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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기후와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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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지중해지역원 조회 3,603 조회 날짜 21-06-1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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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기후와 불평등


임기대(지중해지역원 HK교수)



지역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학자로서 최근 가장 관심 깊게 보고 있는 문제는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의 기후와 불평등이다. 갈수록 풍부해지는 물질문명인데 불평등의 간극은 더 커져가고 사람들의 불만은 곳곳에서 아우성이다.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복지 시스템이 잘 안착됐다는 유럽에서도 이런 문제는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다. 자본주의의 맨 앞에 서있는 미국의 경우도 다를 바가 없다. 갈수록 심화되는 부익부 빈익빈 때문에 불평등이 더 증가해간다. 불평등이 커지면 누군가는 고통을 감내하지 못하고 죽는다. 이른바 자살률이 상승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전 세계적으로도 자살률이 높기로 유명한 것도 불평등의 증가와 무관치가 않다.


여름이다. 올여름도 폭염 기세가 대단할 거란 예상을 여러 매체들이 앞 다퉈 다루고 있다. 확실히 폭염이 몰려 올 거라 예상하지만 모두가 똑같이 더위를 느끼는 것은 아니다. 어느 누구는 시원한 곳으로만 다닌다. 차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이내 에어컨이 있는 건물 안의 사무실이나 집으로... 냉방이 잘되는 곳으로만 다니면 되는 사람들이 있다. 같은 하늘 아래에서 모두가 이런 시원함을 만끽해야 하지만 누구는 그렇지가 않다. 똑같은 날씨를 공유하는 게 맞지만 더위는 사실 그렇지가 않다. 부자보다 빈자에게, 건강한 사람보다 약자에게 가혹한 게 더위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폭염의 일상화가 사회, 경제적으로 불평등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사회와 지구촌의 불평등을 가속화하고 있다. 경제의 불확실성과 위험의 불확실성, 즉 이중적 뉴노멀(New normal)시대에 접어든 요즘 사회적 약자가 처한 악조건은 경제적으로 훨씬 가혹하다. 코로나-19라는 위험의 불확실성이 사회적 약자를 더욱 힘들게 만들고, 이는 사회 전반에 걸쳐 경제적 공포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재난이 전 세계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긴 하지만 누구에게나, 어느 나라에게나 공평하게 작용하고 있지는 않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지만 ‘각자도생’의 분위기이다. 우리 사회의 현실도 이런 불평등을 개선하고자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지만, 가난한 사람의 소득은 여전히 줄어들고 있지 않다. 오히려 생산 소득을 가진 자들의 소득이 회복되거나 늘고 있을 뿐이다. 


국내외 할 것 없이 불평등의 문제가 심각해지고, 2020년부터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가중되는 상황 속에서 지구촌의 한 지역에서 기후 변화로 여러 현상을 겪고 있다. 바로 아프리카의 ‘사헬지대’가 있다. 흔히 사헬지대(Sahel Belt)라고도 불리는 이 지역은 사하라 남쪽의 ‘주변지대’를 일컫는다. 해당 국가로는 모리타니, 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 차드와 같은 프랑스어권 국가부터 동북부 지역의 수단에 걸쳐 형성된 곳이다. 10여개 국가가 사헬지대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사헬지대는 수년간 최악의 인도적 위기가 발생하고 각종 내전, 밀매, 난민 등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원인은 딱 하나로 정의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복합적이다.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환경 변화와 기후 변화를 꼽을 수 있다.  


사하라 사막 남쪽으로, 아프리카 대륙 동서로 길게 뻗어 있는 사헬지대에는 인위적인 삼림 파괴와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사막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이론 인해 물 부족 현상과 식량 부족 현상을 극심하게 겪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기상 이변과 홍수와 가뭄으로 직간접적인 사상자와 난민, 홍수가 발생하고 있다.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한 지역의 식량난과 분쟁을 악화시킨다. 설상가상으로 의지할 곳 없는 지역민은 난민의 길을 택하거나 마약 등을 밀매하는 일에 가담하여 생계를 이어간다. 심지어 가장 많은 사람들이 테러집단에 가담하기까지 한다. 시리아의 이슬람국가(IS) 이후 사헬지대의 이슬람 테러집단이 정치적, 사회적 불안정을 틈타 그 어느 때보다 기승을 부리고 있는 이유이다. 이슬람 테러집단이 기승을 부리고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군이 개입을 해도 지역의 안정은 요원하고 민간인 테러가 빈번해지고 있으니 최소한의 안전도 보장받고 있지 못하는 것이다. 난민이 대거 발생하면서 이들은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향하고 있다. 지역의 불평등과 구호를 위해 비정부기구(NGO)가 활동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유엔(UN)의 지속가능한 개발과 글로벌 거버넌스의 구축이 이 지역에선 여전히 요원하다. 


이렇듯 불평등이 지속되고 있으니 지역학을 연구하는 사람으로는 물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게다가 2021년은 파리협정의 온실가스 감축을 이행하는 원년이다. 말로만이 아닌 실천의 방법으로 지중해와 아프리카의 기후 온난화를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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