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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지중해 지역 투르크 문화권의 물 신앙과 불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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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지중해지역원 조회 4,223 조회 날짜 21-04-2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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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지중해 지역 투르크 문화권의 물 신앙과 불 신앙


양민지 (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 HK교수) 



이슬람화 이전 투르크 문화권에서 물신앙은 천신신앙과 함께 투르크의 중요한 두 신앙의 기둥가운데 하나였다. 물신앙은 야쿠트 투르크와 알타이 투르크의 창세신화의 기록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투르크의 물신앙은 수모신(악아나, Ak ana), 예르수(yer-sub)신앙, 하천신앙, 약수신앙 등으로 나타난다.

 투르크 신화학자 바하엣딘 외겔의 저서 『신화학』(Ögel 1993)에는 베르비트스키(Verbitsky Vasily)와 라들로프(Radlov Vasily Vasilievich)가 수집한 투르크 창세 신화가 소개되어 있다. 베르비트스키가 채록한 알타이족의 창세 신화는 '태초에 이 세상에 ‘존재’라 칭할 그 무엇도 없을 때, 신 카이라 한(Kayra Han)과 성스럽고 끝이 없는 바다만이 유일하게 있었다. 신 카이라 한은 세상의 유일한 존재였으며, 물은 그의 유일한 동반자요 세상에 보이는 유일한 것이었다.'라고 전한다. 라들로프가 채혹한 야쿠트 투르크의 창세 신화에는 '태초에 이 세상에는 그 무엇보다도 물(바다)이 존재하고 있었다. 아직 세상에는 땅과 달, 하늘, 태양이 없었다. '라고 기록되어있다. 투르크 창세 신화에서는 태초의 세상에는 신과 물 이외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신은 물속의 흙에서 인간을 만들어 냈으며, 만물이 생성되었다고 묘사된다. 신화에서 물은 창조의 원천(혹은 원수原水)으로 그려지고 있다. 또한, 태고의 세상에 창조의 신 이외에 물속에 빛과 생명의 여신 (악 아나)이 존재했으며, 그녀의 조언에 따라 세상과 인간을 창조했다는 묘사를 통해, 고대 투르크인이 생산의(잉태, 출생) 기능을 신성시하였으며, 이러한 인식이 물에 반영되어 상징화 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투르크 문화권에서 물은 전통적으로 생명의 창조, 잉태, 보호를 상징했다. 


에르 소고토흐(Er-Sogotoh) 신화는 야쿠트 투르크족의 민족파생신화 가운데 하나이다. 러시아 탐험가 알렉산더 폰 미덴도르프(A.A. Th. V. Middendorf)에 의해 기록된 에르 소고토흐 신화 판본에는 물은 늙은 동물에게 다시 힘을 주고 젊게 만들어 주거나, 전쟁에서 죽은 영웅을 되살릴 수 있다고 묘사되어 있다. 이처럼 투르크는 물이 젊음, 재생, 부활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 깃들어 있기 때문에 이를 보호하고 신성시 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물신앙의 대상으로는 바다, 강, 시내, 호수, 폭포 등이 있다. 오우즈 투르크는 물에 침을 뱉거나 더럽히는 행위를 엄격하게 금하고 있었다. 투르크는 전통적으로 강을 신성시했으며, 각각의 강에는 수호령(수 이예씨, Su İyesi)이 좌정하고 있다고 믿었다. 투르크가 신성하게 여겼던 강으로는 위구르족의 오르혼 강과 셀렝가 강, 칭기즈칸과 그의 부족의 오논 강과 케룰렌 강, 큽착 투르크의 이르티시 강, 시베리아 투르크와 야쿠트의 레나강과 예니세이 강 등이 있다. 또한, 흉노, 돌궐, 오우즈 투르크는 국가에 중대한 일이 있을 때 산(나무), 동굴, 강 등에 제의를 드렸는데 산은 천신, 동굴은 조상신, 강은 예르-수신이 좌정한 곳으로 여겨 그곳에 제단을 마련하고 제의를 드렸다는 기록이 보고되고 있다. 


이슬람화 이후에도 물신앙을 바탕으로 투르크 민속에서는 여러 형태의 행위가 보고되고 있다. 터키 동부 지역 디브리(Divriği)에서는 아이를 갖지 못하는 여성이 샘이나 폭포, 사당 등 방문하여 치성기자를 드리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또한, 약수를 마시거나 온천을 하는 것 또한 물신앙과 관련이 있다. 투르크는 또한, 물이 병마, 나쁜 기운, 더러운 것들을 씻어 흘려 보내는 순환적인 재생의 힘이 있다고 믿었는데 출생의례에서는 아이의 태를 씻기기 위해 장미꽃잎, 동전 등을 깨끗한 물에 넣어 아이를 축복하고 무사안녕을 바라는 행위를 하고, 할례식에서는 다산을 의미하는 건포도 알을 솜에 싸서 강물에 흘려 보내기도 했다. 또한 집에서 초상이 나면 양동이의 물을 모두 흘려 보내는 행위를 했다. 결혼의례에서도 물신앙과 관련된 다양한 풍습이 나타난다. 바쉬쿠르트 풍습 가운데 결혼식 다음 날 아침에 마을의 나이든 여성과 소녀들이 신부를 물가에 데려가는 것을 '신부 인사시키기'라고 한다. 나이든 여성은 신부를 수신에게 인사 시킨 후에 신부의 치장품 중 은제품을 하나 떼어 (강/시내) 물속에 던진다. 터키 시골에서도 새로 들어오는 신부를 강, 시내, 샘, 폭포 등의 물가로 데려가거나 결혼 전 신부와 가족들이 목욕탕에 함께 가서 정화의례를 하기도 한다. 


투르크는 물에 제액과 풍요와 생산을 돕는 힘이 있다고 믿었으므로 여러 풍습으로 전해졌다. 일례로 네부르즈(예니귄) 명절에는 작은 시냇물을 뛰어넘는 행위, 가족과 함께 새 물을 나눠 마시고 키우는 가축 들에게도 새 물을 마시게 하는 것, 집에 있는 오래된 작은 물건들은 강이나 시냇물에 떠내려 보내는 것 등을 들 수 있겠다. 

많은 고대 문명에서 불이 숭배의 대상이었듯 투르크도 불을 신성시했다. 투르크는 불 그 자체를 신으로 여기지는 않았으나 천신이 내린 빛으로 여겨 이에 대해 외경심을 가졌다. 투르크의 조상은 오랫동안 철을 다뤘으므로 철을 다루는 데 있어 불은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 없었다. 또한 불을 다루는 기술을 이용해 철제무기를 생산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당시 유목 전사사회에서 불을 다루는 기술이나 지식은 전투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대장장이는 신성한 불을 다루고, 그 결과물(철 혹은 무기)은 부족의 운명과 관련이 있다고 여겼기 때문에 신성한 직업으로 인식되었다. 즉, 불은 난방, 조리를 위한 수단일 뿐 아니라 전쟁과 같은 부족의 생존과 관련되었으며 천신의 빛을 상징하였으므로 신성한 존재였다. 


투르크는 불을 신 그 자체로 숭배하지 않았으나, 각 가정에 혹은 난로(아궁이, 화덕)에 개별의 신령(수호령)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다. 불을 관장하는 이 신령을 불 어머니(오트/오드 에네씨, ot/od enesi)라고 불렀고 여신으로 간주하였으나 신격은 불명하며, 집과 가정을 보호하는 기능이 있다고 믿었다. 난로(오작, ocak)는 요리를 할 뿐만 아니라, 가정을 보호하는 불 어머니가 깃들어 있는 대상물 중 하나였으므로 오작 역시 신성하게 여겼다. 따라서 투르크 문화권에서 집(에브, ev)이나 천막(오바/oba, 차드르/çadır, 유르트/yurt)이란 단어 대신 난로라는 단어를 가정을 대신하여 사용하기도 했다. 또한, 난로는 천막 가운데에 놓았기 때문에 난로는 중심, 주권, 국가를 의미하기도 했다. 


투르크는 불을 통해 신계와 인간계 간에 소통을 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샤먼(캄/kam, 바흐쉬/bahsi, 오잔/ozan, 오윤/oyun, 우다간 /udagan등)들이 제의에 사용하기도 했다. 투르크 문화권에서 불은 불운, 악귀, 그릇된 것, 오염된 것 등을 정화할 수 있는 힘과 치유의 힘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다. 이슬람화 이전 투르크 부족 통치자들은 타 부족이나 외국에서 사절이 오면 두 개의 불 위를 뛰어넘고 나서 알현을 하락했다. 야쿠트 투르크· 바쉬 쿠르트· 카자흐 투르크 샤먼이 간질, 실신, 정신병 등을 병자 몸에 악령이 깃든 것으로 여겨 병자를 불을 통과시켜 치료하고자 한 것, 신년 명절인 네브루즈(예니귄)에 불 위를 뛰어넘는 행위, 신부가 결혼 후 시댁에 들어 올 때 불 위를 뛰어넘고 들어오는 것, 신부가 시댁에 들어와 난로(아궁이)에 음식을 헌사 하는 것 등도 이와 같은 믿음에서 기인한 민속 행위들 이라고 볼 수 있다.


투르크 문화권에서 불은 치유, 정화의 힘이 있다고 믿었으며 또한, 활활 타는 불꽃의 모양을 보고 부와 번성 의미하기도 했다. 투르크는 천신, 조상령 등과 소통하기 위해 통과의례에서 뿐만이 아니라 즉위식, 전쟁 등과 같은 국가 행사를 앞두고 축복을 비는 제의를 드리며 불을 피우기도 했으며, 민족 명절에 밤낮으로 큰 불을 피워 놓고 이를 축하하기도 했다. 바하엣딘 외겔(Bahaeddin Ögel)에 의하면, 알타이 투르크는 일반적으로 음식을 하거나 난방을 위해 피우는 불 이외에 희생제의를 위한 고기를 요리하는 불이나 국가적 제의, 일반 의례 등과 같이 신성적 성격이 강한 불은 동쪽에 피웠다고 한다. 이는 전통적으로 투르크들이 해가 뜨는 동쪽을 신성시 여겼고 동쪽이 모든 근본의 시작이자 천신을 모시기 위한 적합한 방향으로 믿었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고대 투르크 신앙 가운데 하나인 불신앙은 샤머니즘과 결합되어 알레비 벡타쉬(Alevi-Bektaşi), 요뤽(아나톨리아 유목민, Yörük), 투르크멘 부족에게 유지되어 이와 관련된 민속행위가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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