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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S Focus _ 북아프리카의 '베르베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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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지중해지역원 조회 164 조회 날짜 19-06-0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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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프리카의 ‘베르베르어’


임기대(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우리에게는 생소한 ‘베르베르어’는 북아프리카 알제리를 중심으로 동쪽으로는 이집트, 서쪽으로는 세네갈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언어이다. 역사 이래로 북아프리카에 거주했던 베르베르인들은 자신들의 언어를 ‘타마지그트’(Tamazight)라 부르는데, 이는 ‘베르베르인’을 가르키는 남성형 ‘아마지그’(Amazighe, ‘자유인’이라는 의미이다)의 여성형에 해당한다. 

아프리카에서 이 언어가 공식어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국가는 모로코이다. 모로코에서는 ‘아랍의 봄’이 발생한 2011년 7월 법안을 계기로 공식어(official language)의 위상을 확보하였다. 알제리의 경우는 국가어(national language)의 위상을 갖고 있지만, 아직은 공식어가 되지 않았고 2016년 헌법 개정을 통해 그 위상을 확보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말리와 니제르가 현재 국가어의 위상을 확보하고 있으며, 리비아에도 상당수의 베르베르어 화자가 있다.

베르베르어의 위상은 단지 아프리카 대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베르베르어는 프랑스에서도 모국어로 사용하는 화자가 프랑스어 다음으로 많다. 약 2백만 명에 달하는 프랑스 내 베르베르어 화자는 지금까지 알려진 프랑스의 다문화적 정체성을 뒤흔들고 있다. 이들은 기존의 알자스어, 브르타뉴어, 프로방스어 화자 수를 압도하고 있다. 프랑스 내 대학에서 베르베르어 박사학위 과정으로도 개설되어 프랑스인은 물론 독일, 네덜란드, 핀란드, 미국 등에서 유학을 오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약 100여 개 이상의 베르베르 공동체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 베르베르 공동체는 프랑스 내 소수어와 소수 문화, 인권, 여성 등의 운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베르베르인이 아닌 마그레브 이민자와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기도 한다. 베르베르어는 현재 캐나다를 비롯한 북미권에서도 주요 관심어이다. 이 지역은 최근 북아프리카 이주민이 급증하고 있는데, 이들 대다수가 베르베르인이며, 이들은 현지에서 자신들의 정체성 찾기 일환으로 베르베르어 교육과 베르베르 문화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이처럼 베르베르어는 그 어느 때보다 전 세계적인 언어가 되고 있으며, 현재는 대략 4천5백만 명의 화자가 있다. 베르베르어는 북아프리카에서 여러 ‘섬’의 형태로 분산되어 있다. 대략 20여 개의 방언이 흩어져 있으며, 지역별로 언어의 명칭도 각기 다르게 사용된다. 지역의 이름을 빌리거나 부족 이름을 빌려 언어명을 사용하곤 한다. 

베르베르어는 오늘날 네오-티피나그(Neo-tifinagh)라는 문자 체계를 빌어 사용되고 있다. 오랜 기간 베르베르인들이 동질성을 확보하기 위한 일련의 노력 끝에 모로코 왕립아마지그연구원((Institut Royal de la Culture Amazigh, IRCAM, ⴰⵙⵉⵏⴰⴳ ⴰⴳⴻⵍⴷⴰⵏ ⵏ ⵜⵓⵙⵙⵏⴰ ⵜⴰⵎⴰⵣⵉⵖⵜ)에서 문자를 만든 것이다. 이곳에서 만든 문자는 이질적인 베르베르 공동체에 동질성을 부여하기 위한 일련의 작업과도 같다. 하지만 원래부터 베르베르인의 문자가 통일된 문자 체계였던 것은 아니다. 

아랍이 들어오기 전, 즉 고대 사회에서 베르베르어권의 문자 체계는 지역에 따라 3개의 권역으로 구분되어 사용되었다. 베르베르어 문자 체계는 크게 동부와 서부, 사하라 베르베르 문자로 구분된다. 여러 문헌에서도 이 세 개의 구분에 따라 문자를 일반화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고대 서부 베르베르 문자 체계는 오늘날에는 거의 문자 형태를 발견하기가 힘들다. 주로 모로코와 알제리 서부, 스페인의 카나리 제도, 세네갈을 포함한 서부 아프리카 등지가 이에 해당된다. 이 지역은 알제리의 동부 도시 콩스탕틴을 중심으로 서부지역에 있고, 어떤 문헌으로도 남아 있지 않다. 반면 동부의 고대 베르베르 문자는 곳곳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는데, 튀니지와 리비아의 접경지대에서 주로 발견되고 있다. 콩스탕틴을 중심으로 튀니지와의 국경 도시 안나바(Annaba), 고평원 지대인 오레스(Aurès) 고원지대, 튀니지 등에서 주로 사용 흔적이 발견되었다. 아마도 이 지역이 고대 로마 왕국의 속국이며 베르베르 왕조인 누미디아 왕국(Numidia, BC.202 - BC.46)이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 지역의 문자는 페니키아어와 동일하다고 많은 언어학자들이 유추해서 말하고 있다. 문자는 거의 문헌으로 남아 있지 않으며, 비석이나 암벽 등에 그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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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미디아 왕조의 수도였던 <콩스탕틴 박물관> 소재 비문. 필자 촬영 2015.02.14)> 


베르베르어 문자가 페니키아어에서 파생되었다는 것은 이 지역이 과거 지중해 문명과 상호 교류 소통하는 지역이었음을 의미한다. 오늘날 알제리에서 ‘우리는 아랍이 아닌 알제리이다’, ‘우리는 아랍이 아닌 과거 지중해 문명의 흔적을 공유한 역사를 갖고 있다.’ 등의 주장을 하는 것은 아랍 이슬람과는 다른 나름의 역사적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페니키아 문자가 22개의 자음으로 구성된 것과 같이 고대 베르베르어 또한 자음으로만 구성되었다. 이런 사실은 베르베르 문자가 페니키아의 영향을 받았다는 가설을 뒷받침해준다. 역사적으로도 마그레브에서 고대 베르베르어 이전의 문자 체계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 또한 페니키아어와의 연관성에 무게를 주고 있다. 

‘사하라 베르베르어’로 불리는 또 다른 문자는 ‘사하라 티피나그’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문자가 갖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은 모음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 언어는 자음 위주의 언어에서 모음을 도입하여 사용했고, 좌우 혹은 우좌 방향으로 사용한 것이 아닌 상하, 좌우 혹은 우좌 식의 표기, 그리고 띄어쓰기 없는 표기방식으로 사용되곤 했다. 이런 연유로 지금까지 문자의 해독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쨌든 ‘사하라 베르베르’ 문자는 사하라의 투아레그족이 사용하였는데, 다른 어떤 문자 체계보다 오늘날 베르베르 문자 체계의 원형으로 채택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원인인 자음 문자때문이기도 했지만 모음 표기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베르베르어의 문자에서 모음의 존재는 투아레그족이 사용한 문자에서 차용해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형성된 베르베르 문자가 북아프리카에서 동일한 형태로 쓰이고 있는가? 문자는 물론 언어사용 또한 동일한 방식으로 쓰이느냐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동질적이면서 이질적인 방식의 언어 사용이 역사적 과정의 ‘교차와 혼성’(Crossing and Hybridity)을 통해 이 지역에서 진행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지역별로 어떤 문화권과 교차했는지에 따라 언어사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음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모로코의 리프(Rif, 모로코 북부 산악지대이다) 지역과 알제리의 카빌리아(Kabylia, 알제리 북부 산악지대와 지중해에 걸쳐 있다)는 같은 베르베르어권이면서도 언어사용에 있어서는 차이를 보인다. 동시에 알제리의 카빌리아는 같은 알제리이지만 베르베르어권 음자브(M'zab, 알제리 수도 알제시에서 남쪽으로 600km 지점에 있는 사하라 북쪽 지역이다) 지역과 언어사용 측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마찬가지로 이(異)문화와 많은 접촉을 하지 않은 투아레그족의 언어사용도 다른 지역과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여러 차이를 굳이 확인하려는 것은 오늘날 이 지역의 베르베르어가 ‘동일성’을 담보하면서도 이질적인 맥락을 보임을 설명하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알제리의 카빌리아에서는 베르베르어의 문자인 네오-티피나그를 사용하거나 알파벳 문자 체계를 활용한 베르베르어 사용이 일반적이다. 행정기관이나 카빌리아의 대도시에서는 아랍어 표기를 병행하지만, 이 지역에서는 갈수록 아랍어를 배제하는 경향을 보인다. 오로지 네오-티피나그 문자나 알파벳 표기만 사용하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 현재 이곳을 지나다 보면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이는 알제리의 경우 다문화적 정체성을 확보하려는 주민들의 저항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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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빌리아 지역의 주도 티지우주 시 도로 간판. 필자 촬영 2012.01.14. 우측 사진은 카빌리아 시골 마을 문자 표기> 


반면에 사하라 북쪽의 음자브 지역에서는 알파벳 표기를 배제하는 대신 아랍어 표기를 선호한다. 즉 아랍어와 네오-티피나그 문자 표기만 사용하며, 일상의 영역이나 공공의 영역에서 알파벳 표기를 제한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지역민들이 프랑스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모로코의 경우 공식어의 위상을 갖기 때문에 네오-티피나그 문자 표기를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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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적 정체성이 강한 지역에서는 알파벳 표기를 가능한 배제한다. 출처 : http://www.naktube.com/4928.html)> 


언어 표기는 물론 언어사용에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같은 베르베르인이면서도 이들의 생활상이 지역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카빌리아의 경우 상당히 서구화된 성향을 보이지만 사하라 북쪽의 음자브 지역의 경우는 폐쇄적인 이슬람 공동체의 모습을 보인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슬람의 수니와 시아파가 아닌 이바디즘(Ibadism)을 신봉하면서 이슬람의 다른 종파를 배격하고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는 베르베르인의 모습을 이곳에서 발견할 수가 있다. 이런 이유로 이곳의 베르베르인(Mozabite라 불린다)은 아랍인과 종종 정체성 문제로 충돌을 일으키곤 한다. 

이런 생활방식은 언어사용에도 그대로 나타나며 개방적인 카빌리아의 경우 알파벳 체계를 선호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반면 음자브의 경우에는 프랑스어를 사용하면서도 실제 표기를 하는 데 있어서는 아랍어 표기를 선호한다. 모로코와 같이 아예 네오-티피나그 문자를 장려하며 아랍어와 프랑스어를 동시에 병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음자브 지역은 아랍어 표기를 선호한다. 그렇다고 이 지역민의 베르베르인이 아랍에 대해 호의적인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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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질적이며 이질적인 베르베르인의 모습. 왼쪽은 카빌리아인, 오른쪽은 음자브 지역의 베르베르인인 모자비트족. 사진은 필자 촬영. 2007.01.15. 2007.02.27.)> 


사하라 사막에 살고 있는 투아레그족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투아레그족이 많이 거주하는 말리나 니제르는 공용어가 프랑스어이기에 표기 방식에서는 알파벳이 많이 사용되지만, 말리의 경우 종교적으로 이슬람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언어 사용은 아랍어를 더 선호한다. 알제리의 투아레그족은 네오-티피나그를 통한 베르베르어 사용을 고집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이슬람으로 개종은 했지만, 자신들의 문자 네오-티피나그 사용이 가장 앞서 있다.

이렇게 복잡하고 다양한 북아프리카 베르베르인, 그리고 그들의 문자와 언어에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지만, 체계적인 연구는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하지만, 20세기 후반 들어 프랑스와 같이 이민자 집단이 많은 국가에서 체계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기 시작했고, 베르베르어가 공용어가 될 수 있는 문화적 운동의 배경을 만들어주었다. 실제로 프랑스의 경우 베르베르어 전반에 대한 연구와 교육이 아니라 카빌어, 슐뢰흐어, 투아레그어와 같은 언어 화자수가 많은 언어를 중심으로 교육과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를 베르베르어라는 통일된 언어의 기저 하에서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게다가 프랑스를 위시한 유럽 국가에서 베르베르어 활성화는 북아프리카의 베르베르인에게 영향을 주어 이들이 현지에서 언어사용의 활성화를 위한 독자적인 활동을 하도록 고취시켰다. 대다수의 프랑스 거주 북아프리카 출신자가 알제리인이기에 활동가 중 이들 지역 출신자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실제 베르베르어 화자의 대다수가 모로코보다 알제리에서 베르베르어 정체성 운동에 적극적이다. 자국 내 엄격한 아랍주의자에 의해 활동이 차단되기도 하지만 이들은 북아프리카 전체를 움직이며 파괴력 있는 활동을 보이고 있다. 이미 1980년부터 베르베르 운동을 주도하며 베르베르 정체성을 주장해왔다. 현재는 20개의 ‘윌라야’(Wilaya, 우리의 ‘도’를 말한다.)에서 베르베르어로 대학수능시험(Baccalauréat)을 보도록 하고 있으며, 여러 대학교에서 베르베르어를 강의하고 있다. 불과 20년 전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변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모로코의 경우 국왕의 주도로 베르베르어 장려를 하고는 있지만, 실제 생활 수준에서 배려하는 정책은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즉 모로코 문화와 언어 일부로 인정할 뿐 실제적인 사용에서 모로코 정부가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모로코에서 베르베르어가 공식어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으면서 여전히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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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베르베르 식당과 베르베르어 확산 운동을 하는 베르베르 공동체. 사진은 필자 촬영. 20014.02.27. 2014.02.28.)> 


오늘날 베르베르어는 단순히 토착어로서의 언어 이상으로 비영토 언어로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미 프랑스에서 다수의 화자를 포함하고 있다. 이들은 프랑스에서 알자스와 프로방스처럼 어떤 영토를 갖고 있지 않다. 프랑스 전 국토에 걸쳐 특정 지역에 살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베르베르 화자가 동질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런 비영토적 언어사용 현상은 북아프리카 지역에서도 확인할 수가 있다. 예를 들어, 알제리 수도 알제시 인구는 베르베르어권 지역이 아니지만, 전체 인구의 60~70%가 베르베르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 다른 동부 지역 콩스탕틴(Constantine)은 카빌리아와 오레스 지역 출신의 베르베르인 이주자가 많다. 모로코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라바트와 페스와 같은 도시의 경우 슐뢰흐(Cheleuh)나 리프 지역의 많은 베르베르인이 이주하여 생활하고 있다. 북아프리카 북쪽뿐만 아니라 말리나 니제르의 경우에도 전통적으로 베르베르인의 일파인 투아레그족이 각각 아자와드(Azawad, 우리말로 ‘방목지대’라 일컬으며, 말리 북부와 알제리 남부에 걸쳐 있다)와 아를리트(Arlit, 니제르 북부의 알제리와 말리 국경지대에 있다.) 지역 등에서 살고 있다. 이렇듯 전통적인 영토를 벗어나 도심 속에 스며들면서 이들의 언어사용은 훨씬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자신들의 지역에서야 언어의 순수성이 비교적 잘 보존된 편이지만 대도심의 경우는 언어의 코드스위칭(Code-switching, 대화에서 하나 이상의 언어 혹은 방언을 사용할 때 그것을 교체하여 사용하는 행위를 일컫는 언어학적 용어이다.)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대도심의 경우는 베르베르어 사용자 수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의 베르베르어 화자는 통계적 수치보다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베르베르어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언어가 있다. 바로 프랑스어와 아랍어이다. 특히 베르베르어 화자가 많은 모로코와 알제리의 경우는 프랑스어와 아랍어의 차용어가 아주 많다. 게다가 이들 언어와의 코드스위칭은 현지에서 그 사람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과 맞물려 사용되고 있다. 베르베르인이 아닐 경우 아랍어로만 대화하는 경우가 있고, 심지어 흔하지는 않지만, 베르베르인 중에는 프랑스어만 사용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가 있다. 물론 시골과 산악지대에서는 베르베르어만 사용하는 화자도 있다. 이들은 각각 반 베르베르적 정서를 갖고 있거나 프랑스에 호의적인 사람, 그리고 전혀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다. 여기에서 이들이 사용하는 아랍어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왜냐하면, 이들이 실제 생활에서 사용하는 아랍어가 우리가 알고 있는 아랍어와 구조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북아프리카의 아랍어, 즉 ‘다르자’(Dardja)는 흔히 방언 아랍어라고 한다. 이 방언 아랍어의 실체는 모로코와 알제리, 튀니지의 길거리나 가정 등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아랍어이다. 교육 기관에서야 표준 아랍어를 배우고 사용하지만, 북아프리카의 지역민은 일상적으로 ‘다르자’를 사용하고 이 언어는 국가별로, 지역별로 상이한 모습을 보이며 사용된다. 당연히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아랍어가 약간씩 다를 수밖에 없다. ‘다르자’는 구조적으로 표준 아랍어와 다르며, 베르베르어와 같은 형태를 띠고 있다고 최근 들어 여러 언어학자가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베르베르어와 ‘다르자’가 구조적으로 유사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북아프리카의 언어는 무엇으로 규정할 수 있을까? 적어도 이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북아프리카 지역 언어는 ...어 이다’라고 말하는 ‘동일성’으로 귀결되는 정의를 내리기보다 다양성의 지중해 언어를 이해하듯이 여러 ‘차이 생성’의 지역어가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베르베르어를 연구하다 보면 북아프리카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또한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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