중심지로 중세의 성채가 그대로 남아있는 아름다운 휴양지이다. 이곳에서는 파랑과 분홍이 어우러진 산과 만년설로 뒤덮인 알프스 산맥을 뒤로 한 채 자신만의 색채로 우리들을 유혹한다. 대표적인 인상파화가인 클로드 모네 역시 이곳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빛과 물의 움직임과 순간성을 포착하기위해 이곳에 머물렀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는  앙티브에서 그의 시선에 비쳐진 모습을 숨가쁘게 그려나가며 아내 오슈데에게 같은 편지를 썼다. 


“이곳은 너무도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화폭에 담기에 너무도 힘이 듭니다. 이곳의 분홍과 파랑은 어찌나 맑고 투명한지 최소한의 터치도 흔적을 남길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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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 앙티브 성, 1999년, 개인소장> 


모네의 <앙티브의 성>이나 <살리 정원에서 바라본 앙티브> 등에서 모네는 이러한 아름다운 앙티브의 모습은 잘 표현해내고 있다. 이 그림들에서 모네가 마치 르 아브르의 <인상, 해돋이>를 그렸을 때처럼 앙티브의 살랑거리는 바다와 바다 위에 반짝이는 햇살을 순간적으로 포착하기 위해 숨 가쁘게 그려나갔을 모습이 느껴지는 듯하다. 빛과 움직임의 작가라고도 할 수 있는 모파상은 모네가 이리 저리 분주히 움직이며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고는  <모네는 화가라기 보다는 사냥꾼이다>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이렇게 투명하고 아름다운 햇살과 바다는 러시아 태생의 추상화가 니콜라 드 스타엘을 매료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 아름다운 푸르른 바다와 따사로운 햇살에서도 삶의 고통을 떨쳐버리지는 못한 것 같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그의 불안감은 노란빛과 주황빛의 그의 그림에서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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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엘, <풍경>, 1955년, 르 아브르, 말로 미술관 >


1928년 고고학 박물관으로 사용되던  그리말디 성에 있는 피카소 미술관은 앙티브를 더욱 매혹적인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1946년 그리말디 박물관장이었던 도르 드 라 수세르는 박물관에 그림을 기증하라는 부탁을 하려고 피카소를 찾았다가 그에게 그리말디 성의 일부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는 그곳에서 어부들의 생활과 켄타우로스 같은 신화적인 형상들, ‘꽃의 여인’ 혹은 ‘해의 연인’으로 상징되는 프랑수아즈 질로를 모티브로 작업을 하게 되고 1946년 7월부터 12월 동안 그리말디 성에 마련된 그의 아틀리에에서 제작한 작품들은 앙티브 피카소 미술관 소장품의 토대가 된다. 피카소는 이곳에서 석면 시멘트나 건물기둥을 이용한 다양한 작품 활동을 했는데 솟구치는 창작열과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를 한 흔적을 느낄 수 있다. 피카소 제안에 의해 1949년 앙티브 피카소 미술관으로 이름이 변경된 후 이곳에서는 피카소 작품과 함께 클랭, 스타엘, 아르망 등 20세기 거장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미술관 테라스에는 바다를 배경으로 여자 자코메티라고 불리는 리쉬에르의 작품이 전시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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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멘 리쉬에르는 “말라죽은 나무 그루터기는 활짝 열린 사과나무 보다 나에게 더 많은 것을 이야기 해줍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푸른 지중해 바다를 배경으로 자코메티와 리쉬에르 작품을 함께 바라보며 스탕달이 느꼈던 아뜩한 느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산타크로체 교회를 떠나는 순간 심장이 마구 뛰고, 생명이 내게서 빠져나가는 것 같았고 걷는 동안 그대로 쓰러질 것 같았다.” 


 « ... En sortant de Santa Croce, j'avais un battement de cœur, la vie était épuisée chez moi, je marchais avec la crainte de tomb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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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토의 프레스코화,  Les fresques que Giotto(église Santa Croce) >


바다와 갈매기, 돛단배와 햇살만으로 이곳에서는 가슴이 설레고 행복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화가들이 이곳을 화폭에 담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르누아르가 말년을 보내며 햇살 아래 눈부시게 빛나는 여인들의 육체와 자연을 화폭에 담았던 카뉴 쉬르 메르에는 르누아르가 12년  동안 말년을 보냈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방스에는 마티스의 최고의 걸작으로 ‘모든 색채가 하나로 결합된 하얀 작업실’이라고 할 수 있는 로자리오 예배당이 있다. 소설 <앙리 마티스>를 쓴 루이 아라공은 마티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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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스 로자리오 예배당, 마티스> 


“마티스 이전에는 모든 그림이 빛을 발하지 않았다고 어떤 이는 말한다. 이것은 오류이며 불공평한 견해이다. 그러나 마티스의 그림 앞에서는 반 고흐, 르누아르, 모네, 터너의 그림 마저 빛을 잃고 만다. ”


방스 예배당에 오려 붙인 푸른 빛, 노란 빛, 초록빛이 빛나는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흘러드는 햇살과 함께 화려한 색채의 향연을 보고 있노라면 마티스는 과연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색채의 대개라는 생각이 든다. 화가들은 이 곳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머물렀고 그들의 손길에 의해 이곳은 더 향기롭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방스에서 버스로 10 분 정도 거리에는 샤갈과 많은 화가들이 머물렀던 생 폴 드 방스가 있다. 이곳에는 미로의 작품 150 여점과 자코메티의 50 여점의 작품과 그 외 샤갈, 마티스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이 많은 화가들의 흔적이 있어 이렇듯 아름답다고 처음에는 생각했었는데 이 곳을 둘러보다가 이것의 아름다운 자연과 향취, 햇살이 화가들의 붓을 움직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샤갈이 이곳에  1966년부터 1985년까지 20 여년을 머물었던 이유도 알 수 있을 것 같고 그의 눈부시게 활짝 핀 그림에서 향기가 나는 이유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은 이곳의 멀리서 전해지는 바다 내음과 골목골목의 아름다움 꽃들의 향기, 종려나무, 사이프러스 나무, 라벤더 향, 백리향 이 서로 향기를 내뿜으며 어우러진 이곳의 모습이 그들에게 색채를 제공해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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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그 재단>                                                                                <자크 프레베르가 살았던 집> 


이곳은 화가 뿐 아니라 <고엽 Les feuilles mortes>로 유명한 이브 몽탕이나 이 곳을 작사한 프랑스의 국민 작가 자크 프레베르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자크 프레베르(Jacques Prévert)의 감미로운 음악 같은 시 역시 이 공간이 제공해 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덕을 오르고 내려가며 마을을 돌다보면 너무도 예술적이고 낭만적인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진을 찍고 바로 돌아서는 관광객이 아니라 여유로운 산책자가 되어 둘러보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 화가가 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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