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이슬람원리주의'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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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 학술대회

중동지역의 민주화 열풍이 거세다. 지난해 12월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 시위는 튀니지, 이집트 장기 독재정권의 퇴진을 가져왔다. 알제리, 바레인, 이란, 이라크, 요르단, 시리아 등에선 대규모 시위가 연달아 일어났다. 특히 리비아에선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 내전 양상으로 비화됐고 카다피 정권을 축출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개입하기에 이르렀다. 숨가쁘게 진행되는 중동지역 민주화 열풍의 원인과 배경, 전망을 입체적으로 살펴보는 학문적인 장이 마련됐다.

부산외국어대학교 지중해지역원(원장 최춘식)은 25일 부산외대 본관 508, 510, 609호에서 '지중해의 전통문화와 이문화-토착문화의 이문화 수용 형태와 양상'이란 주제로 제26차 학술대회를 열었다. '프랑코 집권기 이문화 수용양상' '동지중해의 결혼지참금 제도' 등 지중해의 문화, 언어, 역사에 대한 다양한 주제들이 발표됐다. 벤자민 태기(미국 매사추세츠대 교수) 세계지중해학회 회장도 '까스띠야 왕국의 페드로 1세-기사 패러다임 속에 갇힌 지중해의 왕자'란 주제로 기조발표를 했다. 특히 이날 눈길을 끈 것은 '중동에 부는 민주화의 열망'이란 특별 세션이었다.

독재정권 몰락 후 '원리주의' 대두
젊은 세대 중심 '민주화 열망' 지속


'중동의 민주화 열망과 발전 전망'이란 주제로 기조발표를 맡은 최승호 한·아랍소사이어티 사무총장은 "중동지역은 민주주의에 대한 대중적 기대, 종파적 갈등, 부족 대립, 집권엘리트층의 이해관계 등이 혼재돼 있어 향후 전망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정치개혁과 민주화에 대한 기대가 큰 젊은 세대들의 등장이 스마트폰, 인터넷 등 커뮤니케이션 혁명과 맞물리면서 민주화 열망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향후 중동 민주화 과정에서 장기집권·독재정권 퇴진 이후 나타날 정치·사회적 혼란 속에서 이슬람원리주의가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는 "그동안 중동국가 집권층은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이슬람원리주의를 억압하고 배제했지만 이슬람 독재정권의 정치·경제·사회적 실패가 다시 이슬람원리주의를 끌어들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슬람원리주의의 대두를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으며 이슬람원리주의 세력이 선거를 통해 정권을 잡는 것을 막을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이슬람원리주의 세력이 정권을 잡더라도 대중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국민들로부터 선거를 통해 퇴출당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레바논, 이라크, 이란 등 국민들이 선거를 통해 점차 민주주의에 대한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는 것은 희망적 징조"라고 밝혔다.

최재훈 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 HK연구교수는 '중동·북아프리카 시민봉기와 향후 전망'이란 주제 발표에서 "최근 중동 시위는 장기 독재정권에 대한 염증이 주원인이지만 그 이면에는 고물가, 실업난, 부족 간 갈등, 외세 개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동·북아프리카의 정치, 경제 상황에 따라 소규모 시위, 무력을 동반한 반정부활동, 무장 봉기 등 다양한 양상으로 시위가 표출되고 있다"며 "시위의 전이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이 특이하다"고 했다. 그는 "해당국 정부도 경제적 지원, 정치적 개혁 약속, 시위대 탄압 등 다양하고 상이한 해법을 내놓고 있다"며 "시민봉기는 향후 각국의 상황에 따라 복잡한 양상을 띨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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