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지식에 목마른 당신, 인문학 총서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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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다!

부산 인문학이 첫 꽃봉오리를 맺었다. 지난 2007년 11월 인문한국(HK) 프로젝트의 첫 사업자로 선정된 부산의 두 연구소가 총서 발간에 잇따라 나섰다.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소장 김동철)가 이달 초 로컬리티 인문총서 제1권을 내놓았고 부산외국어대 지중해지역원(원장 하병주)은 최근 인문총서, 국가정보시리즈, 번역시리즈 등 4권의 총서를 한꺼번에 출간했다. 지난해 추가로 선정된 국제해양문제연구소(한국해양대)와 중남미지역원(부산외국어대)도 오는 11월부터 2년 차에 들어가 조만간 더 많고 다양한 총서 출간이 예고되고 있다. 부산 인문학에 꽃이 피고 있다.


·로컬리티 인문총서
중앙집중화 비판 논리로
지역운동의 절실함 논증

·지중해 총서 4권
이슬람에 대한 동질감 눈길
여러 문화권 조형예술 한눈에


· 로컬리티 연구총서 첫 노작-韓民硏

로컬리티는 2년 전만 해도 아주 생소한 주제였다. 지역성이란 한자어를 얼핏 영어로 표기한 듯한 느낌도 강했다. 솔직히 지역, 지방, 로컬, 로컬리티의 차이도 불명료했다. 이 같은 모호성은 아직도 여전하다. 그나마 로컬리티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어렴풋이 가늠하게 할 뿐이다.

그 가늠의 첫 잣대로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가 로컬리티 연구총서 제1권인 '로컬리티, 인문학의 새로운 지평'(혜안/2만2천원)을 펴냈다. 지난 2007년 11월 인문한국(HK)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2년 만의 성과다. 그동안 실시된 각종 컬로퀴엄과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이 대개를 이루나 로컬리티 연구의 동향을 다룬 5편은 사실상 첫 발표다. 그만큼 따끈따끈한 총서라는 얘기다.

책은 11편의 논문으로 짜여졌다. 철학, 사학, 국문학, 정치학 등의 11명 전공학자들이 '로컬리티'란 괴물을 향해 아직은 서투른 창과 칼을 겨눴다. 그래서 얼핏 돈키호테처럼 보일 수도, 정제된 칼솜씨를 가진 달타냥처럼 여겨질 수도 있겠다. 차철욱(사학)은 지방사 연구에 대한 기존 이론을 비판하며 로컬리티 연구의 새 지평을 끌어내려 했고 신지은(사회학)은 중앙집중화에 대한 비판 논리로 지역운동의 절실함을 논증하려 했다.

두 번째 총서는 올 연말께 나온다. 김동철 교수는 "구체적인 방법론과 탈근대란 시대적 설정에 초점을 둘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술서, 소설…지중해 총서 4권-지중해지역원

지중해는 아직 낯설다. 학술 차원이라면 더욱 그렇다. 여전히 우리와 거리가 먼, 크루즈 관광과 같은 고급 휴양지로만 인식된다. 그런 점에서 부산외국어대 지중해지역원의 역할은 컸다. 특히 최근 잇따른 출판으로 학술적 호기심을 자극했고 결국 지중해를 더 가까운 거리로 끌어왔다.

이달 출간된 4권의 저서는 그런 성과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지중해 조형예술'(김희정 외/이담북스/2만3천원)은 지난해의 '지중해 도시들'에 이은 두 번째 지중해 인문총서로 지중해를 둘러싼 여러 문화권의 조형예술을 한눈에 조견할 수 있게 한다.

'지중해 나라별 속담'(신성윤 외/부산외대출판부/9천원)은 지역원이 지난 1여 년 동안 발품과 손품을 판 지중해 국가정보 시리즈의 첫 작품이고, 소설 '내가 아벨을 지키는 자입니까?'(후안 고이티솔로/임주인 옮김/북스페인/1만5천원)와 인문 교양서 '이슬람의 에티켓과 금기'(윤용수·전완경 편역/북스페인/9천원)는 이번에 잇따라 내놓은 번역시리즈다.

이들 서적은 그동안 '다르다'는 인식만 강하게 심어준 이슬람과 유럽 문화서와 달리 "이런 것은 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친근감과 동질감을 갖게 한다. 예를 들어 '지중해 나라별 속담'의 경우 '긁어 부스럼을 만든다', '궁하면 통한다', '귀한 자식 매로 키워라' 등은 우리와 이슬람이 결코 다른 문화가 아니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려준다. '다름'은 '모름'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백현충 기자 cho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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