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련 비유대인의 유입과 이스라엘의 종교적 통합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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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지중해지역원 Hit 1,836 Hit Date 23-03-10 10:50Content
구소련 비유대인의 유입과 이스라엘의 종교적 통합정책
전지은(지중해지역원, 부산외대 글로벌지역학과 석사과정)
구소련 이주민의 대규모 이주
1990년대 초, 소련 체제 붕괴로 인한 정치, 경제적 불안정으로 많은 구소련 이주민이 이스라엘로 이주하였다. 이스라엘 중앙통계국(Israel Central Bureau of Statistics)에 따르면 1989년부터 2021년까지 1,141,215명의 구소련 이주민이 이스라엘로 이주하였다. 이는 전체 이스라엘 인구의 약 12%에 해당하며, 이스라엘 출생자 다음으로 큰 집단이다. [표 1]은 1989년부터 2021년까지 이스라엘로 이주한 이주민의 수를 출신 국가별로 정리한 것을 보여준다. 한눈에 봐도 구소련 이주민의 수가 다른 국가보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표 1989년-2021년 이스라엘로 이주한 국가별 이주민의 수]
FSU : Former Soviet Union의 약자로 구소련을 뜻한다.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백만 명이 넘는 구소련 이주민이 이스라엘로 이주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그들 중 1/3이 비유대인 이주민이란 것이다. 구소련 비유대인은 1970년 개정된 귀환법에 따라, 유대인의 가족과 친척으로 인정 될 경우 이스라엘 시민권을 받을 수 있다. 즉, 유대인과 똑같은 법적 사회적 보호를 받는 것이다. 하지만, 종교적 입장에서는 다르다. 이스라엘 정부는 할라카 종교법에 따라 모계 유대인 혈통만 유대인으로 인정한다. 구소련 이주민은 구소련 지역사회에 이미 동화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유독 부계 유대인이 많았다. 따라서, 이스라엘로 이주하게 될 때 이들의 상당수가 유대인이 아닌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유대 국가를 세우고자 시온주의 정신에 따라 이스라엘을 건국한 정부 입장에서는 구소련 비유대인들의 이주가 난처한 상황이었다. 다음은 정부가 구소련 비유대인을 개종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설명한다.
구소련 비유대인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개종 지원 정책
정부의 개종 지원 정책은 암묵적으로 구소련 비유대인을 대상으로 개종 정책을 착수하였다. 대규모 구소련 이주민이 이주한 1990년대 이후부터 비유대인 개종 지원을 위한 정부산하기관이 세워졌다. 1995년에는 개종 관리국을 2000년에는 유대인 연구소를 설립하였다. 그리고 1999년에 랍비 개종 법원이 큰 규모로 재설립되었다. 개종하게 될 시 소요되는 개종 증명서 발급 수수료 및 개종 의식의 제반 비용을 무료로 전환하였다. 개종 시 수반되는 이점들도 다양했다. 개종 시 결혼 비용과 운전면허증 발급 비용도 무료로 전환해 주었다.
두 번째는 군대 내에 개종 프로그램을 시행하였다. 군 복무는 이스라엘 시민권자들만 할 수 있다. 이스라엘 시민권자이지만 비유대인의 비율이 많은 집단은 구소련 출신 이주민이다. 정부는 2002년부터 이스라엘 군대 내에 비유대인 군인들에게 유대교 및 개종과 관련한 교육을 제공하였다. 실제 군대에서 개종자가 제일 많이 발생하였다.
개종 증명서 발급 수치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09년 1,801명의 구소련 이주민과 194명의 외국인에게 개종 증명서가 발급되었다. 구소련 이주민이 다른 이주민보다 9배나 더 개종자가 있다는 의미는, 실질적인 개종 정책의 대상이 구소련 비유대인이었음을 시사한다.
구소련 비유대인의 종교적 통합 실태
이스라엘 정부의 적극적인 개종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소련 출신 비유대인들이 종교적으로 통합되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먼저 정부가 기대한 개종자 수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정체성 문제 때문이다. 구소련 비유대인은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의식보다 ‘러시아인’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이스라엘의 지역사회가 통합되지 못하는 걸림돌이 된다. Niznik(2004)는 2000년~2002년 사이에 이스라엘로 이주한 구소련 출신 비유대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그녀가 인터뷰한 대부분의 구소련 비유대인 청소년들은 스스로를 ‘러시아인’으로 정의하였다. 구소련 비유대인들이 ‘유대인’이라는 정체성보다 ‘러시아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스라엘의 사회통합 노력이 실패한 핵심이었다. 또한, 그들은 유대인과 이스라엘 공동체 내 소속감을 갖지 못하였고, 히브리어를 습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구소련 비유대인들이 종교적 통합되지 못했다고 평가되는 다른 이유는 구소련 비유대인에 대한 초정통파들의 배타성이 있다. 초정통파는 율법과 종교적 행위를 강조하기 때문에, 구소련 비유대인뿐만 아니라 심지어 구소련 유대인에게도 유대성을 의심한다. 이러한 이유로 초정통파에 속하는 랍비들은 유대인에게 구소련 비유대인과의 결혼을 장려하지 않는다. 이스라엘 가정법에 따르면, 유대인은 반드시 유대인과만 결혼하는 종교법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현상을 보았을 때, 이스라엘 정부는 유대교적 시온주의 건국 이념을 위해 구소련 비유대인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개종 지원 정책을 착수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소련 비유대인의 출신에 대한 정체성과 초정통파의 배타적인 태도로 종교적 통합이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평가된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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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znik, Marina. "The Language Barrier and Beyond (conference on Russian-speaking Jewry in the Contemporary World: Assimilation, Integration and." 2004 June. pp. 14-16.
[표 1] : https://www.jewishvirtuallibrary.org/total-immigration-to-israel-by-country-per-year(검색일 2023년 2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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