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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야화”동서양 문학이 어우러진 세계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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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지중해지역원 조회 3,476 조회 날짜 22-11-1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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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천일야화”동서양 문학이 어우러진 세계 문학 



윤용수(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



문학 작품으로서 천일야화 


천일야화(A Thousand and One Night, Alf Lailah wa Laylah(아랍어))는 고대부터 서아시아,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북아프리카 등에서 회자되던 이야기 모음집으로서 주로 인도와 페르시아에서 회자되던 이야기들이 바그다드(CE 9~10세기)→카이로(CE 10~16세기)→유럽(CE 17~19세기) 등으로 전승되며 이야기가 추가되어 완성된 세계 문학이다. 

동서양을 아우르고 있는 천일야화는 구조, 형식, 성격, 형성 시기와 작가 등에서 특이한 작품이다. 천일야화의 전체 구조는 이야기의 화자인 재상의 딸 샤흐라자드(Shahrazad)가 이야기의 청자인 페르시아의 왕 샤흐라야르(Shahrayar)에게 1001일 동안 400여편의 길고 짧은 이야기를 하는 형식이지만, 샤흐라자드가 전체 이야기의 화자가 아니라 이야기 속의 등장 인물이 또 다른 이야기를 하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 형식인 액자식(額子式, Frame Story) 구조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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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야화는 형식면에서는 외부 이야기 안에 다수의 내부 이야기가 들어있는 순환형 액자 구조이며, 내용면에서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 이야기를 구성하는 목적형 액자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액자식 구조에서는 외부 이야기 속의 화자가 내부 이야기를 말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개별 이야기들의 시기, 배경, 시점과 인칭(1, 2, 3인칭 시점) 등의 상호 관련성을 찾기 어렵다. 즉, 액자식 구조의 특성상 천일야화에 포함된 개별 이야기들의 배경과 구체적인 시대 및 장소를 특정하기 곤란한 경우가 많고, 이야기 간의 상호 관련성도 찾기 어렵다.

천일야화의 등장 인물은 솔로몬 왕, 고대 페르시아 왕, 알렉산더 대왕, 칼리파와 술탄 등이 등장하고, 소재로는 근대를 반영하는 총, 커피, 담배 등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는 천일야화가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 지역에서 생성되었음을 보여 주기 때문에 이야기의 등장 인물과 소재의 스펙트럼이 매우 크다는 의미다. 또한 천일야화의 주요 소재는 사랑, 욕망, 모험, 환타지, 지혜와 권선징악 등을 담고 있으며 이를 통해 당시의 사회상과 시대 상황을 추정할 수 있기 때문에 역사 분야에서도 중요한 연구 사료로 활용되고 있다. 



천일야화의 전승과 경로


천일야화는 중근동 지역의 대표적인 구비문학(口碑文學)으로서 시간의 흐름과 장소의 이동에 따른 적층성(積層性)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천일야화는 인도에서 떠돌던 각종 민화들이 페르시아에서 기록(Hazar Afsana)되었고, 이 작품이 아랍인에게 전승되어 아랍어로 부분적으로 기록되었다. 중근동 지역에서도 페르시아제국(CE 205~651)→압바시야왕조(CE 750~1258)→파티마왕조(CE 909~1171)→아이윱왕조(CE 1171~1260)→맘룩왕조(CE 1260~1517) 등 정치적 패권의 방향에 따라, 천일야화도 바그다드→카이로→다마스쿠스 등으로 시대와 공간을 이동하며 계속 적층되었다. 

프랑스 출신의 동양학자인 앙뚜앙 갈랑(Antoine Galland, CE 1646~1715)과 같은 동양학자들은 아랍어 기록물과 이야기꾼들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에 자신의 상상력을 더하여 프랑스어로 최초의 판본을 만들었고, 이 판본들이 유럽의 언어(영어, 독일어, 폴란드어 등)들로 번역되어 대중적 성공을 거둔 이후에 다시 아랍어로 번역되어 아랍 세계로 역수입되었다. 

천일야화가 유럽인들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이 작품을 최초로 번역한 앙투앙 갈랑이 천일야화를 프랑스에서 출판한 시기(CE 1704년)가 르네상스 이후 유럽을 지배했던 이성주의와 고전주의가 쇠퇴하면서 낭만주의가 부각되던 시기와 일치했다는 점과 관련이 있다. 

유럽인들은 이성주의와 고전주의 문화에서 억눌려 있던 인간 본연의 욕망을 천일야화를 통해 발산할 수 있었다. 즉, 유럽인들은 타 문화권 문학인 천일야화를 통해 인간 내면의 욕망을 자유롭게 발산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유럽 독자들로부터의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성명 미상의 유럽 작가들은 자신들이 창작한 이야기(알라딘과 마술램프, 신드받 이야기,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등)를 천일야화에 추가하여 천일야화의 이야기를 더욱 증가시켰다. 

결국 천일야화는 중근동 지역을 배경으로 한 아랍인들의 이야기 모음을 근간으로 하고 있지만, 인도-페르시아-아랍-투르크에 더불어 유럽인들이 창작에 참여한 초(超)지역, 초(超)국가, 초(超)문화적 성격의 세계 문학으로 완성되었다. 이와 같은 천일야화의 주요 전승 경로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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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야화의 문학적 가치


전문 연구자들은 천일야화를 통해 중근동 지역의 아랍-이슬람 문명권과 인근 지역 문명권의 서사 문학의 전승과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야기들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세계관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천일야화의 배경이 인도-페르시아-아랍 등을 포함하고 있고, 전승 연대기가 대략적으로 파악됨에 따라 문학 텍스트를 통한 문화 교류 및 교섭 연구의 주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천일야화는 중근동 지역의 대표적인 구비문학으로서, 구비문학의 대표적 특징인 구전성, 서사성, 허구성과 적층성을 두루 갖춘 문학 작품이다.

구전 문화 전통이 강한 아랍 세계에서 구두로 전승되던 천일야화는 아랍인들의 문학 작품에 대한 보수성, 종교적, 도덕적 지향성, 신화에 대한 무관심, 구두 전승 문학이라는 특징때문에 천일야화의 이야기가 쌓여가던 시대에는 정작 아랍인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앙투안 갈랑의 번역본이 출판된 이후 천일야화는 다양한 유럽의 언어로 번역, 각색되어 출판되기 시작했고 유럽인들을 열광시켰다. 그 결과 천일야화는 유럽에서 소설과 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술 분야에 영향을 끼쳤다.

복카치오(Boccace)의 Decameron은 천일야화의 독특한 구조인 액자식 구조를 따르고 있고, 토마스 무어(Thomas Moore)의 소설 Lalla Rookh는 구조면에서 천일야화를 모방한 흔적이 뚜렷하며, 찰스 디킨즈(Charles Dickens)의 Thousand and one Numbugs도 이야기 형식면에서 천일야화의 영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에드가 알렌 포우(Edgar Allan Poe)의 The Thousand and Second Tale of Scheherazade나 테오필 고티에(Theophile Gautier)의 Un Repas Au Desert de L'Egypte 등에서도 제목과 소재 등에서 천일야화의 흔적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디즈니의 알라딘은 천일야화의 에피소드를 소재로 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처럼 천일야화는 인도-페르시아-아랍의 작품이 유럽인들에 의해 수용되어 유럽인들의 상상력이 더해진 세계 문학이라는 점에서 유례를 찾아 보기 힘든 독특한 작품이다. 아울러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공간을 이동하며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적층문학으로서 동서양 문화 교류를 보여 주는 인류의 소중한 문화 유산이라 하겠다. 즉, 천일야화는 교류와 소통, 융합을 통해서 인류 문화가 얼마나 풍성하게 발달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역사적 증거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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