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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 왕과 맥베스의 텍스트 기반 비극 분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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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지중해지역원 조회 4,995 조회 날짜 20-06-0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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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 왕과 맥베스의 텍스트 기반 비극 분석론



글 : 지중해지역원_HK차세대연구원 이유정



‘오이디푸스 왕’, ‘맥베스’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많이 재생산된 비극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 3대 비극 작가 소포클레스, 아이스킬로스, 에우리피데스를 비롯해 아카이오스, 니코마코스, 크세노클레스 등 아테네에서 활동했던 수많은 작가들이 오이디푸스와 관련한 비극을 썼다. 오이디푸스는 그만큼 비극에서 가장 많이 다뤄지는 인물이며 작가들의 취향과 의도에 따라 오이디푸스의 비극을 구성하는 방식이 다르다. 그 중에서도 아리스토텔레스가 가장 비극의 요소를 잘 다루고 있다고 평가하는 소포클레스는 <오이디푸스 왕>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안티고네> 3편의 작품에서 오이디푸스를 다루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기원전 5세기의 수많은 비극을 정형화된 요소로 설정함으로서 그리스 비극 양식은 몇 세기에 걸쳐 절대적인 전통으로서 자리잡아 왔다. 실제로 그리스 비극의 대다수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형화된 양식에 맞추어 해석되지만,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는 『시학』에서 말하는 세 가지 요소에 전적으로 위배된다. 16세기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역시 이러한 전통적인 양식에 맞춰 비극의 틀을 잡되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의 주제를 보여주기 위해 『시학』에서 말하는 단편적인 패턴과 주제만으로는 분석이 불가능한 플롯의 구성이 아주 복잡하고 다양한 독자적인 서술방식을 구축했다.


기존의 연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으로 비극을 분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원전 5세기의 그리스 비극이나 400년 전 셰익스피어 비극을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만으로 분석한다는 것은 비극이 쓰인 시대, 정치, 문화적 배경을 무시하고 보는 것과 같다. 심지어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리스 비극 작가들보다 100년 뒤에 태어난 철학자로서 당대의 비극작가가 비극적 요소를 정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주장하는 비극적 요소는 불변의 법칙 같은 것이 아닌 셈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정의 내린 그리스 비극의 정형화된 양식에서 비켜서서 오이디푸스 왕과 맥베스를 분석하면 좀 더 다양한 해석과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오이디푸스와 맥베스는 여전히 비극의 화두이다. 예술로서의 영화는 오이디푸스와 맥베스를 새로운 관점으로 재해석한다. 그을린 사랑(2016)은 오이디푸스의 근친상간 모티프를 이용하고, 오이디푸스가 아닌 오이디푸스의 아내였던 이오카스테를 재조명한다. 이오카스테처럼 아들의 자식을 낳게 되는 여성의 서사로 레바논 내전의 참상을 설득력 있게 풀어나간다. 영화의 스토리 기법은 소포클레스가 오이디푸스 가문에 관해 쓴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와 안티고네를 연상케 한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는 연극의 권위 그 자체를 상징한다. 영화 ‘맥베스(2015)’는 오리지널 맥베스 비극을 바탕으로 대사 사이의 빈 개연성을 영화가 채우면서 희곡, 연극이 지닌 가치를 확장했다고 볼 수 있다. 영화로서의 맥베스는 비극과 연극에서 볼 수 없었던 맥베스 특유의 긴박함과 어두운 분위기를 생생하게 재현할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레이디 맥베스(2016)’에서는 레이디 맥베스, 맥베스 부인에 초점을 맞추고 인간의 억압에 관한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로 구성을 바꾸어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여전히 비극은 문학과 연극을 넘어 우리가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어가고 있다.


 위의 사실을 전제로 하고 아리스토텔레스의『시학』의 비극적 구성요소가 카타르시스의 달성을 가장 중요한 비극의 목표로 생각하는 것을 지양하고 두 비극의 텍스트 자체를 비교해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류해보았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소포클레스를 비롯한 그리스 비극 작가들보다 뒷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아리스토텔레스가 정리한 비극적 요소가 절대적인 비극의 전통, 양식으로 당연하게 위치한 것이 의아하게 느껴질 정도로 비극을 다양한 관점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했다. 신이 내린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으로 인물의 행위를 묘사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비극 분석론에서 벗어나 비극이 쓰인 시대의 시대·정치·문화적 맥락을 이해하고 저주에 의한 인간 존재의 불확실성, 인간의 한계와 불안정성을 두 작가가 어떻게 제시하는지를 기준으로 두는 최근의 분석론에 중점을 두고 두 작품의 텍스트를 비교 및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간추려진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과 셰익스피어와 맥베스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아래와 같다.


공통점


 1. 주인공의 선택으로 비롯된 비극 

 2. 아이러니 구조를 통한 감정이입 

 3. 주인공=악역의 인물 구성 


차이점 


 1. 오이디푸스는 사회적 금기를 깨고 벌어지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맥베스는 역사적 유사 인물, 사건의 배경, 긴 독백과 방백의 세밀한 감정 묘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엄청난 리얼리티로 관객을 긴장하게 만든다.


 2. 오이디푸스는 종교적 제의, 디오니소스 축제라는 국가적인 행사로서의 비극이며 맥베스는 순수한 예술 목적의 비극이다.


 3. 오이디푸스는 주인공이 선한 의지로 행한 개인의 행동이 비극으로 이어지지만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고된 영웅의 모습을 하고 있다. 맥베스는 현실과 허상에서 발버둥치다가 결국 자신의 비참한 운명을 거스르지 못하고죽음을 맞이한다.


 4. 오이디푸스는 배우의 퇴장으로 위기, 절정이 갑작스럽게 끝나버린다. 맥베스에서는 전반적으로 작품 초반부터 불길한 분위기를 조성하다 서서히 고조되면서 절정 이후에도 초반의 분위기가 여전히 지속된다.


 5. 오이디푸스는 비극이 작품 시작 전에 이미 벌어져 있다. 이후 이 사건들을 조합하는 추리극의 형식을 띠고 있으며 비극은 코러스에 의해서 설명되는 형식을 취하고있다. 맥베스는 맥베스의 행동으로 인한 비극이 작품 내에서 벌어진다. 배우들의 비극적 행위가 극 내에서 고스란히 재현되는 형식이다.


 비극 오이디푸스 왕과 맥베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완전히 구분 지을 수는 없지만 위의 3가지 속성은 공통점에 가까우며 5가지 속성은 차이점에 가깝다. 텍스트를 여러 가지 기준으로 분류해 분석하고 스토리를 기존 관점에서 확장해 여러 관점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두 비극의 비교는 ‘인간의 비극’이 여전히 가장 큰 문학적 소재라는 궁극적 공통점을 부각시키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스 비극과 셰익스피어 비극 간의 2000년이라는 시대적 격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최근 텍스트 분석이 나오기까지) 기원전 4세기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만으로 여전히 비극을 분석·해석하는 것은 아주 제한적인 방식이다. 비극이 연극, 뮤지컬, 영화 등으로 재해석되어 미디어와 대중문화에서 아주 다양하게 소비되고 있는 반면 문학에서는 보수적이고 오래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고전으로 고전(비극)을 소비하고 있다. 시학에만 의존한 비극 분석방식의 연구는 데이터가 상당한 반면 시학을 제외한 비극 분석 연구는 너무 미비해서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의 연구가 시학 자체에만 초점이 맞춰져있는 기존 연구에서 벗어나고 있긴 하지만 시학이 단 하나의 기준으로 군림해왔던 오랜 시간만큼 다양한 분석 방법 연구의 데이터 축적이 필요하다. 시대적, 정치적, 사회적 배경에 따라 비극의 양식과 플롯은 점점 진화되어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꿰뚫어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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