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과 음악 : 금지된 것과 막을 수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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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과 음악 : 금지된 것과 막을 수 없는 것
김지수(지중해지역원)
지난 2015년 한국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쇼팽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당시 구글에는 단어 ‘쇼팽’이 일반명사 ‘쇼핑’보다 많이 검색되었다고 한다. 2024년 12월 11일에는 2022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의 최연소 우승자 임윤찬 피아니스트의 공연이 58초만에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청소, 운동, 공부 등을 할 때 듣는 “노동요” 플레이리스트가 유튜브에 쏟아진다. 귀에 오래 남는 노래들은 이리 잘리고 저리 붙어 새로운 음악이 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노동요(혹은 그 성격을 띠는 노래)는 7세기 초반 신라의 향가라고 한다. 음악은 이토록 오랫동안 인간의 삶에 함께 해왔다.
신라 향가와 비슷한 시기에 출현한 이슬람은 전통적으로 음악을 금기시 해왔다. 이슬람의 대부분 규율이 그러하듯 음악에 대한 금기 역시 꾸란 곳곳에서 그 구절을 찾을 수 있는데, 아래 구절이 대표적으로 음악금기의 예시로 꼽힌다.
“그리고 하려거든 네 목소리로 사람들을 선동하라. 네 기병과 보병으로 사람들을 공격하라. 사람들의 부와 자손으로 그들을 조종하고 그들에게 약속하라. 그러나 사탄이 약속한 것은 모두 헛될 것이다”
위 구절은 이슬람에서 신(알라)이 사탄에게 내리는 계시 중 일부이다. 이슬람에서는 “사람들을 선동하는 사탄의 목소리”를 악기를 사용한 비 종교적 음악이나 노래 등으로 해석하여 마음을 흐리게 하는 요소로 보고 금기시 해왔다. 또한, 중독성 있는 것을 경계하는 전통적인 관점을 고수하는 이슬람 학자들은 음악 활동을 통해 창출한 수익 또한 부정(不淨)하며 모두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노동요, 자장가, 결혼식 등 특정 행사에서는 악기와 음악의 사용이 허용되기도 하지만 가사에 여성의 목소리가 없어야 하고 오롯이 종교적인 가사여야 하는 등 제한적이다.
동시에 우리는 같은 노래를 부른 사람들을 안다. 그들의 것이 아닌 언어로 사랑을, 희망을, 죽음을, 복수를 노래하는 사람들을 보며 반가움을 느낀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UAE, 요르단 등 아랍 국가들이 2010년 중반부터 실시한 개방정책에 힘입어 K-콘텐츠는 아랍세계에 성큼 뛰어들어 유영하고 있다. 노출이 없는 복장, 안무의 수정, 가수와 관객의 스킨십(손을 잡는 행위 등) 금지 등 제약은 있지만 히잡을 쓴 여성들이 한국어로 인사하며 사진찍히는 장면은 분명 변화다.
[국내 캐릭터 ‘아기상어’의 무슬림버전] https://www.youtube.com/watch?v=OSLLuiiRJlk
교육목적의 음악도 원칙적으로는 허용할 수 없다던 파트와에 조금은 낙심하다가도 쿠피(Kufi)를 쓴 아기상어 노래를 따라부르는 아이들의 영상을 본다 (영상에는 악기소리도, 여성의 목소리도 포함되지 않는다). 여전히 비무슬림의 음악을 허락한다는 파트와는 발표된 적 없지만 같은 ‘내 가수’의 노래를 부르는 친구가 중동 어디쯤엔가 있겠지, 하고 생각하면 든든하다.
사우디와 UAE를 필두로 아랍세계에서 한국은 그 문화적 영역을 적극적으로 넓혀간다. 경제적으로는 각국의 석유의존도 완화 및 경직적인 사회분위기를 유화시키려는 정부정책이라지만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40901/126770383/2
괜히 바위벽을 뚫는 물방울같은 음악의 힘에 기대고 싶어진다. 금지라는 단어로 막을 수 없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불손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