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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과 속신 그 모호한 경계 ; 투르크 민속에서의 아이의 수명연장과 관련된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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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지중해지역원 조회 2,300 조회 날짜 23-05-1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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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과 속신 그 모호한 경계 ; 투르크 민속에서의 아이의 수명연장과 관련된 행위



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 HK교수 양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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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을 설명함에 있어 당시의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어 비과학적으로 보이거나 혹은 지배적 종교의 관점에서 배척되는 신앙이나 행위를 두고 ‘미신’이라고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한 사회에서 대다수의 신앙에 반하는 어떠한 민속행위가 기대했던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였을 때, 혹은 특정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예측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을 때, 이를 미신적 행위라 이르기도 한다. 또한, 민중을 특정 종교나 사상을 이용하여 통제하기 위해 기존의 신앙을 미신으로 탈바꿈시켰던 예는 역사 속에서 수없이 존재했었다. 그러나 어떤 특정한 민속행위가 미신인지 아닌지를 평가하는 것은 민속의 속성을 근본적으로 이해하지 못함에서 기인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종교나 신앙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실체나 체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을 함께하는 공동체에서 암묵적인 동의를 통해 구현된 일종의 계약된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사회의 지배적 종교에 부합되지 않는 혹은 이러한 믿음체계에 존재하지 않는 민속행위는 미신으로 간주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미신으로 치부되는 민속행위가 여전히 존재하고 민중들에게 뿌리내리고 있는 이유는 민속이 민중의 근원적인 욕망과 바람을 포용하고 분출할 수 있게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민속행위는 기복신앙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어느 민족 혹은 문화권에나 아이를 각종 해악이나 질병, 죽음 등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개인적이며 동시에 사회적인 문화 장치가 존재한다. 특히, 한 가정에서 부모에게 있어 아이가 갖는 소중함과 그 의미가 클수록 이러한 민속 행위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위험으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지키는 것은 인간의 원초적인본능이다. 또한 위험의 가장 극단적이 경우인 죽음으로부터의 회피와 수명연장대한 욕망은 민속의 생성과 유지에 있어 가장 큰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그것이 외래 종교든 토착 신앙이든 효력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면 변용과 차용을 거쳐서라도 행하기 마련이다. 이렇듯 민속은 끈질긴 생명력을 근간으로 고대부터 현대에까지 살아 숨 쉬고 있다. 튀르크 문화권에서도 아이를 악령, 부정, 질병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민속행위가 보고되고 있다. 튀르크인의 이슬람화 이후 기존의 전통신앙과 민속은 미신이라는 이름으로 이슬람에 의해 배척되고 부정되었으나, 현재에도 여전히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튀르크인은 전통적으로 한 인간의 탄생은 천신이 결정한다고 믿었다. 천신이 사자(혹은 천신의 아들)에게 명령을 내리면 사자는 여성의 출산, 아이의 양육 등을 관장하는 여신 우마이에게 이를 전한다. 아이를 점지해주는 이 여신이 임무를 행하면 천신은 하늘에서 영혼을 찾아 아이에게 숨과 함께 불어넣는다고 믿었다. 이렇게 아이의 탄생은 신에 의해 결정이 되고 행해지며, 운명과 수명 또한 이에 따라 결정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부모의 노력과 무당의 도움으로 아이의 정해진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고대 튀르크인의 신앙은 수명의 기대라는 측면에서 능동적이고 방어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튀르크인은 아이가 오래 살지 못하고 어린 나이에 죽는 가정에서 새로 태어난 아이를 위해 (장수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여러 민속행위를 했다. 특히 어린아이의 죽음은 악귀나 악령이 아이가 예쁨을 받는 것을 시기 질투하여 데려가는 것이라고 인식하였으며, 집안의 귀한 아이는 죽음의 사자(저승사자 격)가 오래 살게 놔두지 않고 먼저 데려간다고 믿었다. 그래서 터키 전통사회에서는 아이의 무병⋅무탈을 위해 여러 행위와 의례를 행했다. 아이가 잔병치레가 많거나, 허약하거나, 발달이 늦을 경우, 호자라고 불리는 견문과 학식을 갖춘 사람에게 찾아가 부적을 부탁하기도 했다. 아기가 단명하는 집에서 새로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가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아이가 많거나 다복한 이웃에게 아이 팔기 의례를 행하거나 수양부모를 두기도 했다. 또한 아이의 손톱이나 머리카락은 되도록 늦게 자르는 것이 좋다고 여겨졌는데 손톱은 특히, 천사들이 자른다고 믿어 태어난 지 1년 후에 잘랐다. 자른 손톱은 천에 싸서 보관해두었으며, 자른 머리카락 또한 천에 싸서 보관하였다. 이는 손톱이나 머리카락이 아이의 수명과 관련이 있다고 믿어 일찍 자르게 되면 아이의 수명 또한 그만큼 줄어든다고 믿었던 것에서 기인한 것이다.  또한, 튀르크인은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아이가 오래 살 것이라는 염원을 담아 그를 지속해서 부르면 주술적 힘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 믿었으며, 이를 듣는 귀신 또한 이에 속을 것이라고 믿었다. 이러한 고대 튀르크인의 이름에 대한 믿음은 현대 터키인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언어의 주술성을 바탕으로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풍속은 튀르크 문화권에서 다음의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되어 나타나고 있다. 먼저 건강, 무병, 장수 등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유형, 둘째로 귀신 속이기 풍속인 아이 이름 천하게 부르기, 매아속, 대리인형 죽이기 풍속이 이름에 반영된 유형, 셋째는 샤머니즘의매아속과 비슷한 의미에서 아이의 이름에 자연물을 사용하는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터키인들은 대부분이 무슬림으로 그들의 일상생활에도 이러한 종교적 영향이 매우 짙게 나타난다. 그러나 통과의례 즉 출생의례, 성년례, 혼인례, 상장례 가운데 특히 출생의례와 아이와 관련된 민속에서는 다른 의례와 비교하여 비(非)이슬람적 요소가 가장 많이 등장한다. 이는 생명을 어떠한 방법이나 노력을 들여서라도 유지하고자 하는 개인(가정)적, 사회적 욕망이 투영된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특히, 기자행위와 아이의 성별예측, 산모와 아이의 액막이 행위 등에서 비이슬람적 요소 즉, 샤머니즘의 흔적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개인의 탄생은 가정과 사회에서 후손의 생산을 의미하며 이는 곧 종족의 보존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어느 사회에서나 가장 신성시 여겨졌다. 따라서 한 생명이 태어나면 신과 자연에 이를 알리고 감사드리며, 결과적으로 새 생명을 각종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도록 신성한 존재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출생의례가 생겨났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통과의례 중 가장 민속적 성격이 짙은 출생의례가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가 무슬림인 현대 터키사회에서 이처럼 다양한 민속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민속이 과학적 시각에서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없어져야 할 무가치한 것은 아닐 것이다. 전통 사회에서 기인한 흔히 미신이라고 치부하는 여러 속신들이 당대 사람들의 마음에 위안을 주고 이러한 행위에서 가르침과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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