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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하라 문제를 바라보는 UN과 모로코, 알제리의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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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지중해지역원 조회 6,563 조회 날짜 20-10-2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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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서사하라 문제를 바라보는 UN과 모로코, 알제리의 시각


임기대 (부산외국어대학교 지중해지역원)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아프리카의 국제 분쟁 지역이 있다. 서사하라(Western Sahara) 지역이라고 일컫는 곳이다. 모래 방벽이 2,400km에 걸쳐 있는 서사하라는 아프리카 대륙 북서부 연안에 위치한 면적 26,6만km2(한반도의 1.3배)에 인구 약 50만 명이 살고 있는 곳이다. 이곳은 1975년 스페인의 식민 통치가 종식된 이후 모로코와 모리타니가 분할 통치를 해왔다. 하지만 이에 반발한 서사하라 원주민 샤하라위족 반군 단체 폴리사리오(Polisario) 해방 전선이 사하라 아랍민주공화국(Sahrawi Arab Democratic Republic)을 선포하고 게릴라전을 펼치면서 ‘마그레브’(Maghreb, 흔히 이집트 서쪽의 북아프리카 지역 일대를 의미함) 국가 간에도 첨예하게 갈등 구조를 보이고 있다. 서사하라 남부지역을 합병했던 모리타니는 1977년 분할 통치를 포기했지만, 모로코는 대부분의 지역을 강점한 채 영위권을 주장하고 있다. 알제리는 폴리사리오 해방전선의 임시 정부를 자국 내에 둘 수 있게 허용하면서 모로코와 긴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알제리와 모로코는 항공 노선 한 곳(알제-카사블랑카)을 제외하곤 육로 국경이 폐쇄된 상태이다. 모로코와 알제리 양국 국민 간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가고, 같은 종족과 종교, 역사를 가진 양국이 언제까지 이런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달아야 하는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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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기문 전 총장이 방문한 틴두푸)



이런 상황에서 2016년 당시 반기문 UN사무총장은 모리타니와 서사하라 난민촌인 알제리의 Tindouf(지도 참조)를 방문하고, 당시 알제리 대통령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과 면담을 하였다. UN 수장인 반기문 전 총장은 서사하라 난민촌 Tindouf를 방문하면서 모로코 정부가 서사하라를 강제 점령(Occupation)하여 이런 난민촌이 발생했다는 UN의 메시지를 전하고 위로하고자 했다. UN의 입장에서야 폴리사리오를 서사하라 대표로 인정하고 있고(1980), ‘사하라 아랍민주공화국’이란 이름으로 아프리카연합(African Union)에도 가입하고 있기에 어쩌면 당연한 발언일 것이다. 하지만 당시의 모로코 정부는 극단적인 불만을 토로하였다. 아프리카 통일기구에서 탈퇴할 정도로 서사하라 문제가 국가적 중대사인데 이런 와중에 반기문 전 총장이 ‘모로코의 서사하라 점령’이라는 발언을 한 것은 모로코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것이다. 급기야 모로코에서는 주요 내각 수장을 비롯하여 국민 3백만 명이 참여하는 시위가 대대적으로 발생하였다. 더 나아가 모로코 정부는 서사하라에서 난민 지원 등에 임하는 유엔 서사하라 주민투표감시단(Minurso)요원을 강제 철수시켰다. 그만큼 모로코인의 감정이 좋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반 총장이 방문한 난민촌  Tindouf는 알제리 정부가 40년 전부터 서사하라 난민을 대거 수용하면서 폴리사리오 임시정부가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승인해준 곳이다. 당연히 모로코 정부가 알제리에 대해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데, 양국 간의 미묘한 문제가 극단적으로 잠재해 있는 이곳을 반 총장이 방문하여 모로코의 심기를 건드린 셈이다. 대한민국 정부의 입장과는 아무 상관없는 UN의 입장이라고는 하지만 한국에 대한 모로코인의 감정도 좋을 리가 없어 보인다.


서사하라 문제는 모로코와 알제리의 감정 대립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폴리사리오 임시 정부를 승인하기 전 2013년 11월 1일 모로코 카사블랑카 주재 알제리 영사관에서 서사하라 문제 개입을 반대하는 모로코인이 알제리 국기를 찢고 불태우는 장면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면서 알제리 전체가 격분한 사태가 발생했다. 11월 1일이라는 날짜는 알제리인에게는 민족적 자부심이 가득한 날이다. 이 날은 알제리가 대프랑스 독립전쟁(1954~1962)을 선언하며 독립국가로 거듭난 날이다. 이 국민적 축제날에 모로코에서 국기를 불태운 사건은 알제리인에게는 두고두고 커다란 상처로 남고 있다. 게다가 2014년 11월에는 현 모로코 국왕 모하메드 6세가 “모로코는 서사하라에 거주할 것이며, 역사의 마지막까지 서사하라는 모로코 땅이 될 것이다”라고 천명하기도 했다. 국왕 이외에도 모로코의 외교부장관을 비롯한 각료들은 서사하라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알제리가 더 이상 이곳에 대해 관여하지 않길 바라는 발언을 수시로 하고 있다.


알제리의 입장에서는 폴리사리오 주민의 인권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것 이외에도 모로코가 끊임없이 영토 확장을 획책하고 있다는 점을 경계한다. 게다가 식민주의 잔재를 청산해야 할 모로코가 오히려 서구식민주의 시대의 유산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구의 식민 방식을 지역에서 그대로 행하며 주변 국가들을 불안에 빠트리고 있다는 것이 알제리 정부의 공식적인 태도이다. 심지어 모로코를 두고 ‘알제리 외교의 공공의 적’이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폐쇄된 국경이 재개방 될리가 없고, 양국 관계 개선은 더더욱 가능해보이지 않는다. 


양국 간의 이런 극단적인 대립은 UN에게도 난처한 문제지만 이 지역의 패권을 주장하는 프랑스에게도 큰 숙제로 남아 있다. 게다가 마그레브 국가 간 연합체를 모색한 ‘아랍-마그레브 연합’(Arab Maghreb Union)의 발전에도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되었다. 정치 경제의 통일체를 이루고자 하는 마그레브인의 염원이 사라진지 오래됐고, 오히려 양국이 군비 경쟁에 혈안이 되어 있는 상황이다. 실제 아프리카에서 가장 군비 확보에 열을 올리며 무기 구매를 많이 하는 국가가 알제리와 모로코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 미묘한 국제 분쟁 지역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하게 한다. 즉 UN과 모로코, 모로코와 알제리, 그리고 이 두 국가 사이에서 프랑스의 역할과 폴리사리오의 독립 투쟁은 현재로선 수면 아래에 있지만 언제든 긴장 상태를 불어올 지역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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