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S Culture _ 아랍∙이슬람 사회의 마흐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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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지중해지역원 Hit 10,421 Hits Date 19-06-07 10:59Content
아랍∙이슬람 사회의 마흐르( مهر ) 문화
아랍∙이슬람 사회의 결혼에는 다른 문화권과 구분되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대표적인 것은 바로 지참금이라 불리는 마흐르(مهر)이다. 마흐르는 결혼을 할 때 신랑이 신부에게 지불하는 일정금액의 돈이나 물품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슬람 결혼의 필수 요건이다. 일부 사람들은 마흐르를 여성매매의 수단으로 간주하여 아랍 여성의 인권을 유린하는 제도로 많은 비판을 하고 있지만, 이는 아랍∙이슬람 사회에 대한 무지의 결과다.
결혼과 지참금
고대부터 현대까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인간의 삶의 방식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러한 변화 속에서도 제도의 다양성은 있었지만 일관되게 유지되어 왔고 가족, 부족, 국가를 유지하고 발전시킨 것은 결혼 제도다. 결혼은 남녀 간의 개인적인 문제인 동시에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결혼은 사회적 체계 내에서 두 사람 이상이 맺고 있는 여러 사회적 관계 중의 하나로, 사회적으로 공인된 남녀의 성적(性的)결합 관계의 제도, 또 그 결합을 발생시키는 일종의 계약이다.
결혼을 함으로서 개인적으로는 남편과 아내라는 지위를 인정받는 동시에 자녀의 부양 의무와 권리, 정조의 의무와 권리 등을 갖게 된다. 사회적으로는 사회의 기본 구성단위인 가족의 존립과 사회 구성원의 보충, 사회 결합의 확대 등 사회 자체의 안정에 기여한다.
이러한 결혼은 사회 규범이자 시대를 막론하고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제도지만 모든 사회에서 똑같은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결혼의 형태는 사회적, 인종적, 종교적인 이유 또는 시간과 공간의 차이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결혼이 기본적으로 계약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파생된 제도 중 하나가 바로 지참금이다. 그러나, 이슬람 사회의 지참금은 우리가 생각한 지참금과는 조금 상이하다. 대개 지참금의 의미는 여성이 시집갈 때 친정에서 가져가는 돈이나 물품 등을 의미하지만, 아랍∙이슬람사회의 지참금은 결혼 시 신랑이 신부 개인에게 지불하는 돈(물품, 가축, 가구 등) 으로서, 그 주체가 다르다.
이슬람과 마흐르
이슬람 이전 시대에는 매매결혼, 계약결혼, 상속결혼 등 다양한 결혼의 형태와 이에 따른 지참금문화가 있었다. 그러나 남성이나 집안의 필요에 의해 불규칙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정형화된 제도로 단정짓기는 어렵다. 이슬람 출현 이후, 가족은 무슬림 공동체를 구성하는 수단으로 여겨졌고, 그 가족을 구성하는 결혼은 인간의 행동을 규제하는 제도로 인식됨에 따라 사회적 의무이자, 종교적 의무로 행해졌다. 이에 따라 지참금 제도 또한 더욱 체계화되었다.
꾸란에서 결혼을 의미하는 단어는 ‘니카흐(نكاح, 결합)’와 ‘아끄드(عقد, 계약)’이다. 즉, 아랍∙이슬람 사회에서의 결혼 또한 계약으로 간주되며, 결혼 시 지참금이라 불리는 마흐르(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마흐르에 대한 용어는 지참금, 신부값, 신부대금, 혼납금, 혼례금 등이 있음. 이 용어들은 마흐르에 대한 명확한 전달의 어려움이 있어 마흐르로 표기하는 것이 적절해 보임..) 는 필수요건이다. 마흐르에 대해 꾸란에서 언급한 구절들은 다음과 같다.
“결혼한 여자에게 ‘싸두까(صدقة, 결혼선물)’를 주라.” [4:4]
“만일 너희가 그녀들과 동침하지 않고 ‘파리다(فريضة, 종교적의무)’를 결정한 후 이혼을 결정했다면, 지참금의 절반을 지불해야 하거늘…” [4:25]
꾸란에서는 마흐르와 같은 의미의 용어로 싸두까와 파리다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이슬람 사회에서 마흐르는 단지 상업적 거래가 아닌 이슬람의 종교적 의무이며, 사회적 보호 장치임을 의미한다. 또한, 마흐르는 여성 고유의 독립적인 재산으로 간주된다. 남성은 마흐르에 대한 어떠한 권리도 갖지 못한다.
“만일 너희가 아내를 다른 아내로 다시 얻으려 할 때 너희가 그녀에게 준 금액 가운데서 조금도 가져 올 수 없노라.
너희는 그것을 부정하게 취득하려 하느냐. 그것은 분명 죄악이라.” [4:20]
아랍∙이슬람사회에서 사별이나 이혼 등으로 인해 홀로된 여성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는 매우 미미하다. 마흐르는 결혼 계약을 공고히 하기 위한 역할과 동시에 여성이 경제적으로 독립해서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일종의 사회적 보험의 역할을 함을 알 수 있다.
마흐르의 지급방식
2018년 3월 1일자 뉴스에서는 “UAE 등 걸프 지역에서는 또 자국민 남성이 수백∼수천만 원에 달하는 지참금과 결혼 비용이 부담된다는 이유로 무슬림이 아니더라도 외국인 여성과 결혼을 선호하는 흐름”이라고 보도했다. 마흐르의 액수와 지급 방법은 결혼 계약 시 양가의 합의 또는 결혼 대리인에 의해 결정된다. 마흐르를 최대한 많이 받으려는 여성 측과 줄이려는 남성 측의 의견을 얼마나 잘 조율하는가 하는 것이 관건이다. 마흐르를 둘러싼 줄다리기는 결혼 이후에도 양측의 감정적 앙금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있기도 하고, 위 보도와 같이 다른 형태의 결혼 추세로 변하기도 한다. 한국 사회에서 결혼 이후에 혼수와 관련한 시비가 가끔 일어나는 것과 유사한 현상이다.
그러나 이슬람에서 마흐르는 남성 측에 부담이 가지 않는 적절한 액수가 권장되고 있다. 즉, 남성의 형편이나 능력에 따라 지참금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무슬림 법학파들은 마흐르에 대한 최소액이 없거나 아주 적은 금액으로 지정하고 있다. 하디스에 의하면 사도 무함마드는 ‘가장 축복받는 결혼은 최소의 비용으로 가장 간단하게 하는 결혼’이라고 말했고 마흐르의 최소 액수는 무쇠반지 하나였다. 그것조차 줄 수 없는 가난한 남성은 마흐르로 꾸란을 아내에게 가르치라고 언급되어 있다. 물론, 꾸란을 기본으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액수 측정 방식이 시대 상황을 자연스럽게 반영되기도 한다. 현대에 와서는 마흐르는 계급이나, 그 지역의 관습, 전통 등을 넘어 산업 등 경제적인 부분도 많이 반영된다. 이로 인해 상류계층이나, 걸프 지역 등지에서는 고액의 마흐르로 인해 결혼 적령기를 놓친 여성과 남성들 문제가 종종 보도되기도 한다. 마흐르의 지급방식은 현금일 수도 있으며 금, 은 등의 보석류, 부동산 등도 허용된다. 요르단에서는 낙타, 밀, 의복 등을 마흐르로 지불했다는 기록도 있다. 마흐르의 지급 시점은 여러 경우가 있다. 결혼 계약일 또는 결혼식 날에 지급하기도 하고, 특정한 날을 정해서 지급하기도 한다. 또는 이혼이나 남편의 사망 시에 지급되기도 한다. 마흐르의 조건을 결혼 시에는 아주 미미한 상징적인 액수만을 지불하고, 만일 이혼 시에는 막대한 금액을 지불하게 함으로서 이혼을 방지하고, 이혼 후 여성의 생계를 보호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이슬람의 종교적 의무인 순례와 연계시켜 마흐르를 지불하기도 한다. 이처럼 이슬람의 마흐르는 결혼생활 중 여성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여성이 미망인이 되거나 이혼녀가 되었을 때 경제적으로 독립해서 살아갈 수 있는 토대가 되었고, 사회적으로 안정된 위치를 가질 수 있게 하는 기틀을 마련해 주었다. 마흐르로 인해 현대사회에서 야기되는 사회 문제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21세기 서구사회에 비해서 무슬림 여성들의 사회참여나 자유가 소극적인 아랍∙이슬람 사회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마흐르는 경제적, 사회적 장치로서 순기능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임을 인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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