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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할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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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지중해지역원 조회 3,118 조회 날짜 22-01-2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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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할랄


지중해지역원 김지수

 

무슬림은 ‘할랄’이라는 교리에 의거해 먹고, 마시며, 사용한다. 이는 꾸란에 직접적으로 명시된 것으로 신이 허락한 것만 사용하라는 이슬람의 가르침이다. 꾸란에 명시되었으니 할랄 역시 이슬람의 출현 및 확산과 함께 오늘까지 전해오는 것일 텐데, 문제는 이슬람이 7세기에 출현한 것으로 알려진 오래된 종교라는 것이다. 이슬람이 출현한 천년전과 달리 오늘날에는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롭고 사람들은 그들만의 세상을 벗어나 지리적·국가적 경계를 넘는다. 무슬림 관광객을 유치하고자 하는 국가가 증가하고, 한국에서 생산된 물건을 지구 반대편에서 찾는 일이 어렵지 않게 되었다. 혼자 흥할수도, 혼자 망할수도 없는 이른바 ‘세계화’의 흐름에서 오늘날 할랄은 하나의 비즈니스 카테고리로 새롭게 자리매김한다. 무슬림관광객이 증가하고, 비이슬람국가의 물건이 수입되어 이슬람국가 국민의 (종교적) 불안이 높아지자 수입품의 할랄여부를 판정하는 할랄 인증제(Halal Certification)를 비롯하여 생산부터 유통, 소비에 이르기까지 종교적 청결을 보장하는 이른바 할랄 물류(Halal Logistics)도 주목받는 분야이다.


이렇듯 21세기의 할랄의 특징은 ‘실용성’으로 정의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의 할랄은 전통적인 이슬람교리의 틀을 벗어나지 않되 기술의 발전이 불러온 여러 모호한 질문에 지극히 현실적으로 답한다. 일례로 과거에는 특정 음식의 할랄여부 판단이 주도적이었다면 현대에는 수술용 실, 화장품 등이 판단 대상이며 기술적 보완가능성까지 논의되어 그 범위가 확장되었다. 전통적으로 꾸란과 순나의 틀 아래 각 법학파의 가르침만을 따르던 판단기준도 타 법학파와 필요하다면 과학적인 증명까지 수용하는 등, 할랄은 과학과의 공존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할랄의 종교적 측면을 중시하는 여론이 작지 않다. 예를 들어, 코로나 19의 확산이 시작되던 2020년 1월, 말레이시아 파트와 위원회가 ‘코로나19의 백신은 그 성분이 어떠하든 할랄이며, 공공의료와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말레이시아 국민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 내용을 발표했음에도 백신에 돼지에서 유래한 성분이 들어있어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이슬람의 교리를 문자적으로 해석하여 수용한 사례로, ‘인간에게 이로운 것은 할랄이고 해로운 것은 하람(금기)’ 라는 이슬람의 가장 단순한 원리에 어긋난다. 교리의 문자적 해석은 아주 쉽게 극단적 분위기를 지어낸다. 


태초의 철학을 현재까지 유지하는 종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신앙의 약화가 아니라 시대적 변화에 따라 지속되기 위한 종교의 진화라고 보아야 마땅하다. 그러니 뉴스 기사에 언급된 할랄의 관련 내용이 본인의 지식과 모순된다면 혼란스러워 해도 좋다. 오늘날 할랄 산업분야는 독실한 무슬림의 얼굴로 지극한 첨단을 달리는 일이며, 독자의 혼란은 또다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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