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6개 HK 연구소 올 상반기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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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이런 인문학 연구 열풍은 처음이다. 다양한 인문학 주제를 두고 수백 명의 연구자들이 동시에 연구에 매달렸던 적은 없었다. 정부의 인문한국(HK) 사업 덕택이다.

인문한국 사업은 지난 2007년 시작됐다. 지금까지 전국에 36개 연구소가 지정됐는데 부산은 지난해 말 막차를 탄 동남아시아연구소를 합쳐 모두 6개다. 인문한국(HK) 연구소로 지정되면 10년간 연구비가 지원되는데 3년마다 성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연구소 6곳 중 3곳이 올해 1차 수확기를 맞았다.

韓民硏 독일 연구소 초청 세미나
지중해원 '지중해학사전' 출간
해양硏 6월 '해항도시' 학술대회


6개 연구소의 인문학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지역'을 말하고 있다.

부산에서 유일한 대형 연구소인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소장 김동철·사학과). 연구 어젠다는 '로컬리티의 인문학'이다. 22명의 전임 연구교수 및 연구원과 12명의 교수로 구성됐다. 부산대 공동연구소 한 쪽에 마련된 연구실들은 쪽방처럼 초라하기 그지 없지만 열기는 뜨겁다. '로컬리티의 인문학'은 로컬(지역)의 현실문제와 로컬리티(지역성)의 이론을 종합한 메타이론인 로컬리톨로지를 수립하는 것이 연구의 목표다.

17일부터 5일간(19, 23, 24, 26일) 제3회 기획 콜로키움 '로컬리티와 타자성'을 연다. 황호덕(성균관대·국문학) 이영민(이화여대·지리학) 김영민(숙명여대·철학)씨 등이 초청된다. 오는 3월 24일에는 외르크 베르크만 독일 빌레펠트대 학제간연구소 소장의 초청 세미나가 열린다.

부산대 인문학연구소(주관)와 점필재연구소(참여)의 공동연구(단장 주광순·철학과)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 어젠다명은 '고전번역학+비교문화학을 통한 소통인문학 창출'. 고전번역과 비교문학으로 '소통하는' 인문학을 창출해내겠다는 것이다. 소통의 실천을 위해 점필재연구소는 밀양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인기리에 고전읽기 행사를 하고 있다. 올해 첫 학술대회로는 오는 4월 23일 '중심/주변의 해체와 간 문화적 고전 연구' 발표회가 잡혔다.

'지중해지역의 문명간 교류 유형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소장 하병주·중동학)은 활동 무대가 이름 그대로 지중해다. 지중해 지역의 다양한 문명권들을 하나의 지역 단위로 연구해 지중해학을 정립하는 것이다. 지중해 문명의 소통과 교류에 대한 연구는 아직 국내에선 초기 단계. 올해는 우선 4월 해운대구 누리마루 일대에서 7개 국의 지중해지역 연구자를 초청해 제1차 국제학술대회를 연다. 상반기 중에 지중해학사전을 발간하고 지중해지역원 번역시리즈, 지중해지역원 인문총서 발간도 서두른다.

부산외대의 이베로아메리카연구소(김우성·사회언어학)는 '라틴아메리카 연구사업 통합 매트릭스 구축'을 어젠다로 내세운다. 즉, 과제 중심의 연구수행 방식이 아닌, 해외지역연구소들의 도서관, 교육, 연구, 정보, 네트워크를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해 국내 학계와 관련을 맺는 것이다.

부산외대 동남아시아연구소(소장 박장식·미얀마어과)의 연구 어젠다는 동남아를 전체적으로 통합하거나 잘게 쪼개 부분적으로 연구함으로써 동남아시아학이라는 학문체계로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중국 대륙의 변방, 열강의 수탈 대상으로 동남아를 보는 시선이 있었는데 한반도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해양대의 국제해양문제연구소(소장 정문수·서양사)의 주제는 '해양도시의 문화교섭학'이다. 2월 24일 '고대 한반도와 동남아의 해양교류'를 주제로 콜로키움을 개최하고 6월 중에 '해항도시의 경계와 탈경계'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연다.

한편 지중해지역원, 이베로아메리카연구소, 동남아지역원, 국제해양문제연구소 4개 연구소는 공동으로 조만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키로 했다. 서로 연계하면 부산이 관심을 가질 만한 전 지구적인 인문학 연구가 가능하다는 취지에서다.

이상민 선임기자 ye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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