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와 교육 통해 세계적 지역학 연구소로 거듭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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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수 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 원장

'인문한국'(HK·Humanities Korea) 사업이 올해로 6년째를 맞았다. 10년 계획으로 시작했으니 시나브로 반환점을 돌았다. 선발, 계투에 이어 마무리 투수의 등판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 다음으로 많은 3개의 HK연구소를 거느린 부산외국어대가 전국 처음으로 HK교수를 연구원장에 선임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해 주목받고 있다.

전국 첫 'HK교수' 출신 연구원장 취임
"인문학 살리기 국가 대형 프로젝트
실질적 주역들이 책임지고 해 나가야"

부산외국어대는 지난 10일 지중해지역원과 중남미지역원 원장에 각각 윤용수(47)·김영철(43) HK교수를 선임했다. 이들은 두 지역원이 HK사업을 기획할 때부터 함께해온 HK연구소의 주역들. 그중 지난 2007년 11월 첫 사업자로 선정된 지중해지역원의 윤 신임 원장을 만났다. 그는 아랍언어를 전공한 아랍 전문가다.

"전국 대학에 HK연구소가 43개 있습니다. 하지만 HK사업을 통해 교수가 된 HK교수를 연구소 행정의 총괄 책임자인 원장으로 선임한 것은 우리가 처음입니다." 그는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HK사업의 실질적인 주역이 HK교수입니다. 그 주역이 스스로 책임을 지고 HK사업을 반석에 올려 놓으라는 뜻으로 받아들입니다."

HK사업은 꺼져 가는 인문학 불씨를 살려 창의와 실용의 학문으로 부활시켜 보자는 취지로 지난 2007년 국가의 대형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매년 400억 원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으며, 이를 통해 향후 세계적인 인문학(혹은 지역학) 연구소로의 발돋움을 기대하고 있다. 그중 지중해지역원은 오는 2017년까지 매년 8억 원의 예산을 받을 중형 지역학 연구소다.

"1단계 3년, 2단계 2년을 거치면서 하드웨어적인 토대는 어느 정도 갖춰졌다고 봅니다. 문제는 세계적인 수준의 지역학 연구소로 거듭나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더 강화하는 것입니다."

그는 이를 위해 '연구와 교육의 선순환' 구조를 강조했다. "연구소라고 해서 연구에만 집중한다면 대학연구소의 교육 기능을 상실할 우려가 있습니다. 오히려 연구자는 연구에서 쌓은 새로운 지식을 교육이라는 구조를 통해 끊임없이 학생들에게 전해야 합니다. 그것이 연구자와 학교가 상생할 수 있는 길입니다."

그는 지중해지역원은 동·서양의 문화가 가장 첨예하게 접점을 이룬 지중해 권역을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는 지역학 연구소로, 국내는 물론이고 아시아권에서도 유일한 두뇌집단이라며 "앞으로 두 문화권의 정치, 경제, 문화, 역사, 종교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원의 활용 가치에 주목할 이유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난 2008년부터 발간하고 있는 영어학술지 '지중해 리뷰'의 경우 논문 투고자의 60% 이상이 석학들이라 세계적인 학술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며 "기대 이상의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한편 HK사업이 실질적인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5년 뒤 HK사업이 끝나는 시점에 또 다른 후속 조치가 이어져야 한다며 지금부터 정부와 대학, 연구소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현충 기자 cho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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